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임금 협약 잠정 합의에 도달하며 우려됐던 파업 위기는 일단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은 한국 산업계 전체의 임금·보상 체계를 뒤흔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도입하면서 산업계에 적잖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노사는 반도체(DS) 부문 사업 성과의 10.5%를 향후 10년간 특별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까지 합치면 사실상 영업이익의 12%가 성과급으로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증권가의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인 300조 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36조 원이 성과급으로 쓰이는 셈입니다. 메모리사업부의 연봉 1억 원 직원이 6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한 데 이어 삼성전자까지 비슷한 체계를 도입하면서,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 새로운 뉴노멀로 자리 잡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2001년 삼성전자가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초과이익성과급 제도를 도입했을 때 주요 기업들이 뒤따랐던 전례를 떠올리는 시각도 많습니다.
이런 수준의 영업이익 직접 연동 보상 체계는 글로벌 기준으로도 매우 이례적입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높은 보상으로 유명하지만 단순 이익 규모만이 아니라 매출 성장, 조직 기여도, 개인 성과, 장기 기업가치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합니다. 반면 한국식 영업이익 중심 성과급은 특정 산업 호황이 곧바로 초대형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올 1분기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차지한 비중은 77%. 한국 경제 전체 이익의 대부분이 반도체 두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산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이 반도체 기업과 비(非)반도체 기업으로 갈라지는 현상” 또한 우려합니다. 실제로 대부분 제조업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발 공급 과잉, 내수 침체 등으로 수익성 확보조차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기업들까지 삼성전자식 보상 체계를 따라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성과급 경쟁이 자칫 인재 쏠림과 산업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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