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나는 돼지가 설겅설겅 썰어지고 / 국솥이 자꾸 들썩거렸다 / 파란 도장이 찍히지 않은 걸로다가 / 나는 고기가 한점 먹고 싶고 / 김치 한점 척 걸쳐서 오물거려보고 싶은데 / 웬일로 어머니 눈엔 시큼한 홍어만 보이는 것이었다 / 홍어를 먹으면 아이의 살갗이 홍어처럼
《거친 비바람에 맞선 풀잎들서해에 뿌리 내리고갯벌 토해내며결코 쓰러지지 않았습니다최고가 아니라 최선을성공이 아니라 성실로땅처럼 낮아져 열매를 얻고바다처럼 내려가 생명을 거두도록보릿고개 파도고개 너머로 키워낸당신의 아들딸들이이제 그 가지 담 넘은 큰 나무
세상한테 이기지 못하고 너는 섬으로 가고 싶겠지 한 며칠, 하면서 짐을 꾸려 떠나고 싶겠지 혼자서 훌쩍, 하면서 섬에 한번 가봐라, 그곳에 파도소리가 섬을 지우려고 밤새 파랗게 달려드는 민박집 형광등 불빛 아래 혼자 한번 섬이 되어 앉아 있어 봐라 삶이
《섬은 바다에 핀 꽃이다. 파란 물결에 점점이 피어난 꽃. 그 꽃에 배들이 쉬었다 가고, 갈매기가 새끼를 친다. 섬은 조류가 흐르다가 ‘멈춰 선 곳’. 그래서 ‘섬(立)’이다. 파도에 맞서 떡 버티고 서있다. 파도는 끊임없이 섬의 옆구리를 할퀸다. 섬은 그러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