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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일 났다, 우리 포도밭[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8〉

    큰일 났다, 우리 포도밭[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8〉

    태초에 포도나무란 것이 있었다. 모든 나무의 목표는 하나다. 자신의 씨앗을 멀리멀리 퍼뜨리는 것.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포도나무는 새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먼저 포도나무는 씨앗을 숨긴 작고 달콤한 열매를 만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새들아 이리 오렴. 내 너희들이 먹기에 꼭 알맞은 …

    • 2020-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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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방법[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7〉

    인생이 내추럴해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방법[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7〉

    “내추럴 와인이 뭐예요? 그럼 지금까지 내가 마신 건 내추럴이 아닌 거예요?” 요즘 이런 질문들을 곧잘 받는다. 내추럴이 대세인지 내추럴 식탁, 내추럴 가든, 내추럴 스타일, 내추럴 하우스, 내추럴 대화, 내추럴 인생…. 어디나 다 내추럴이다. 어떤 프랑스 내추럴 와인 광고에 한 남자…

    •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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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죽으란 법은 없으니까[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6〉

    세상에 죽으란 법은 없으니까[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6〉

    양조장에 출근한 레돔이 아침 일찍 전화를 하면 불길하다.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수입한 샴페인 핸들링 기계 문짝 고리가 부서졌다고 한다. 쇠로 된 문짝에 새로운 구멍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쇠문에 구멍을 어디 가서 내는지 모르겠지만 빨리 수리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니까…

    •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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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바브를 좋아하는 프랑스 남자들[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5〉

    루바브를 좋아하는 프랑스 남자들[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5〉

    레돔은 텃밭 가꾸기를 좋아한다. 문제는 자기가 좋아하는 작물만 심는다는 것이다. 고추나 부추, 머위 같은 것을 심어놓으면 전혀 돌보지를 않는다.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작물만 이리 살피고 저리 살핀다. “이것 봐. 올해는 루바브가 꽤 크게 자란다. 아스파라거스도 참 잘 올라온다. 쑥쑥 하…

    • 20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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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일기예보가 맞을 거야[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4〉

    내일은 일기예보가 맞을 거야[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4〉

    “중부지방에 밤늦게 비올 확률 60%, 120mm 온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거지? 햇볕이 내리쬐네. 천둥 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내린다고 해놓고 어떻게 이렇게 날씨가 화창할 수 있지? 만날 돌풍을 동반한 천둥번개와 함께 많은 비가 올 거래. 그것도 토요일 온다, 일요일 온다, 월요일 온…

    • 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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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밀을 뿌리면 기분 좋은 일이 생긴다[포도나무 아래서]<53>

    호밀을 뿌리면 기분 좋은 일이 생긴다[포도나무 아래서]<53>

    “호밀이 이렇게 키가 클 줄 몰랐네. 생각지도 않게 부자가 됐어. 한 줌의 호밀을 뿌렸을 뿐인데 이렇게 숲을 이루어주다니 정말 신기해! 키가 나보다 더 크다!” 레돔은 호밀밭을 돌아다니며 감탄한다. 비가 내리자 호밀이 흠씬 더 자랐다. 작년 겨울 국립종자원에 연락해 소독하지 않은 씨앗…

    • 20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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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비가 꼭 오겠지[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2〉

    내일은 비가 꼭 오겠지[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2〉

    포도나무 심기 3차 농활, 이제 우리는 깔딱 고개를 넘었다. 4월 들어 총 1300그루의 포도나무를 심고 사이사이에 어우러져 포도나무의 친구가 되어 줄 다양한 품종의 나무들도 200여 그루 심었다. 아마존 산불로 사라진 나무들이 수안보 언덕 포도나무로 환생해 지구의 팔딱이는 초록 심장…

    •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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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사로운 봄날, 청춘들의 곡괭이질[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1〉

    따사로운 봄날, 청춘들의 곡괭이질[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1〉

    “여기 이렇게 대나무 꽂힌 자리에 곡괭이로 구멍을 파야 합니다. 30cm 정도 깊이로 파서 묘목을 구덩이에 넣어요. 그 다음엔 금방 파낸 촉촉한 흙을 잘게 부숴서 충분히 덮어서 꼭꼭 눌러준 뒤 여기 이 귀리랑 보리를 베어서 그 위를 수북하게 짚과 함께 덮어줍니다. 그 다음엔 이 보호 …

    • 20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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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은 아름다워’ 농법[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0〉

    ‘인생은 아름다워’ 농법[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50〉

    “저렇게 심으면 포도나무 다 얼어 죽을 텐데 말입니다. 프랑스 남자라서 뭘 모르나 본데 여긴 한국이라니까…. 겨울 못 넘겨. 그리고 포도밭에 저렇게 보리랑 귀리를 잔뜩 뿌려서 어쩌려고 해요?” 프랑스 남자와 대화가 안 되니까 내가 밭에 가면 이웃이 와서 이런저런 말들을 한다. 나는 걱…

    •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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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절에 순종하며 일하는 봄날[포도나무 아래서]〈49〉

    계절에 순종하며 일하는 봄날[포도나무 아래서]〈49〉

    “보온병에 따뜻한 차 좀 가져가고 싶은데 모과차가 어디에 있지?” 바깥은 아직 어두운데 레돔이 나를 깨운다. 단꿈에 젖어 있던 나는 겨우 이불 속에서 나와 보니 그는 벌써 아침을 다 먹었다. 아침이라고 해봐야 마른 빵 두 조각과 커피, 사과 콩포트(과일을 설탕에 졸인 디저트)가 전부다…

    • 20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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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허에서 찾아낸 귀한 것들[포도나무 아래서]〈48〉

    폐허에서 찾아낸 귀한 것들[포도나무 아래서]〈48〉

    세상이 뒤숭숭하니 동선이 단순해졌다. 집과 양조장만 오간다. 가장 먼저 내추럴와인 살롱이 취소됐고 뒤이어 농부시장 혜화 마르쉐가 취소됐다. 포항 재래돼지고기 공방 방문이 취소되고 수안보 온천 만남도 취소됐다. 동사무소 요가도 취소됐고 동네 친구들과의 독서와 그림 모임도 취소되고 시드르…

    •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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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님, 미안해요[포도나무 아래서]〈47〉

    땅님, 미안해요[포도나무 아래서]〈47〉

    우리 양조장에 매주 이틀씩 일하러 오는 빨간 장화 총각, 그는 중학교 때 우연히 와인을 마시게 되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선물로 받은 것을 뭔지도 모르고 마셨는데 ‘우엑’ 하면서 뱉어냈다고 한다. 그런데 혀에 남은 깔깔한 맛이 너무나 인상 깊어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 202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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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가장 멀리서 온 아버지의 빵[포도나무 아래서]〈46〉

    세상 가장 멀리서 온 아버지의 빵[포도나무 아래서]〈46〉

    “아직도 못 받았다고? 설마 아직도 드골 공항에 묶여 있는 건 아니겠지? 구운 지 벌써 1주일이 지났는데 껍질이 다 말라버리겠다. 이번엔 나랑 같이 너의 누이 실비가 함께 만들었다. 네 엄마는 정말 크게 만들었는데 네 누이 것은 작다….” 시아버님이 매일 전화해서 도착 여부를 묻는 소…

    • 20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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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울 땐 효모로 사과파이를 굽는다[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

    추울 땐 효모로 사과파이를 굽는다[포도나무 아래서/신이현]

    “1월에 양조장에서는 무엇을 하죠? 요즘엔 농사를 짓지 않으니 시간이 좀 넉넉한 때 아닌가요? 이럴 때 여행도 좀 다니고 해야겠네요.” 사람들은 우리가 겨울엔 좀 한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겨울이 오면 팔도를 다녀보리라 계획을 짜지만 막상 겨울이 되면 꼼짝할 수가…

    •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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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에도 와인을 만듭니다[포도나무 아래서]〈44〉

    새해에도 와인을 만듭니다[포도나무 아래서]〈44〉

    “이제 내 초등 동창생들이 여섯 명 남았다. 모두 스물넷이었는데 말이다! 작년에 셋 떠나버리고, 하나는 지금 병원에서 불려 갈 준비 중이다. 내 예감인데 내년 새해에 나는 여기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새해 별자리 운세를 봤는데 올해 너희는 무척 바쁠 것이라고 한다. 올해도 얼굴 보기 …

    •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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