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론광장/학교, 제 이름 찾아줘야

  • 입력 2003년 3월 18일 21시 03분


코멘트
명칭에 대한 연구는 중요하다. 명칭을 통해 인간의 삶이 이루어지고 인류의 발전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명을 연구하는 지명학(地名學)은 각 나라의 생활과 문화를 반영한다. 또 지역의 사회상과 발전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인천지역의 초등학교 수는 모두 183개(특수학교 포함)이며 전체의 72.9%가 행정구역의 지명을 그대로 쓰고 있다. 그러나 이 지명은 지역의 향토성 및 전통성과 전혀 상관없이 잘못 개명된 채 학교명으로 쓰이기도 한다.

초등학교명 중 ‘大丁’(대정·부평동을 기점으로 연이은 산줄기 모습이 마치 큰 丁자와 닮아 지어짐)을 ‘大井’으로, 가좌동의 ‘乾池’(건지·물이 점점 다른 곳으로 이동해 늪이 말라버림)를 ‘乾地’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 부개동의 ‘龜山’(구산·거북이 모양의 산)을 ‘九山’으로, ‘朱雁’(주안·흙이나 바위의 색이 붉으며 산 형태가 마치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과 유사)을 ‘朱安’으로, 강화의 ‘三城’(삼성·성 3개로 이루어진 마을)을 ‘三省’으로 왜곡해 쓰고 있다.

이는 모두 인천 지역의 역사적인 유래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대부분 일제 때 개명됐다.

행정구역 지명과 학교명의 한자가 다른 경우도 많다. 간촌리(間村里)와 석암리(石岩里)의 두 마을이 합쳐친 ‘間石’(간석)을 ‘幹石’으로, ‘銅岩’(동암·구리 등 광물질이 매장되어 있음)을 ‘東岩’으로 쓰고 있다.

‘부평동, 부평서, 주안남, 주안북, 산곡남, 산곡북’ 등 행정 지명에 방향을 더해 쓰는 경우도 11.2%나 된다.

학교명은 지명처럼 그 지역의 역사와 고유한 특징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지역의 향토성과 특성이 담긴 학교명을 사용해 전통적 문화성을 반영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그 중요성을 인식해 지역의 역사와 향토성을 갖는 학교명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고유한 이름을 후손에게 전하는 일은 교육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박덕유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 icsdy@hanmail.ne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