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기업 없는 기업도시’ 우려

  • 입력 2004년 11월 11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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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최근 당론으로 결정한 ‘민간복합도시개발 특별법 제정안’(기업도시 특별법안)에 대해 산업계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상당수 기업 관계자들은 여당의 현행 안(案)대로라면 기업도시에 입주할 여력을 갖춘 기업이 거의 없어 기업도시의 의미가 퇴색하면서 경제적 측면에서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9일 기업도시에 외국 초중고교와 외국병원 설립을 허용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기업도시 특별법안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기업도시 건설을 검토해 온 기업들은 “기업도시에만 특혜를 줄 경우 공교육 체계가 흔들릴 수 있고 의료계의 저항이 예상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외국 학교와 병원 설립을 불허한다면 해외 인재 확보가 어려워져 기업도시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충남 아산시 탕정지역에 기업도시 건설을 추진해 온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11일 “기업도시가 성공하려면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유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해외 우수인력의 유치가 필수적”이라며 “교육 및 의료 문제는 인재 확보의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협상을 마무리 짓고도 당사자의 부인이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반대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기업들은 투자기업이 개발지역 토지를 50% 이상 협의 매수할 경우에 한해 나머지 토지에 대한 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여당의 안대로라면 땅을 확보하는 데 엄청난 시간은 물론 조 단위 이상의 돈이 들어가게 된다”며 “현재 이 같은 규모의 출혈을 감당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대로 기업도시 특별법이 확정될 경우 ‘기업 없는 기업도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남부 해안도시를 중심으로 물류 및 관광 레저형 기업도시 건설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던 한진도 이날 “기업도시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다”며 “법안이 잘 만들어져 활성화되면 그때 가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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