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입을 통해 합리적 임대 중개를 제공하고, 주택보수를 직접 해결해 임차인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주택 임대 기업입니다.’ 주식 투자로 수익률 1000%를 달성한 뒤 주택 임대 사업자로 변신한 젊은 CEO가 운영하는 한 부동산 업체의 사업계획서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이 같은 내용만 보면 세입자에게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회사의 이름은 ‘제임스네이션’입니다. 제임스로 불리던 30대 후반의 대표가 2016년에 자신의 영문명을 따 지은 겁니다. 홍대 클럽에서 가드를 하던 그는 이때부터 주택 임대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매매가와 전세금이 거의 비슷한 빌라 등을 무자본 갭투자로 사들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서울 강서구 219채와 금천구 147채 등 서울 시내 25개 구 가운데 22곳, 경기 13곳, 인천 5곳 등 수도권 일대 40곳의 기초자치단체에서 그가 사들인 빌라 등만 모두 1093채입니다. 전세보증금을 합치면 총 2190억 원입니다.
기존의 전세사기는 건축주와 분양대행사, 공인중개사들이 서로 짜고 움직이는 방식이었다면 제임스네이션은 신축 빌라를 매입하고, 빌라를 보수하고, 세입자를 구해 계약하는 일 등을 한꺼번에 해결했습니다. 제임스네이션의 직원 30여명이 빌라 대량 매입, 매물 홍보와 중개, 빌라 보수 관리 등을 역할을 나눠 맡은 겁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2018년부터 나왔지만 수사기관은 전세 사기가 본격화된 올해부터 움직였습니다. 제임스네이션의 대표는 이달 9일 범죄집단 조직·활동, 사기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상태입니다. 범죄집단 조직·활동죄가 유죄로 인정되면 범죄수익 추징이 가능해 범죄수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데, 피해자들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 시간까지 기다리는 것이 무척 버겁다고 합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40대 피해자의 1125일간의 피해 과정은 말 그대로 고통 그 자체입니다.
청년과 서민들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을 잃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것이기 때문에 전세 사기야 말로 사회적 재난이라고들 합니다. 신종 기업형 전세사기를 뿌리 뽑고, ‘제2, 제3의 제임스네이션’이 더 이상 청년이나 서민들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