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블래터의 망언

  • 입력 2002년 8월 7일 13시 02분


블래터 아저씨(국제축구연맹 회장)이 드디어 미쳤나?

블레터 회장이 호주 방문시(지난 5일) 월드컵우승국의 차기대회 자동출전제도 폐지로 생겨난 1장의 본선티켓 추가분을 오세아니아주에 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더라도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오세아니아주가 어떤 곳인가?

축구 실력을 살펴보면 호주를 제외하곤 이렇다할 나라가 없다.

이번 2002년 월드컵 지역예선에도 호주와 뉴질랜드를 포함해 총 10개 나라가 참가했지만 피지, 통가, 타이티, 비누아트 등 이름조차 알기 힘든 나라들뿐이었다.

스코어를 보면 더욱 할 말이 없어진다.

호주는 통가를 22:0으로, 미국령 사모아를 31:0으로 대파했다.

호주가 예선전 4경기에서 얻은 득점은 총 66점.

한 경기당 16.5득점을 올린 셈이다.

지역 예선을 통과한 호주가 플레이오프에서 남미예선 5위인 우루과이에게 패하면서 월드컵 진출이 좌절됐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아니아주에 본선 출전권 1장을 준다는 것은 그냥 호주에게 준다는 것과 다름없다.

반면 아시아는 어떤가?

북한은 지난 66년에 8강에 올랐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94년 미국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시아 지역에서 20:0의 점수차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축구에 대한 수준이 오세아니아보다는 높다는 얘기.

아시아 최초로 4강에 진출한 한국과 16강에 오른 일본 그리고 중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춘 아시아에는 4.5장만을 배정하면서 오세아니아주에 1장을 준다는 것은 다소 정치적인 발언이다.

호주가 2014년 월드컵 유치신청을 한 뒤에 나온 발언이지만 세계 축구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망언이었다.

1장만 달라구 달라구해도 주지 않는다고 하던 블래터가 정치적인 계산 때문에 실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처럼 황당한 경우는 없었다.

뭘 믿고 또는 뭘 먹고 그런 소릴 하는지 몰라도 블래터가 이번 망언을 통해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많아 보인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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