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경제구조도 포트폴리오… 벤처 키워야”

  • 입력 2007년 3월 2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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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유학 중인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이 잠시 귀국해 23일 인터뷰를 했다. 그는 건실한 중소벤처기업이 없는 한국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사진 제공 안철수연구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유학 중인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이 잠시 귀국해 23일 인터뷰를 했다. 그는 건실한 중소벤처기업이 없는 한국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사진 제공 안철수연구소
“이유는 조금 다르지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처럼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글로벌 경쟁의 격화가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한국의 경제구조 자체가 우리의 목을 조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는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미래의 활력소가 될 ‘새싹’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주총회 참석과 이화여대 특강을 위해 일시 귀국한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이사회 의장이 한국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경제와 앞으로 본인의 진로, 미래의 기술 흐름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안 의장은 2005년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직을 사직하고 지난해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EMBA·Executive MBA)’을 밟고 있다.

○중소벤처 많이 나와야 고용률 높아져

그가 한국 경제에 우려를 표시한 이유는 국가 경제를 책임질 건실한 중소벤처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분산투자를 뜻하는 ‘포트폴리오’는 주식 투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이나 국가도 포트폴리오 투자로 위험을 분산해야 합니다. 대기업만 있는 국가 경제는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튼튼한 중소벤처가 있어야 위기관리 능력이 올라갑니다.”

안 의장은 중소벤처 육성은 고용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기업은 끊임없이 효율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고용창출 효과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건실한 중소벤처가 많이 나와야 국가 전체의 고용률이 높아집니다.”

그는 지금과 같은 ‘하도급 관행’이 계속되면 중소벤처는 결국 ‘대기업의 인력 파견업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대기업이 경비 절감에만 초점을 맞추면 중소기업은 고용이나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큰 나무’만 살고 ‘작은 나무’는 자라지 못합니다. 경제라는 이름의 ‘생태계’는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산업계 전체 위해 공헌하고 싶다

‘안철수 연구소로 복귀할 것인가’란 질문에 그는 “가능하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산업계 전체를 위해 공헌하고 싶습니다. 어떤 형태로 공헌할 것인지는 아직 생각 중입니다. 교수나 벤처캐피털리스트 등 여러 대안을 고려 중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그가 말하는 기업가 정신이란 위기에 굴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정신이다.

앞으로 5∼10년 동안의 미래의 기술 흐름에 대해서는 “기술보다 사용성이 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획기적인 기술보다는 기술을 어떻게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가 중심이 된다는 뜻이다. 그는 설명서를 읽지 않고도 쉽게 쓸 수 있는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에서의 공부에 대해서는 “힘들기는 하지만 회사 경영에 비해서는 고민할 것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주에 마케팅 시험이 있어 걱정이에요”라며 학생으로서의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 의장은 24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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