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불똥 맞을라” 식품업계 술렁

  • 입력 2008년 9월 27일 03시 01분


판매금지 제품 수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멜라민 검출 여부를 조사 중인 제품들도 유통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리자 26일 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이 해당 제품들을 수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판매금지 제품 수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멜라민 검출 여부를 조사 중인 제품들도 유통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리자 26일 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이 해당 제품들을 수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홈피에 원산지 증명 띄우고 파장 차단에 안간힘

일부 “검사중 제품까지 판매금지로 타격” 불만도

중국산 ‘멜라민 파문’으로 식품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해태제과의 ‘미사랑 카스타드’와 제이앤제이 인터내셔널의 ‘밀크 러스크’에 이어 26일 유창에프씨가 수입한 중국산 커피크림에서도 멜라민이 검출되자 식품업계는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은 유통 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진 305개 제품을 이날 매장에서 철수시켰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한 해 국내에서 소비되는 커피크림은 커피믹스에 사용되는 것을 포함해 10만 t 정도. 이 가운데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가 전체 커피크림 시장의 97%를 점유하고 나머지 3%를 중소업체가 나눠 갖고 있다.

동서식품은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워 “중국산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뉴질랜드, 호주, 덴마크에서 유제품 원료를 직접 수입한다”고 공지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서 아예 원산지 증명서류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롯데제과도 홈페이지에 자사(自社)의 초콜릿 제품은 중국산 분유와 무관하다는 공지를 올렸고, 멜라민 제품 회수에 들어간 해태제과도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은 중국산 제품까지 리콜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초콜릿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한국마즈와 한국네슬레 등도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한국 및 중국 식품당국의 검사결과를 내세우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 전까지 일부 업체에서 기본적인 사실 확인이나 안전 관리는 등한시한 채 해명에만 급급했던 점이 소비자의 불만을 더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해태제과는 ‘미사랑 카스타드’에서 멜라민이 검출되기 전까지 “우리 제품에는 문제가 된 22개 중국산 분유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으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받는 중국 공장에 상주 직원을 두지 않는 등 품질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잇따라 터진 식품 이물질 파동으로 업계에서도 개선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당혹스럽다”며 “결국 업계 스스로 식품안전성 검사를 강화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성(自省)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편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식약청이 검사 중인 제품까지 유통과 판매를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데 대한 불만도 나온다. 한 식품업체 임원은 “무조건 팔지 못하게 해놓고 나중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보상을 할 거냐”며 “여론이 좋지 않으니 판매 금지부터 하는 것은 기업들이 죽으라는 것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주중대사관, 멜라민 경고 공문 4차례 보내

식약청 “해당제품 23건 전수조사 검출 안돼”

멜라민이 들어간 중국산 사료 파동이 발생한 지난해 5월 주중 한국대사관이 멜라민이 든 식품의 한국 유입 가능성을 경고하는 공문을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네 차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1일 주중 대사관은 미국에서 멜라민이 함유된 중국산 사료를 먹은 애완동물이 사망했다고 보고되자 “한국에도 해당 제품이 수출됐다는 정보가 있으니 파악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식약청에 보냈다.

주중 대사관은 이후 같은 달 10일, 11일, 15일에도 “멜라민이 들어 있는 사료가 확인된 만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중국 당국은 수출용 가공식품에 멜라민 함유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문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주중 대사관의 공문은 식약청뿐만 아니라 당시 농림수산부와 국무조정실에도 보내졌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이날 “주중 대사관의 공문 접수 이후 멜라민 오염이 우려되는 중국산 밀 글루텐 등 식품 원료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며 “지금까지 진행된 23건의 검사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