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할금사 금리인상' 판결]멋대로 '금리 인상' 제동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43분


‘고객과 약속한 고정금리를 지켜야 했느냐, 아니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맞아 금리를 인상한 것이 정당한 것이냐.’

98년 시민단체와 할부금융으로 돈을 빌린 사람 600여명이 개별 또는 공동으로 무더기 소송을 제기하면서 빚어진 할부금융 소송사태가 9일 대법원 판결로 일단 매듭지어졌다.

승리는 돈을 빌린 사람들의 것. 그러나 만 3년이 지난 뒤에야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짐으로써 원고들은 별반 얻을 것이 없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박태석씨 등 9명과 성원주택할부금융은 96∼97년 주택할부금융 계약을 하면서 ‘고정금리’나 ‘3년 동안 고정금리’가 명시된 약정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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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서에 기재되지 않은 내용은 ‘여신거래기본약관’을 따르기로 했는데 여기에는 ‘금융사정의 변화, 기타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이자율을 변경할 수 있게 돼 있었다. 할금사측은 IMF관리체제가 이 약관이 규정한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이유로 평균 13.5%이던 이자율을 98년을 전후해 6% 이상 인상했고 대출받은 사람들은 추가 이자를 내게 되자 소송을 냈다.

쟁점은 약정과 약관의 관계. 약정은 ‘원칙’을, 약관은 ‘예외’를 규정해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며 IMF관리체제는 예외적 상황이라는 게 할금사측 주장.

그러나 원고측은 약정과 약관은 서로 모순 내지는 충돌하는 관계이므로 이 경우는 개별적 약정이 약관에 우선한다는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고 하급심 법원도 엇갈린 판단을 해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회사마다 약정내용은 다소 다르지만 ‘고정금리’를 명기한 경우에 모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장은 그다지 크지 않을 듯하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리다 지친 많은 원고들이 할금사측과 합의를 하거나 계약을 철회했고 일부는 ‘금리인상을 인정한다’는 추가 약정을 맺은 후이기 때문이다.

YMCA시민중계실 서연경 팀장은 13일 “집단소송제도가 있었다면 600여명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내는 일도, 이들이 4년 동안 회사측에 끌려 다닐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집단소송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회사측과 분쟁이 해결되지 않아 소송을 추가로 내려는 사람은 시효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가급적 빨리 소송을 내는 것이 좋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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