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구 감소에 시달리던 스위스 남부 루가노는 인구가 6만 명 수준의 소도시로, 강원 삼척시나 경북 문경시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그런데 2020년 이후 5년간 인구가 6000명 이상 늘어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루가노시는 금융 비밀주의 붕괴와 코로나19 이후 산업 침체를 겪으면서 가상자산 산업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지역화폐를 도입하고 10% 환급 제도를 시행한 뒤, 2022년 ‘플랜B 프로젝트’를 통해 비트코인과 테더를 공식 결제수단으로 인정했습니다.
동아일보 기자가 찾아간 루가노 시내의 400여 카페·이발소·슈퍼마켓에서는 QR코드로 비트코인이나 테더(USDT)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1937년 개업한 노포(老鋪) 카페에서도 스마트폰으로 ‘가상지갑’을 열어 에스프레소 값을 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백화점과 환전소에는 가상자산 ATM도 설치돼 있습니다. 루가노시는 2023년부터 비트코인·스테이블코인으로 세금을 낼 수 있게 했습니다.
루가노는 최근 3년간 100개 이상의 가상자산 스타트업을 유치했는데요. 도시 전체가 블록체인 기술의 테스트베드가 된 셈입니다. AI·3D 스캐닝을 활용한 패션 산업 디지털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전 세계 블록체인 기업과 청년들이 몰려들면서 20대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지방 소도시들은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해 있죠. 전국 229개 시군구 중 62곳(27.1%)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습니다. 정부가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운영 중이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루가노처럼 지역의 산업 특성과 신기술 역량을 결합한 맞춤형 전략을 찾아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동아일보는 다양한 방법으로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해외 중소 도시들을 취재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곳곳에서 디지털 경제 활성화, 빈집 활용 공동체 재건, 첨단 제조업 전환, 친환경 도시 조성, 산학협력 생태계 구축, 대중교통 중심 콤팩트 시티 등의 성공 사례들을 알아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여러분을 찾아갈 6번의 시리즈 기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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