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뒷모습에 길을 묻다’ 펴낸 류영수-김기중씨

  • 입력 2004년 10월 1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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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제자 김기중씨(오른쪽)과 함께 사진 에세이집을 펴낸 류영수 교수. -신원건기자
캡션제자 김기중씨(오른쪽)과 함께 사진 에세이집을 펴낸 류영수 교수. -신원건기자
2001년 2학기 말, 경희대 학부 교양과목 ‘사진 예술의 이해’ 시간. 류영수 교수(39·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가 물었다.

“내가 사진을 찍을 테니, 글을 써서 나와 함께 사진 에세이집을 내 볼 학생 없나?”

“제가 해보고 싶습니다.”

이후 류 교수와 제자 김기중씨(28·언론정보학부 4학년)는 ‘삶이 묻어나는 사람 이야기’를 위해 매주 머리를 맞댔다.

이들이 세운 원칙은 세 가지. ‘많이 알려진 사람이 아닐 것, 한 분야에서 3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마니아일 것,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을 것.’

이 기준에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헤맨 시간이 1년반. 음악 마니아를 찾기 위해 몇 달씩 서울 중구 회현동 LP음반 가게로 출퇴근했고, 한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연극쟁이’를 찾기 위해 대학로 극단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마침내 좋아하는 길을 고집해 온 7명을 찾아 이들의 삶을 담은 사진 에세이집 ‘뒷모습에 길을 묻다’(새로운 사람들)를 펴냈다.

50여년간 조연만 한 팔순의 노배우 전숙,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암벽을 타는 산악인 구인모, 강원 영월군 시골학교에 책 박물관을 연 박대헌, 빚을 지면서도 연극을 버리지 못하는 연출가 이용우, 취미로 모은 LP판 8000장으로 음악 카페까지 낸 음악애호가 이남재, 트럭 운전으로 돈을 모아 아프리카로 떠나는 여행가 장강환,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오토바이 마니아 박의한씨의 삶이 35장의 흑백사진들과 함께 소개됐다. 각 인물마다 걸어온 인생을 상징하는 뒷모습도 담았다.

“관념적인 사진 에세이 대신 쉽고, 사람에게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을 내고 싶었습니다. 전문가보다는 글 솜씨가 떨어져도 때 묻지 않은 글이 나을 것 같아 학생과 함께 작업을 했지요.”(류 교수)

“항공대를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한 뒤 다시 경희대에 입학했을 만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통해 희망을 찾으면, 저에게도 희망이 보일 것 같아 교수님과 함께 이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김씨)

길게는 몇 달씩, 7명을 만나면서 각기 다른 인생을 산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됐다.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다들 따뜻하더군요.”(류 교수)

“‘가능성’이라는 것은 나이에 반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에 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데 망설이는 분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김씨)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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