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언어에서 봄을 나타내는 단어들은 스프링(영어) 프랭탕(프랑스어) 프륄링(독일어) 등이다. 예외 없이 약동하는 듯한, 신선한 느낌을 준다. 반면 동양 언어의 ‘봄’ ‘춘(春)’은 조는 듯한, 꿈꾸는 듯한 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고(故) 이어령의 글에 나오는 얘기다. 거의 반세기…
13일 아네조피 무터 바이올린 리사이틀에 가지 않은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올해의 큰 개인적 손실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여러 지인이 레스피기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이날 연주의 백미로 꼽았다. 레스피기라는 이름을 처음 만난 날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1977년 8월 ‘…
다가오는 4월, 서울은 소련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가 설계한 음향으로 뜨거울 것이다. 4월 3일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에서 여섯 개나 되는 오케스트라가 그의 교향곡 15곡 중 8, 10, 11, 13번 등 네 곡과 협주곡 여섯 곡 중 세 곡을 연주한다…
야프 판즈베던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은 1월 25, 26일 공식 임기 첫 정기공연 메인 프로그램으로 말러 교향곡 1번을 택했다. 그는 5년 임기 동안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고 녹음해 음반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시향은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말러 교향곡 1, 2, 5,…
올해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큰 별인 자코모 푸치니(1858∼1924)가 세상을 떠나고 100년이 되는 해다. 이탈리아의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을 비롯한 세계의 오페라 축제와 극장들이 기념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오페라단이 9월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
7년 전 오늘, 2016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이었다.이탈리아 남부, 제주도의 열네 배 크기 섬인 시칠리아 제2의 도시인 카타니아를 찾았다. 산간도로를 내려오면서 펼쳐지는 도시의 수려한 풍경과 환한 햇살은 겨울을 완전히 잊게 했다. 시칠리아가 무대인 마스카니의 오페라 ‘…
“좋은 지휘자? 먼저 상상력을 펼치고, 그 상상한 바를 오케스트라에 집어넣으면 된다. 그게 전부다.” 1997년, 지휘자 죄르지(게오르그) 솔티의 런던 자택을 찾아서 좋은 지휘자의 덕목을 물었다. 그가 말한 답은 놀랄 정도로 명료해 몰래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가 말한 것이 전부…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시작된 양측의 전쟁은 심각한 인도적 위기와 함께 전 세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시민권을 모두 가진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면 어떨까? 그런 사람이 실제 있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우리나라의 음악팬들은…
이달 초 이탈리아 북부에서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명사인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오페라 세 편을 관람했다. 5일 파르마 레조 극장의 베르디 오페라 축제에서 본 ‘일 트로바토레’는 무대 뒤편의 이글거리는 화면이 계속 배경을 바꾸면서 작품의 음울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했…
시월의 푸른 하늘은 그 거대한 공(空)으로 사람의 영혼을 빨아들인다. 하늘이 푸르고 대기가 청명한 날, 높은 건물의 창가에 서 있으면 150년 전 태어나 80년 전 타계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 피날레가 들려오는 것 같다. 피아노 솔로가 깊은 저음으로부터 두둥실 떠오르고,…
“당신이 어릴 때부터 접한 음악이 서양의 클래식 음악이란 말이죠? 한국 사람들이 클래식에 친숙한가요?” “맞아요.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 카페들도 있어요. 종이에 원하는 음악을 적어 내면 음악을 틀어주죠.” “아하, 말하자면 ‘클래식 디스코텍’ 같은 거로군요…
7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제극장의 ‘모차르트의 집’에서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감상했다. 감흥으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극장 앞 막스 라인하르트 거리로 나오자 거리 끝 동쪽의 잘츠부르크 대성당이 조명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5년 전 이 극장 바로 위 ‘츠바…
2003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야외공연의 감흥은 지금도 새롭다. 이 공연 이전 중국 자금성 특설무대부터 같은 공연을 펼쳐 세계인의 화제를 낳았던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육중한 영웅적 미학은 듣던 대로 대단했다. 가장 마음 깊이 다가온 것…
쉬운 개념을 어려운 용어로 푸는 방법은 많다. 다음의 표현도 그렇다. ‘장음계의 가온음(mediant)에서 윗으뜸음(supertonic)을 거쳐 으뜸음(tonic)으로 향하는 진행.’ 골치 아프지만 ‘미-레-도’라는 단순한 음형을 설명했을 뿐이다. 나란히 붙은 세 음이니 흔히 들을 수…
서울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둘째 날인 2일, 김건 지휘 창원시립교향악단은 체코 작곡가 스메타나의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 6곡 전곡을 선보였다. 유명한 두 번째 곡 ‘블타바(몰다우)강’ 중간부에는 현의 여린 선율 위에 플루트를 비롯한 목관이 꿈꾸는 듯한 장식음을 수놓는다. 스메타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