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룰루랄라 할리우드스타일 美 뒷골목 불한당들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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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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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들의 미국사/새디어스 러셀 지음·이정진 옮김/488쪽·2만5000원·까치

최초의 미국 식민지 개척자였던 영국의 청교도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춤’ 금지였다. 신대륙에서 완벽한 세계를 창안할 기회를 꿈꾸었던 그들은 성적인 자유를 단죄했고, 쾌락을 불러오는 행위를 비난했다. 건국 초기 미국은 ‘자유의 수도’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보다 더 억압됐으며, 노동윤리에 강박된 국민 문화를 형성했다.

오늘의 미국은 어떤가. 흥겹게 몸을 움직이게 하는 리듬과 즉흥성이 특징인 재즈와 힙합이 없는 미국은, 게이와 레즈비언이 커밍아웃을 엄두도 못 내는 미국은, 브로드웨이 라스베이거스 할리우드가 없는 미국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 책은 미국이 어떻게 세상을 지금과 같은 형태로 변화시키고, 새로운 쾌락을 만들어내고, 자유를 확대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 주인공은 건국의 아버지, 노예 폐지론자, 사회주의 혁명가, 민권운동가와 같은 ‘위인들’이 아니다. 바로 술꾼과 매춘부, 게으른 노예와 범죄자, 탈선 청소년, 동성애자와 같은 ‘불한당들(renegades)’이다.

영화 ‘갱스 오브 뉴욕’을 보듯 책은 생생하게 미국의 뒷골목을 들추어낸다. 사창가와 게이 나이트클럽을 들여다보고, 노예들의 비밀파티로 안내한다. 주말을 만들어낸 술꾼 노동자들, 인종 간 통합을 실천한 범죄자들, 피임기구를 퍼뜨린 이민자들, 대량 소비사회를 이끌어낸 하층민들…. 저자는 그들의 전복적인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한 사회적 금기들을 합법화하는 데 기여했으며, 자유로운 미국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특히 “아프리카계 흑인 노예들이 누리는 ‘재미’는 백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썼다. 미국 시민의 규범에서 벗어난 흑인 노예들의 생활은 춤과 노래, 음주, 성생활에서 엄청난 자유를 누렸다. 노예해방 후에도 ‘목장의 호시절’로 돌아가고자 했던 흑인이 많았다고 전해질 정도다. 저자는 갱스터들이 없었다면 라스베이거스. 브로드웨이, 할리우드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미국 건국신화의 영웅에만 익숙해 있던 이들에게 이 책은 논쟁적이고, 분방하고, 저속하며, 독창적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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