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에너지 수급과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충격이 한국 경제를 덮쳤습니다. 세계 경제의 ‘에너지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와 석유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자 그 피해는 산업계를 넘어 생활에 필수적인 의식주 등 민생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겁니다. 중동발(發) 에너지와 공급망 ‘트윈 쇼크’가 한국 경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모양새입니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유, 석유화학 업계는 물론이고 조선, 철강, 바이오, 화장품 업계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와 에틸렌 등 산업 기본 원료가 끊기면서 비닐, 플라스틱, 기저귀 등 생활필수품 공급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장 건설 현장에서도 페인트와 단열재 등 주요 자재 값이 크게 오르고, 콘크리트 혼화제(굳는 정도를 조절하는 화학물질)가 부족해 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외환·금융시장도 복합 충격에 출렁거렸습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야간거래에서 1521.1원까지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1520원을 넘었습니다. 코스피는 3% 가까이 빠지며 5,300선 밑으로 주저앉았습니다. 29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물이 3% 가까이 오르면서 배럴당 115달러를 돌파한 영향으로 보입니다.
에너지 수급 불안과 국내 산업 가치사슬(벨류체인) 붕괴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과거 팬데믹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때보다 더 거센 파고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에너지와 산업 기본 원료를 사실상 전량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 경제의 급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동 사태에 따른 여파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대폭 낮췄는데 한국의 조정 폭(―0.4%포인트)을 영국(―0.5%포인트) 다음으로 컸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잇따라 한국의 성장률을 낮춰잡고 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쟁이 1년 이상 이어지면 성장률이 0%대로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