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오는 18일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각각 지명했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인데, 국회가 최대 30일 안에 청문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권한대행은 직권으로 후보자를 재판관에 임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상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임명한 것은 헌정사상 전례 없는 일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어제 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약 100일 만에,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마용주 대법관을 각각 임명했는데, 동시에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고법 부장을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사실을 공개한 것입니다. 한 권한대행은 2명의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배경에 대해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에서 의결될 수 있고, 경찰청장 탄핵심판도 진행 중”이라며 “헌재 결원 사태가 반복돼 결정이 지연될 경우 대통령 선거 관리와 필수 추가경정예산 준비, 통상 현안 대응 등에 심대한 차질이 불가피하고 국론 분열도 격화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곧 퇴임할 예정인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대통령 몫인데, 차기 대통령 선거를 2개월 앞두고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인사권을 선거 전에 행사한 것입니다. 권한대행은 국민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과 달라서, 그동안 대통령의 헌법상 인사권을 소극적으로만 행사해 왔습니다. 과거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 재판관만 임명하고, 대통령 몫 권한대행은 대선 전까지 유보했습니다. 얼마 전 최상목 권한대행도 국회 본회의에서 선출된 국회 몫 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에 대해 형식적으로 임명 절차만 진행했습니다. 대통령 인사권에 속하는 재판관을 권한대행이 지명하고, 임명까지 한 전례가 없었던 겁니다.
한 권한대행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을 때 보였던 행동과는 너무 다릅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26일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마은혁 재판관은 물론 조한창 정계선 재판관에 대한 임명을 보류해 다음 날 민주당 주도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엔 9인 체제인 헌재가 정원에서 6명이나 부족한 6인 체제여서, 최소 7명이라야 가능한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한 권한대행이 지명한 후보자의 이력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학 및 사법연수원 동기입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징계취소 소송에서 법률대리인을 맡은 적도 있습니다. 특히 비상계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 이른바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해 비상계엄에 공모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국회와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에게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향후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자기가 대통령이 된 걸로 착각한 것 같다”며 “토끼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호랑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완규 함상훈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한다”며 “국회는 인사청문회 요청을 접수하지 않겠다. 국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용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