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7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의대 정원이 다시 늘어납니다. 정부는 10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어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기존보다 490명 늘리기로 확정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 ‘2000명 증원’이 의료계 반발로 좌초된 지 2년 만에 다시 추진되는 겁니다.
정부는 2027학년도 490명을 시작으로 2028·2029학년도에는 매년 613명, 2030·2031학년도에는 공공의대와 지역의대 신설분을 포함해 매년 813명씩 늘려 5년간 총 3342명을 증원하기로 했습니다. 연평균 증원 규모는 668명으로, 과거 추진됐던 연 2000명 증원의 약 3분의 1 수준입니다.
늘어난 정원은 모두 서울을 제외한 전국 32개 의대에서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됩니다. 이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등록금과 정주 비용 등을 지원받는 대신,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간 출신 고교 인근 지역에서 의무 복무해야 합니다. 지역 의료 인력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정책적 의도가 분명히 반영된 대목입니다.
정부는 의대별 교육 여건도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방 거점 국립대 의대와 병원의 기능 강화를 위해 정원 50명 미만의 이른바 ‘미니 국립대 의대’는 최대 100%까지 증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구체적인 대학별 증원 규모는 교육부 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4월 중 확정될 예정입니다.
보정심이 당초 2037년 기준 부족하다고 추산했던 의사 수는 4724명. 하지만 이번 증원 규모는 이보다 25% 적게 책정됐습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동시에 수업을 듣게 될 학번들의 교육 여건을 고려해 75% 수준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증원”이라며 보정심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습니다. 정부는 과학적 추계와 사회적 합의를 거친 절충안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의료계와의 갈등 관리라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번 의대 증원은 ‘더 늦출 수는 없지만, 다시 실패해서도 안 된다’는 정부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결정입니다.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정책 목표와 교육의 질, 의료계 수용성 사이에서 이 절충안이 실제 이행 과정에서 어떻게 풀려갈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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