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꿈을 꾸었다. 그중에서도 절실한 꿈이 하나 있었다.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버킷리스트 가장 앞자리에 있는 꿈이었다. 바로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대화’였다. 아버지는 서른셋 젊은 나이에 한 살 어린 아내와 네 자식을 두고 돌아가셨다. 나는 장남으로 열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의 서시(序詩). 버킷 리스트란 제목을
얼마 전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면접에 대비한 강의를 했다. 그들이 내게 기대했던 건 복장이나 화술, 표정관리와 자세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참고하라고 말했다. 학생들로서는 ‘무슨 이런 강의가 있나’ 싶었을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딱히 이루고 싶은 꿈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장래희망을 써야 할 네모 칸이 있으면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단어들은 책임지기, 어려운 일 피하지 않기, 의미 없는 일 하지 않기, 그러면서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
나이가 들수록 간절히 보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소식조차 모르는 초등학교 시절 소꿉장난 친구가 보고 싶고, 중학교 때 엄했던 수학선생님도 만나고 싶다. 낙엽이 떨어지고 찬 바람이 불면 그 옛날 사람들이 더욱 보고 싶어진다. 그중 간절히 보고 싶은 사람이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비교적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편이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해야 하고, 싫은 것은 억만금을 줘도 하지 않는 성격이라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얘기도 듣고 손해도 종종 본다. 그렇다고 뭔가 의무감에 시달려 싫은 것을 한 적은 별로 없다.
100년 인생 설계를 운운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인생을 사람이 설계할 수 없는지라 나는 늘 내 수첩에 새겨둔 한 구절을 되뇐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어느 시점에 내게 주어진 생을 마무리하게 될지 모를 인생길에 이 한마디는 주어진 순간을 소중하게, 최선을 다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참 많은 생각을 했다. 그동안 나는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되새겨봤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가 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어리석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몇 배로 열심히 살 텐데.
생각해 보니 나는 말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법정에서 딱딱한 법조문을 읽고, 재판소에 제출할 청원서를 쓰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편지를 논리 정연하게 쓰는 일들이 내가 변호사로서 10여 년간 해 온 일이다. 법도 사람의 관계를 규정하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조
원고 청탁을 받고 “맘마미아(어머나)!”를 외쳤다. 며칠 전 동료와 재미 삼아 버킷리스트를 10가지씩 적기로 한 기억이 나서다.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적어보고 잠시 행복해했다. 흔쾌히 승낙을 했지만 그때의 기억들을 되살리고 고민에 빠졌다. ‘다이어트하기
어떤 자리든 나를 소개하는 사람은 횡설수설할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해도 참 번잡스럽다. 시인 건축가 건축평론가는 공식 직함이고, 그림에 미술비평에도 손대고, 만화에 만화비평, 영화비평, 전시 및 공연기획자에다가 아예 세상에 없는 직업까지 만들었다. 나 스스로 이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당시 피아노가 무엇을 의미했는가를. 남루했던 시절, 피아노는 부유함의 상징이었다. 피아노가 있는 집과 없는 집, 뭐 이렇게 구별해도 좋을 것 같다. 피아노를 장식품으로만 여겼던 집도 있었다. 피아노는 급하게 구했지만 아름다
여행을 떠나려 한다, 죽기 전에. 얼마나 대단한 여행이기에 ‘죽기 전에’라는 단서에 거창한 다짐까지? ‘버킷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적는 것이지만, ‘할 수 있을 때 꼭 해보자’는 마음의 다짐이기도 하리라 생각한다. 나는 할 수 있을 때 두 가지 여행
좋은 묵상집 하나를 쓰고 싶다. 내가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다. 그동안 많은 책을 냈다. 책이라면 진력이 날 만도 하다. 그 책들도 엄밀히 말하면 내 묵상을 통해 쓴 글들이니 묵상집이라고 말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썼던 시집이나 산문집들과
고전은 저자의 오랜 노력의 산물이다. 허준은 ‘동의보감’을 1596년에 시작해 1610년까지 15년 걸려 완성했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20세에 계획해 63년이나 걸려 그가 죽은 1832년 완성했다. 토인비는 23개 문명의 흥망성쇠를 다룬 ‘역사의 연구’를 1934년에 시작해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