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재미없을 수 없을 듯한 연극이다. 우연히 접한 그림의 세계에 매료된 광부들이 일상 속에서 평생 치열한 미술 작업을 이어간 이야기. ‘광부화가들’은 1930년대 영국 잉글랜드 북동부 탄광촌 애싱턴에서 일어난 흥미로운 실화를 뼈대로 삼았다. 대본을 쓴 이는 글로벌 히트작 ‘빌리 엘…
록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 록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다. 드럼과 베이스 소리를 넉넉히 소화할 귀를 갖지 못해서다. 록 밴드 ‘그린데이’의 동명 앨범 수록 곡으로 만든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을 보고 나서 든 몇 가지 의구심에 확신을 갖지 못한 이유다. 도움을 청했다.…
어느덧 마지막 곡이었다. 마치 긴 물음을 던지는 듯했던 ‘음악적 순간’ 6번은 긴 안녕을 고하는 듯 여운을 남겼다. 2007년 12월 베토벤 전곡 연주 마지막 날 소나타 32번의 2악장을 연주하던 백건우의 모습과 오버랩됐다. 베토벤과 리스트 이후 백건우가 향한 곳은 슈베르트였다. …
배우들과 연출은 공연시간 80분 내내 팽팽하게 당긴 고무줄처럼 긴장을 놓지 않았다. 무대 위 어느 한구석에도 소홀함의 기척이 없었다. 6·25전쟁 때 벌어진 양민학살 사건 녹취록을 재구성한 연극 ‘말들의 무덤’. 열흘간의 공연을 마무리하는 15일 오후 무대에는 완벽한 마침표를 찍겠…
훔쳐보기의 쾌감은 숨어 있을 때 확보된다. ‘남몰래’라는 설정을 제거하면 미묘한 흥분도 사라진다. 7일 개막한 ‘노크하지 않는 집’은 관객이 다 함께 펼쳐놓고 여섯 여자와 한 남자의 다섯 방을 훔쳐보는 척하도록 한 연극이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
막이 오르고 2분쯤 뒤, 관객은 안구 홍채의 기능을 확인하게 된다. 7일 개막한 연극 ‘블랙코메디’는 컴컴한 어둠 속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공연 전 무대에 오른 주연배우 설성민(브린즈리 밀러 역)의 설명대로 “불이 들어온 상황에서는 조명을 끄고, 정전이 되면 조명을 켠다.” 칠흑 속…
일찌감치 자리에 앉는 편이 좋다. 뮤지컬 ‘구텐버그’는 관객이 방심하고 있는 새 슬그머니 이야기를 시작한다. 1부 시작 직전과 인터미션 중반쯤 어둑어둑한 무대 위로 후줄근한 평상복 차림의 두 남자가 올라와 분주히 소품을 늘어놓는다. 배치가 대강 마무리되나 싶을 즈음 또 한 남자가 들어…
중학교 2학년 때쯤 중간고사 국어 객관식 문제. 다음 중 연극의 3요소는? 정답은 ‘희곡 배우 관객’. 선생님은 다른 보기에 이 셋 중 하나를 빼고 4번째 요소인 ‘무대’를 넣어 학생들을 유혹했다. 희곡과 배우는 필수. 헷갈리는 건 관객과 무대였다. 결여된 상태를 차례로 상상해보면…
“그런데 우리가 왜 싸우기 시작한 거였지?” 일본 만화 ‘원피스’에서 무인도에 갇힌 채 100년 동안 매일 싸워 온 두 거인이 잠시 다툼을 멈추고 주저앉아 했던 말. 작은 일을 계기로 대사건이 벌어지는 경우가 현실세계에도 종종 있다.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 황태자 프…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냐?” 기사를 출고하고 나서 듣는 데스크의 다양한 꾸지람 중 무엇보다 가슴 아픈 말. 이유가 뭐든 의미에 대한 부연이 필요하다면 실패한 글이다. 글은 그저 글로 끝이어야 한다. “그 단어는 이런 뜻으로 쓴 것”이라는 중언부언은 수치스러운 변명일 뿐이다. …
집 앞 길 건너 비디오 대여점. 고등학교 때 어머니 몰래 빌려 본 수많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중 ‘캣 피플’(1982년)이란 게 있었다. 입술을 살짝 벌린 채 초점 흐린 눈빛으로 무언가를 응시하는 나스타샤 킨스키의 흠뻑 젖은 얼굴이 커버 사진에 가득했다. 사람과 육체관계를 맺으면 표범…
“더 빠른 길, 더 나은 길만 고민하던 저는 별로인 것 같아요. 할아버지처럼 힘들게 부딪힌 길에 추억이 있고, 돌고 돌아갔던 길들 속에 사연이 있을 것 같고…. 빠르고 좋은 길은 내비게이션 안에만 있겠죠.” 11일 막을 올린 연극 ‘나와 할아버지’ 마지막 장면에서 ‘작가’ 역의 배…
●‘끈적하고 야한’ 십센치, 수천 명팬 마음 홀리다●26곡 소화, 울고 웃었던 160분●“어쩔 수 없어. 오늘 아니면 우리가 언제 또 이러겠나.”이 콘서트는 과연 누구를 위한 공연인가?인디밴드 십센치(10cm. 윤철종 권정열)가 오늘 하루 날을 제대로 잡은 듯하다. “즐기겠다”던 두 …
●발라드-군가-셔플댄스-클럽 뮤직…장르 초월●지드래곤으로 깜짝 변신 ‘판타스틱 베이비’●오는 4월 새 앨범 발매 및 소규모 공연 예정“제 걱정 많았죠? 오늘 여러분들께 고소당하지 않을 만큼 확실하게 불러드릴게요.”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처럼 박효신(32)의 음성이
“눈 감으라. 외면하라. 그대 저 들끓는 검은 늪, 심연을 들여다보지 마라. 들여다보고 들여다보면 마침내 심연도 깨어 일어나, 그대의 영혼을 마주 들여다보리니, 그대 다시 순결할 수 없고 다시는 평온을 맛볼 수 없으리라.” 무대 위를 가로지르는 공중의 철제 다리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