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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한 스푼

미술관에서 만나는 다양한 창의성의 이야기로 한 스푼의 영감을 채워드립니다.

영감 한 스푼
  • 프리즈 서울-키아프 2년… 돈과 숫자보다 중요한 ‘이것’[영감 한 스푼]

    ‘반짝이는 것. 화려한 것. 비싼 것.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 미술에서 가장 쉽게 관심을 받는 이야기는 이런 것들입니다. 덕분에 아트페어 기사를 쓰게 되면 어떤 작품이 얼마나 비싼 가격에 팔렸고,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 페어를 찾았으며, 그 안팎에서는 또 얼마나 화려한 파티들이 벌어졌는지를 다루게 됩니다. 이번에는 좀 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한남 나이트, 디너파티, VIP 오픈…. 영어 단어들로 장식된 시간을 지나고 난 뒤의 차분함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공유합니다.반짝이는 것을 좇는 사람들 “한국에서 1년 동안 마실 샴페인의 절반은 이번 주에 소비된 것 같아요.” 프리즈 서울(6∼9일)이 막을 내릴 무렵인 8일 어느 갤러리스트가 제게 한 말입니다. 5일부터 7일까지 갤러리들이 나눠준 술과 음식은 물론이고 미술계 관계자들이 참석했을 수많은 식사와 파티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느다란 샴페인 잔에서 수직으로 피어오르다 사라지는 거품처럼, 아트

    •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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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교수직 떠난 직후 화가가 그린 ‘빨간 눈 자화상’ 의미는?[영감 한 스푼]

    가지런한 도로 위를 나란히 달리는 버스. 그 안에는 좌석들이 줄지어 놓여 있고, 승객들이 차곡차곡 앉아 어디론가 떠나고 있습니다. 버스의 위로는 동그라미가 질서정연한 전광판, 코카콜라 광고판이 보이지만 검은 무늬가 시선을 왼쪽으로 흐르게 만들고 있죠. 우리의 눈은 이 그림에서 가장 큰 형체, 벌거벗은 붉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이 사람은 마치 도시의 그 모든 풍경 밖에 서서 ‘아웃사이더’인 것처럼 굳은 채 오른쪽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가지런한 도시의 질서 속에 도저히 자신을 담을 수 없다는 것처럼 말이죠. 그의 오른쪽 아래 또 다른 화려한 색깔의 인물도 버스 사이를 가로지르며 야성적인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서용선 작가(72)가 1989년, 1991년에 걸쳐 그린 ‘도시-차 안에서’입니다.벼락처럼 떨어진 도시 속 군상들서용선의 1980년대 초반부터 최근 작품까지 70여 점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이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습니다.그간 서용선

    • 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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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즈, 키아프, 서울아트위크… 돈과 숫자보다 중요한 ‘이것’[영감 한 스푼]

    반짝이는 것. 화려한 것. 비싼 것.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미술에서 가장 쉽게 관심을 받는 이야기는 이런 것들입니다.덕분에 아트페어 기사를 쓰게 되면, 어떤 작품이 얼마나 비싼 가격에 팔렸고,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 페어를 찾았으며, 그 안팎에서는 또 얼마나 화려한 파티들이 벌어졌는지를 다루게 됩니다.저 역시 그런 기사를 썼지만..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좀 더 솔직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한남 나이트, 디너 파티, VIP 오픈, 삼청 나이트…. 영어 단어들로 장식된 시간을 지나고 난 뒤의 차분함 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공유합니다.반짝이는 것을 쫓는 사람들“한국에서 1년 동안 소비할 샴페인의 절반은 이번 주에 쓰였을 것 같아요.”프리즈 서울의 6일 개막을 전후로 한 ‘아트위크’의 막바지인 오늘 어느 갤러리스트가 제게 한 말입니다.5일부터 7일까지 한남동, 청담동, 삼청동 갤러리들이 나눠준 술과 음식은 물론, 미술계 관계자들이 참가했을 수많은 저녁 식사와 파티를 생

    • 202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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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힘들 때에도 이중섭의 그림 편지는 밝았다[영감 한 스푼]

    여러분 안녕하세요?오늘은 2주 전 ‘이중섭, 그 사람’을 쓴 오누키 도모코 인터뷰에 이어 이중섭의 편지화에 관한 책 ‘이중섭, 편지화’를 쓴 미술사학자 최열과의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최열은 이중섭에 관한 주요 문헌들을 토대로 쓴 ‘이중섭 평전’을 2014년 발간했고, 오누키 도모코가 이중섭에 관해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하는데요.이번에는 왜 이중섭의 편지화에 주목했는지, 그 특징은 무엇이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작품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편지화김민(민): 이중섭의 편지화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최열(열):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편지화를 소장품에 넣기 전에는 편지화가 작품이 아니라고 소장가들이 생각했습니다. 그 후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회고전을 할 때 이중섭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가 화제가 되면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죠.이 전에는 편지화에서도 이를테면 아들에게 쓴 편지에 ‘태성군’이라고 적혀 있다면, 이 글을 지우고 마치 그림인 것처럼

    • 202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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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캔버스 위 구두와 주먹… 추상 대신 현실 드러내다[영감 한 스푼]

    그레타 거위그 감독의 영화 ‘바비’가 인기를 끌면서 분홍색이 유행이라고 하죠. 오늘 만날 이 그림에도 분홍빛이 가득하지만, 그 분위기는 ‘바비’와는 전혀 다릅니다. 그림 속 분홍은 거칠고 새빨간 선을 만나 피가 흐르는 살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죠. 누군가 쓰러져 더미처럼 쌓인 듯 이 그림의 뒤편에는 구두가 한가득 장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앞에는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운 얼굴이 눈만 껌뻑이며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죠. 팔도 다리도 없는 이 형상의 배 위에는 케이크가 잔뜩 놓여 있습니다. 이 작품은 미국의 화가 필립 거스턴(1913∼1980)이 1973년 그린 ‘그리기, 담배 피우기, 먹기’입니다. 얼핏 보면 귀여운 것도 같지만 자세히 보면 섬뜩한 이 그림에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요? “미국 추상은 사기다”거스턴은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1913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1919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았습니다. 이때 미국에서는 흑인과 유대인을 상대로 잔혹한 테러를 자행했던 KKK단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

    •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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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추상은 사기” 폭탄 발언한 美 예술가, 대대적 재조명되다[영감 한 스푼]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 ‘바비’가 인기를 끌면서 분홍색이 유행이라고 하죠. 오늘 만날 이 그림에도 분홍빛이 가득하지만, 그 분위기는 ‘바비’와는 전혀 다릅니다. 그림 속 분홍은 거칠고 새빨간 선을 만나 피가 흐르는 살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죠.누군가 쓰러져 더미처럼 쌓인 듯 이 그림의 뒤편에는 구두가 한가득 장벽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앞에는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운 얼굴이 눈만 껌뻑이며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죠. 팔도 다리도 없는 이 형상의 배 위에는 케이크가 잔뜩 놓여 있습니다.이 작품은 미국의 화가 필립 거스턴(1913~1980)이 1973년 그린 ‘그리기, 담배피기, 먹기’입니다. 대충 보면 귀여운 것도 같지만 자세히 보면 섬뜩한 이 그림에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요?“미국 추상은 사기다”거스턴은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1913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1919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았습니다. 이때 미국에서는 흑인과 유대인을 상대로 잔혹한 테러를 자행했던 KKK단이 기승을 부리고 있

    •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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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섭의 아내를 만난 일본의 신문 기자[영감 한 스푼]

    여러분 안녕하세요?화가 이중섭과 그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의 사랑 이야기는, 이중섭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두 사람은 7년을 부부로 지냈고, 이중섭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야마모토 여사는 두 아들과 함께 70년을 살다 지난해 작고했습니다. 8월 13일이 야마모토 여사의 별세 1주기였답니다.그런 야마모토 여사의 이야기를 취재하고 일본에서 책으로 출간한 신문 기자가 있습니다. 마이니치 신문의 정치부 기자 오누키 도모코입니다. 일본어로는 ‘사랑을 그린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펴낸 그녀의 책은 2020년 한국에 관한 책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쇼가쿠칸 논픽션 대상을 받았습니다.이 책이 최근 ‘이중섭, 그 사람’(혜화1117)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번역 출간됐습니다. 그녀를 만나 이중섭에 관한 책을 쓰게 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그녀를 만나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은, ‘왜 이중섭에게 매료되어 책을 쓰셨나요?’였습니다.그런데 그 질문을 하기 전에 또 다른 이중

    •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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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토니 반 다이크, 권력은 어떻게 연출되는가?[영감 한 스푼]

    영국의 새로운 국왕인 찰스 3세의 대관식이 올 5월 6일 성대히 거행되었습니다. 사실 ‘찰스’라는 이름은 영국에서 그리 반가운 이름이 아닙니다. 찰스 1세는 영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하들에게 붙잡혀 반역죄로 처형당한 비운의 국왕입니다. 아들 찰스 2세는 폐위와 암살 위협에 시달리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죠. 찰스 2세 이후 오랜만에 찰스라는 이름의 국왕이 등장했습니다. 이를 기념해 역대 찰스 왕들의 미술 세계를 초상화와 엮어 읽어 보겠습니다.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 후계자가 없었던 엘리자베스 1세의 뒤를 이은 제임스 1세는 원래 스코틀랜드 국왕이었는데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왕위까지 물려받아 최초로 영국 통합 군주가 됩니다. 그러나 그의 아들인 찰스 1세는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쥐지 못했고, 이를 위해 이미지 메이킹을 묘안으로 내세웁니다. 여기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찰스 1세는 어릴 때부터 병약해 160cm도 안 될 만큼 키가 작았고, 성격마저 내성적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위대하게 그

    •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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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사상 처음으로 처형당한 비운의 왕…권력의 이미지는 어떻게 연출됐나?[영감 한 스푼]

    여러분 안녕하세요?미술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2016년부터 시작돼 7권까지 발간되고 30만 명이 본 미술 교양서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현재 8권 바로크편을 집필하고 계신 저자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님께서, 올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계기로 ‘난처한 미술이야기’ 특별판을 출간하셨는데요.바로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에 얽힌 사회와 역사의 맥락을 자세히 소개한 ‘난처한 미술이야기: 내셔널갤러리 특별판’입니다.양 교수님은 한국예술연구소장, 한국미술사교육학회장 등을 역임하고 미 존스홉킨스대와 메릴랜드 미술대학에서 방문 교수로 미술사를 연구하는 등 학자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다락방에서 발견한 백과사전 삽화에 마음을 빼앗긴 후 미술을 운명이라 믿었고,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뒤, 영국 런던대(UCL)에서 미술사 박사 학위를 받았죠.영국 유학 시절 수시로 찾았

    • 202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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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해는 웃어버리고, 경계는 넘어서고…‘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의 최수진, 나이트오프 인터뷰[영감 한 스푼]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주도에 있는 ‘포도뮤지엄’에 가면 음악가 나이트오프(이이언, 이능룡)이 노래를 만들고 미술가 최수진이 영상을 만든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를 들을 수 있답니다. 1년 전에 완성되어 미술관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이 음악과 영상이 최근 유튜브와 음원으로도 공개되었습니다. 목탄으로 그려 지우개로 지운 흔적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드로잉은 따스한 손을 떠올리게 하고, 나이트오프의 가사와 음악은 소외된 모든 사람들을 어루만지려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이들을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최수진과

    •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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