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사랑초 연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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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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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만화를 보다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연하장이 뭔가요?

A : 연하장은 결혼할 때 보내는 초대장이 아닌가요?

사랑초, 장용길 그림제공 포털아트
사랑초, 장용길 그림제공 포털아트
인터넷에서 발견한 연하장에 관한 문의와 답변 내용입니다. 질문한 사람이나 대답한 사람이나 연하장을 잘 모르는 어린 학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연하장도 사라져가는 문화 중의 하나가 되었다는 걸 질문과 답변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 메시지는 엄청 오가지만 실제로 연하장을 써서 우편으로 보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문자메시지, 동영상, e메일 연하장, 트위터로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연하장은 10세기부터 중국에서 널리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받는 사람의 지위가 높을수록 연하장의 겉모습이 화려해 어떤 것은 길이가 6m나 되고 인부 여섯 명이 운반을 해야 할 정도로 무거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예부터 새해가 되면 축하인사를 주고받는 풍습이 있어 직접 찾아가 인사를 드리거나 서찰을 보내 인사를 대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근대적 의미의 연하장은 우편법이 제정되고 엽서가 발행된 뒤부터 일반화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새해가 되면 연하장을 직접 만들어 보내는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밤을 지새우며 한 장 한 장 정성들여 만들고 받는 사람 하나하나를 배려해 그림과 인사말을 각각 다르게 담으니 여간한 정성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정성들여 손수 만든 연하장을 보내는 사람이 있었다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문자나 e메일 혹은 이미지나 동영상을 많은 사람에게 간편하게 발송할 수 있는 요즘과 같은 시대정서로는 그런 행위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시간낭비로 치부될지도 모릅니다.

연하장을 보내는 행위는 사랑의 씨앗을 파종하는 행위입니다. 마음을 나누고 더 깊은 교류의 뿌리를 내리고자 상대방에게 다시 시작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연하장 발송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는 이기적인 계산과 감정적 경계가 작용하여 그릇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상대와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고르는 반면 자신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감정적으로 불편한 상대는 이런저런 자기변명을 만들어 어떻게든 제외시키려 합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요?

현명한 사람은 자신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하장을 보냅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 자신을 험담하는 동료, 자신에게 부당한 일을 강요하는 친구 등등, 주변을 돌아보며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감사와 배려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것은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문제시하기보다 상대방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반성할 줄 아는 넉넉한 도량이 만들어낸 여유입니다.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사람이 우리를 성장하게 만드는 정신적 스승임을 알게 된다면 세상에 기피해야 할 대상은 아무도 없습니다. 미운 사람, 보기 싫은 사람에게 보내는 역발상 연하장, 닫혀 있던 마음을 열면 사랑초의 향기가 멀리멀리 퍼져갑니다.

박상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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