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 SI업체 공공발주 참여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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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저가입찰 차단… 中企에 SW시장 길 터주기

앞으로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회사들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SI란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종합서비스를 말한다.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4개 부처는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공생발전형 SW 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전산망관리 시장을 중소기업에 터주기 위한 조치로 대기업의 소프트웨어(SW) 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는 정책이어서 주목된다.

정부는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현재 55개 그룹) 소속 SI 기업의 공공입찰 참여를 전면 제한키로 했다. 지경부는 “그동안 대기업의 SI 계열사들은 도를 넘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의 혜택을 받아 저가(低價) 공공시장 입찰에 나서 SW 생태계를 왜곡해왔다”며 “공공시장만이라도 중소기업에 양보하고 대기업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전념해달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 기업의 공공입찰을 전면 제한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관련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개정해 시행하기 전까지는 ‘대기업 참여 하한제’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연매출 8000억 원 이상인 SI 대기업은 80억 원 이하(종전 40억 원), 매출 8000억 원 미만의 SI 대기업은 40억 원 이하(종전 20억 원)의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더 큰 시장을 갖게 된 SI 중소기업들은 이번 조치를 환영했다. 그러나 한 대기업 SI 계열사 관계자는 “계열사 간 거래를 뺀 나머지 20∼25%의 매출이 거의 공공 부문에서 나오는 게 현실이라 타격이 크다”며 “정부가 ‘SW 대기업은 무조건 나쁘다’는 편향된 기업관을 가진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한 SI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진출을 막으면 중소기업의 파이가 커지는 효과는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공공기관이 SW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라며 “SW 무상 유지보수 관행을 없애는 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공직자는 (SW 업무를) 대기업에 맡기면 편하고 사후 말썽이 안 생기지만 중소기업에 줬다가 실패하면 책임지는 문제를 염려한다”며 “정부 내에 실패를 용납하는 분위기가 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도 (중소기업에 일감을 맡겼다가 생긴 문제를 두고) 공직자를 처벌할 게 아니라 보호할지를 검토해 달라. 아날로그시대의 정책을 똑같이 하면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에서 불공정 측면을 지적하는데 사회에 전반적으로 (불공정이) 많이 대두됐다”고 강조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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