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박선희]커튼을 열어젖힌 ‘연탄재’의 힘
소설가 김영하가 쓴 단편소설 중 ‘아이스크림’이란 작품이 있다. 무더운 여름, 한 부부가 평소 즐겨 먹던 아이스크림에서 휘발유 맛이 난다는 걸 알게 되며 벌어진 소동을 다룬 이야기다. 부부의 신고에 신속하게 집으로 찾아온 직원은 문제를 확인하겠다며 역한 기름 냄새가 풍기는 아이스크림을…
- 201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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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가 쓴 단편소설 중 ‘아이스크림’이란 작품이 있다. 무더운 여름, 한 부부가 평소 즐겨 먹던 아이스크림에서 휘발유 맛이 난다는 걸 알게 되며 벌어진 소동을 다룬 이야기다. 부부의 신고에 신속하게 집으로 찾아온 직원은 문제를 확인하겠다며 역한 기름 냄새가 풍기는 아이스크림을…
거세게 몰아치거나 요란하진 않다. 조용히 사람들이 죽어나갈 뿐이다. 그래서 폭염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올해 폭염도 독하다. ‘1994년 대폭염’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잠을 못 잘 지경”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잠만 못 자면 다행이다. 열사병 등 온열질환…
얼마 전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 원하는 구조의 집을 찾다 보니 내부가 칙칙하게 변한 낡은 아파트를 얻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주말이면 짬을 내 싱크대와 가구에 페인트를 칠하고, 재료를 구입해 와서 가구나 간단한 전기 기기를 만들기도 한다.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
“호랑이는 호랑이네요.” 13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에게 이 같은 소감을 남겼다. 다른 증권사 CEO는 “딱히 칭찬받을 만한 게 없으니…. 고민이 많다”며 자리를 떴다. 이에 앞서 9일 윤 원장이 취임 두…
이토록 허술할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의 항공면허 행정 실태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국토부 내에서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허술한 부분이 많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건 담당 공무원들의 대를 이은 허술함이다. 국토부가 외국인 임원을 불법으로 고용하고 있던 항공…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에는 김수로 왕의 왕비로 2000년 전 가야를 찾아온 허황옥의 고향이 있습니다.”(9일 인도 국빈방문) “터키의 선조인 튀르크족은 고구려와 동맹 관계였습니다.”(5월 한-터키 정상회담) 한때 역사학도를 꿈꾼 정치인답게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에서 자주 고대사를…
“형, 다시 기회가 온 것 같아요.” 국토교통부가 신혼희망타운 10만 채 공급 계획을 발표한 5일, 37세 미혼 후배 K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지난해 서울 강남 집값이 ‘자고 일어나면 1억 원’씩 오르던 그때 “나 같은 무주택자는 영원히 결혼도 못할 것”이라며 통음하던 후배였다…
▲ 1999년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의 논란 장면 1999년 6월 테니스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결승전. ‘알프스 소녀’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당시 19세)와 ‘여제’ 슈테피 그라프(독일·당시 30세)가 맞붙었다. 힝기스는 중반까지 경기를 주도했다. 1세트를 얻었고 2세트에서도 그…
“앞선 두 경기도 독일전처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스웨덴이나 멕시코를 상대로도 그렇게 했으면 16강에 올라갈 수 있었을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달 말 러시아 카잔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상대로 …
유난히 재벌가 승계 소식이 이어진 한 주였다. 구본무 LG 회장이 타계한 지 40일 만인 지난달 29일 LG 이사회는 만 40세의 장자, 구광모 전 LG전자 상무를 그룹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CJ그룹도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씨(33)를 이달 1일부로 CJ ENM 브랜드전략 담당 …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 2010년 개봉한 영화 ‘부당거래’에서 부패한 검사 역을 맡았던 배우 류승범의 이 대사는 그간 다양하게 패러디되며 지금도 회자되는 유행어다. 한 웹툰에서는 “‘호이(호의)’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는 말로 변형돼 인기를 끌었고 “호의를…
지난달 26일, 중국 상하이(上海)에 위치한 화웨이 5세대(5G) 연구개발(R&D)센터에 들어서자 한국 기자단의 탄식이 쏟아졌다. 화웨이는 세계 최초로 5G R&D센터를 공개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기자단은 중국 연구진이 5G 장비를 개발하는 속살을 볼 수 있을 것이…
요즘 대한민국에서 이른바 ‘멘붕(정신 붕괴)’ 상태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꼽으라면 중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일 것이다. 이들이 치러야 할 2022학년 대학입학제도는 아직도 미궁 속에 있다. 공론화위원회가 대입제도 개편 시나리오 4가지를 공개했지만 어떤 결론이 날지 오리무중이다. 교…
기자는 몇 년 전 대학원 졸업 과제를 준비하며 그 연구과정을 책으로 묶어 낸 적이 있다. 연구의 중요 부분을 알기 쉽게 서술하려면 조선시대 사대부 가문에서 무덤을 만드는 방법을 순서대로, 상세하게 이해해야 했다. 이를 알기 위해 몇 번이나 관련 학과 교수들을 찾아갔지만 다들 이야기가 …
“한동안 소외됐던 백제 문화유산을 지키는 데 공이 적지 않았습니다.” 국보 제287호 백제 금동대향로를 1993년 발굴한 신광섭 울산박물관장(전 국립부여박물관장)은 고(故)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불교미술사 연구 대가였던 연재 홍사준 선생(1905∼1…
6·13지방선거에서 개인적인 관전 포인트는 ‘구(區)의원 출마 프로젝트’였다. 전직 기자를 비롯해 동시통역사 서점주인 학원강사 회사원 등 20, 30대 청년들이 “구의원에 도전하겠다”며 꾸린 모임이다. 정치인 하면 공무원이나 판검사를 거쳐 정당에 들어가거나 아예 직업이 정당원인 경우만…
오늘은 탐정 A가 주인공인 추리소설을 써볼까 한다. “제가 ‘그들’이라면 억울할 것 같아요. 이름 앞에 ‘살인자’라고 붙어 있으니 말이에요.” A가 최근 만난 정부 관계자는 혀를 끌끌 찼다. 누가 살인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어마어마한 누명을 썼단 말인가. A는 ‘그들’을 찾아…
‘아빠 미소.’ 이달 12일 청와대에서 실시간 영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며 환하게 웃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에 이 같은 자막을 합성한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때도 문 대통령은 아빠 미소를 자주 보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하는 문 대통령이 마…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지옥이 있다.” 만화가 이현세의 히트작 ‘남벌’에 나오는 문구다. 권력자와 유명인을 종종 접하는 직업을 가진 후 그 의미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생때같은 자식을 자살이나 불치병으로 잃은 고위 관료, 불임으로 부부관계 파탄 난 기업 임원, 끝없는 …
주말마다 아이와 함께 서울 도심 박물관을 한 군데씩 다니기 시작했다. 길 위에서 시간을 많이 허비하게 되는 교외행은 피하면서도 나들이 기분은 내기 위한 워킹맘의 꼼수인데,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 다들 교외로 빠져나가서인지 주말 도심 한복판, 특히나 박물관 일대는 생각보다 훨씬 한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