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성산 보궐선거…명분 사라지고 정치공학만 남은 ‘진보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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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23일 0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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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 배제된 채 민주당·정의당 단일화 추진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비판 목소리 쏟아져

4·3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나서는 권민호 민주당 후보(왼쪽)과 여영국 정의당 후보(오른쪽) © 뉴스1
4·3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나서는 권민호 민주당 후보(왼쪽)과 여영국 정의당 후보(오른쪽) © 뉴스1
“조급증의 말로다. 진보진영 지지층이 흩어졌다. 명분은 없고, 정치공학만 남았다.”

4월3일 치러지는 보궐선거전에 본격된 가운데 선거주요 변수로 꼽히는 ‘범진보진영 단일화’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진보정당인 민중당을 배제한 채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단일화를 추진하면서 명분은 사라지고 정치공학적 야합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정의당과 민주당은 22일 오후 투표용지 인쇄 전인 오는 25일까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합의했다. 두 당은 24~25일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세부사항은 합의에 따르기로 했다.

단일화 문구 내용과 여론조사 실시 시점 등도 합의했으나, 공개 않기로 했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민주당은 ‘경제를 살릴 힘있는 집권 여당의 후보’라는 표현을, 정의당은 ‘노회찬 정신을 이을 후보’라는 문구를 넣자고 각각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당과 민주당 간 단일화에 급속도로 추진되는 가운데, 이번 단일화를 두고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양측 모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진보정당인 정의당과 민중당은 단일화 추진 기구인 경남진보원탁회의를 개최하며 단일화논의를 시작했지만, 계속된 협상 끝에 사실상 결렬됐다.

민중당은 ‘민주노총 조합원 투표 50% + 선거인단투표 50%’, 정의당은 ‘민주노총 조합원 투표 50% + 성산구민 여론조사 50%’를 고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 민주당이 ‘3자 원샷 단일화’를 제시했고, 진보정당 간 선(先)단일화를 요구한 민중당을 제외한 채 정의당-민주당 간 단일화가 추진되고 있다.

손석형 민중당 후보는 “진보정당이 단일화를 약속했지만, 이를 져버렸다. 조급증도 있고 순서도 틀렸다”며 두 당간 단일화를 비판했다.

손 후보는 “협상이란 게 밤을 새는 경우도 있다. 안된다고 하고 빠진 채 민주당과 한 것은 진보정당의 원칙과 가치를 져버린 것”이라며 “원칙없는 야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정의당을 겨냥하기도 했다.

단일화 추진 기구인 경남진보원탁회의 관계자는 “내부 회의에서 정의당의 정치판단과 행위가 적절하냐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며 정의당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원탁회의는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우리가 제시한 단일화 안을 진보정당이 수용하겠다고 하면 모를까 더이상 활동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진보정당 간 노력이 보여야 민주노총 조합원이나 진보 유권자가 동의할 텐데,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지역의 진보진영 관계자는 “정의당과 민주당이 단일화를 너무 조급하게 판단해 단일화 시너지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진보진영 단일화가 우선돼야 했는데, 실패하면서 진보지지층들이 흩어졌다”며 ‘명분없는 단일화’라고도 비판했다.

보수진영은 단일화를 ‘정치적 야합’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기윤 한국당 후보는 “많은 시민들은 지금 집권 여당이 다른 당과 단일화를 하는 것을 보고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구태정치이고 야합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 역시 “후보자의 가치에 맞게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단일화는 야합”이라고 겨냥했다.

창원성산은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다. 보수세가 강한 경남에서도 진보가 강세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진보진영 단일화가 선거 승패를 결정해왔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진보진영의 단일화 실패로 표심이 나눠지자 반사이익으로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20대 총선에서는 노회찬(정의당)·손석형(무소속) 후보간 진보단일화에 성공, 노 의원이 금뱃지를 달았다.

(경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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