[우리지역 대표 사업]<8>‘항공우주산업의 요람’ 경남

  • 입력 2008년 9월 10일 03시 02분


국내 유일의 완제기 조립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 제1공장. 직원들이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 KAI
국내 유일의 완제기 조립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 제1공장. 직원들이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 KAI
항공산업 3륜 확실한 뿌리… 경남 “도약만 남았다”

전국 생산액 83%차지… 업체 68% 종사자 69% 몰려

특구지정 추진 사천시는 ‘항공우주클러스터’ 꿈꿔

2013년 ‘매출 40억-수출 16억 달러’ 황금알 기대

《9일 오전 경남 사천시 사남면 유천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 동(棟). 축구장 2개 크기의 면적에 기둥이 없는 이곳은 작은 기계음이 들리긴 하지만 비행기를 만드는 공장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 작업자들의 움직임도 차분했다. 여기가 바로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이 생산되는 곳이다. 국내 유일의 완제기 조립업체인 KAI는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의 ‘첨병’ 역할을 하는 기업. KAI가 입주한 사천시는 ‘항공산업의 메카’와 같은 곳이다. 국내 항공 관련 업체와 연구, 인력양성 기관이 집중된 경남은 항공우주산업 태동기를 거쳐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경남 없는 항공산업은 없다’

경남의 항공산업은 1995년 25개 업체가 37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2000년 31개 업체에 매출 1조485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2006년에는 41개 업체가 1조502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남도 투자유치과 유명현 사무관은 “전국 항공우주산업 생산액의 82.5%, 사업체 수의 68.3%, 종사자 수의 68.9%를 경남이 차지한다”고 말했다.

경남테크노파크 옥주선 항공우주팀장은 “우리나라 기계공업의 요람인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삼성테크윈, 위아 등 대기업이 첨단기계산업에 이어 항공산업으로 눈길을 돌렸고, 공군훈련비행단이 위치한 사천에 KAI가 입주한 이후 경남의 항공우주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테크윈은 항공기 엔진을, 위아는 랜딩기어를 생산한다.

사천시는 ‘항공우주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항공우주산업 특구 지정을 추진 중이다. 김수영 시장은 “특구로 지정되면 항공업체, 연구·지원기관과 함께 명실상부한 항공우주클러스터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 오춘식 투자유치과장은 “항공산업단지의 추가 조성을 전제로 2013년 경남지역 80개 업체가 매출 40억 달러에 수출 16억 달러, 2019년에는 100여 개 업체가 매출 60억 달러에 수출 28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하늘을 무대로, 세계를 목표로’ KAI

1999년 10월 각각 경쟁을 벌이던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대우중공업을 항공개편 차원에서 묶어 새롭게 만든 회사가 KAI(Korea Aerospace Industries). 사천일반산업단지 96만1996m²에 자리 잡은 KAI에는 275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 이신철 총무팀장은 “1990년대 초부터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KF-16 기술도입 면허생산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로 2000년 기본훈련기인 KT-1을 생산했다”며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최초의 비행기”라고 말했다.

2001년 2월에는 KT-1을 인도네시아에 처음 수출했다.

이어 2005년에는 미국 록히드사와 공동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양산 1호기를 출고했다. 그해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에어쇼에 참가한 T-50은 ‘최고 참가업체상’을 받았다. T-50의 개발로 우리나라는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 국가 반열에 올라섰다. 최근에는 이 비행기의 수출상담도 활발하다.

KAI 김철수 상무는 “세계적으로 1970년대에 배치된 고등훈련기의 교체 시기가 돌아와 50여 개국에서 3300여 대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며 “이 가운데 25% 정도를 T-50으로 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6년 10월 공군과 T-50에 공격 기능을 더한 TA-50 후속 양산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8월에는 터키와도 KT-1 수출계약을 했다. 올해 3월에는 방위사업청과 2200억 원 규모의 블랙이글스팀 곡예비행용 T-50 납품 계약을 했다.

이 회사 하성룡 경영지원본부장은 “차세대전투기사업(KFX)을 비롯해 한국형헬기개발사업(KHP), 해상초계기(P-3)와 해상작전헬기 성능개량사업, A350 등 대형 민항기 국제공동개발사업 등을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격용 헬기인 아파치 동체 생산을 비롯한 기체 부품 수출사업도 적극적이다.

KAI는 완제기 수출 활성화와 대형 항공기 국제 공동개발 확대를 통해 1조 원 안팎인 매출을 2010년 1조8000억 원, 민수(民需·민항기 부문) 비중은 40%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한국형 전투기의 독자개발 등 다양한 후속사업을 추진해 2020년에는 매출 3조 원 이상, 민수 비중을 절반에 이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사천=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인프라 아직도 열악

“항공 전문산업단지 확대조성 시급”

경남의 항공우주산업이 도약하는 데 걸림돌은 뭘까.

경남도 투자유치과 박정현 항공우주담당은 “경남의 항공우주산업이 독보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인프라 부분은 여전히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산업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항공산업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역할을 다하려면 항공산업 전문산업단지의 확대 조성, 복합 활주로 건설, 국책연구기관의 유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남의 항공우주특화단지 조성은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권개발 및 남해안 선벨트(Sun Belt) 사업의 핵심 사업 중 하나.

항공산업 전문산업단지는 사천시 사남면 일원 사천일반산업단지 내 132만 m²가 있다. 경남도는 수출 확대 등에 대비하려면 300만 m²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조성을 추진 중이다(위치도 참조).

활주로가 포함된 ‘중소형 항공기 복합단지’의 조성도 현안. 경남도는 중소형 항공기 활주로를 기반으로 항공전문교육원, 항공우주테마파크, 소형 항공기 조립공장, 소형항공전문단지 등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분원의 유치도 관심사다. 경남이 항공산업을 이끌고 있지만 국책연구기관이 없는 것은 큰 단점. 항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천 항공산업 전문단지에 산업밀착형 연구기관이 있어야 현장의 기술개발 과정에서 생기는 애로를 빨리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천=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김홍경 KAI 사장

“세계 6번째 초음속기 수출국 꿈

T-50 해외시장 뚫어 꼭 이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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