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삼성로비 명단’ 추가발표 왜?

  • 입력 2008년 3월 5일 19시 49분


5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5번째 기자회견이 예정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성당에는 기자회견 시작 30분 전부터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사제단이 지난주부터 삼성 특별검사팀 수사에 불만을 제기하며 "이명박 정부의 각료를 포함한 금품 로비 대상자를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검찰과 정치권의 관심이 높았다.

▽"구체적 증거는 수사과정에서 언급할 것"=사제단은 이날 명단 공개에 대해 "삼성이라는 비리의 핵심을 캐는 데 적합하지 않은 분들이 사정기관의 수장이 되면 앞으로 삼성 수사가 올바로 되지 않을 염려 때문에 청문회 전에 본인들이 사퇴하는 길을 선택하게 하기 위해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이종찬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내정자, 황영기 전 우리지주은행 회장 등 3명만 공개한 데 대해선 "명단 공개는 최소화한 것"이라고만 말했다.

사제단은 김용철 변호사가 돈을 건넨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대해 "수사과정에서 김 변호사가 설명할 문제"라고 말한 뒤 언급을 피했다.

▽추가 폭로 배경=우선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이 기대한 만큼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따른 '압박용 폭로'라는 해석이 많다.

사제단에 대한 특검팀의 참고인 조사가 무산된 지난달 27일 사제단은 "이미 세 명의 로비 대상 명단을 공개했는데 아무도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는다. 특검이 수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특검팀을 비난했다.

그러나 사제단이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밝힌 '로비 대상자'가 누구인지에 집중된 관심에 비해 추가 폭로 내용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제단 폭로가 수사의 단초가 되기 위해서는 로비를 실행한 사람과 로비의 목적, 장소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단서가 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선 사제단의 폭로가 4·9 총선을 겨냥해 정부 여당에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사자들 "사실 무근"=사제단은 이날 김 국정원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김 변호사가 직접 금품을 전달한 사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7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 내정자는 "한 점 부끄럼이 없고 떳떳하다"며 "특검 수사 결과 김 변호사의 주장이 허위로 밝혀지면 개인뿐만 아니라 법조계 나아가 사회 전체에 혼란을 끼친 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종찬 민정수석도 "막연한 소문이나 추측에 근거한 '폭로성' 주장이란 점에서 BBK사건과 비슷하다. 이런 일은 우리 사회에서 정말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비판했다.

사제단이 삼성그룹 비자금 차명계좌 개설자라고 주장한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삼성그룹도 "이 같은 터무니없는 주장에 대해 (사제단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제단의 추가 폭로 가능성을 주시하면서도 "사제단이 폭로하기 보다는 특검 수사에 협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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