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뭉칫돈 “빌딩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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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 투자처 못찾아… 2012년 서울서만 8조5078억 몰려

초저금리 시대 새 투자처 찾아라
1월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서는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연면적 1260m² 4층짜리 빌딩이 30억55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두 번이나 유찰됐던 건물이 새해 들어 감정가(39억6700만 원)의 75%를 웃도는 가격에 낙찰된 것이다. 보통 두 번 이상 유찰됐을 때 낙찰가는 감정가의 50% 전후다.

빌딩의 낙찰자는 기업이었지만 이날 경매에는 입찰가 30억 원을 써낸 이를 비롯해 개인투자자 10명 이상이 참여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높은 낙찰가격에 놀랐고, 몰려든 개인투자자들에게 또 한 번 놀랐다”고 말했다. 입찰에서 떨어진 이모 씨는 “주식은 불안하고 금리도 낮은 요즘 안정적으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빌딩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귀띔했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빌딩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강화돼 빌딩 투자로 눈을 돌리는 개인이 크게 늘었다.

○ 서울 매매 빌딩 65%가 개인 손으로

동아일보가 빌딩거래전문 정보업체인 알코리아에 의뢰해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연면적 495m²(평균 3·4층) 이상 오피스·상가빌딩을 전수 조사한 결과 577채(총면적 194만9475m²)가 8조5078억 원에 사고 팔렸다. 8조 원이 넘는 자금이 빌딩에 투자된 것이다.

주택시장 장기침체에다 금리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말로 갈수록 뭉칫돈이 빌딩 시장으로 유입됐다.

거래금액으로 따지면 대형 빌딩을 사들인 법인이나 부동산펀드, 리츠 등의 몫이 컸다. 전체 거래금액의 약 75%(6조4011억 원)가 법인과 간접투자자들이 빌딩 271채를 사들이며 투자한 돈이었다.

하지만 거래 건수로는 개인투자자가 압도적이었다. 지난해 서울 시내 빌딩을 매입한 개인투자자는 600명. 이들은 372채(총면적 42만6053m²)를 1조8160억 원에 사들였다. 거래된 전체 건물의 65%가 개인 차지였던 것. 황종선 알코리아 대표는 “부부가 공동명의로 사거나 덩치가 큰 빌딩을 여러 명이 공동 투자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 아파트 대신 20억 원짜리 소형 빌딩 찾아

개인투자자가 주로 찾는 빌딩은 100억 원대 이하의 중소형 건물. 지난해에도 개인 투자 건물의 90%가 100억 원 이하였고 이 가운데 약 30%가 20억 원 이하 소형 빌딩이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백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올 들어서도 빌딩 매입을 원하는 자산가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아파트 같은 주거용 부동산을 팔고 괜찮은 소형 빌딩을 사들여 자산구조를 리모델링하고 싶다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고액 자산가들은 공급물량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오피스텔, 원룸 같은 수익형 상품보다 가격 움직임이 없고 공급이 한정적인 빌딩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적용 대상이 연간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확대되자 여유자금을 가진 투자자도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의 4층짜리 건물을 매입한 주부 김모 씨(54)는 “빌딩 투자에 반대하던 남편이 금융소득의 세금 부담이 늘자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 빌딩 투자도 세대교체

개인투자자들이 눈독 들이는 지역은 단연 강남권. 지난해 개인이 투자한 빌딩의 3분의 1 이상(123채)이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개구에 몰려 있었다.

투자자의 거주지를 살펴보니 강남권 빌딩을 사들인 사람의 60% 이상이 서울의 비(非)강남권이나 지방에서 투자한 경우였다. 미국 일본 홍콩 등 해외에서 투자한 사례도 있었다.

강남권 중소형 빌딩의 임대수익률은 4%대로 비강남권의 5, 6%보다 낮은 편. 하지만 부동산 침체에도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고, 찾는 사람이 많아 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강남 빌딩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황 대표는 “청담동, 강남역 요지의 알짜 빌딩은 나오는 즉시 팔린다”며 “명동에서 돈을 번 사업가도 ‘강남 빌딩’을 하나쯤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970년대생인 30, 40대 투자자(134명)가 대거 건물 투자에 나선 것도 눈에 띈다. 김용남 글로벌PMC 대표는 “정보기술(IT)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젊은 투자층의 등장으로 건물 소유주도 세대교체가 일면서 임대료를 대신 받아주고 건물을 관리해주는 중소형 빌딩 전문 자산관리회사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경매로 내집 마련! 물건 선택 시 유의할 점은…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뭉칫돈#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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