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기업 관계자들은 여당의 현행 안(案)대로라면 기업도시에 입주할 여력을 갖춘 기업이 거의 없어 기업도시의 의미가 퇴색하면서 경제적 측면에서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9일 기업도시에 외국 초중고교와 외국병원 설립을 허용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기업도시 특별법안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기업도시 건설을 검토해 온 기업들은 “기업도시에만 특혜를 줄 경우 공교육 체계가 흔들릴 수 있고 의료계의 저항이 예상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외국 학교와 병원 설립을 불허한다면 해외 인재 확보가 어려워져 기업도시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충남 아산시 탕정지역에 기업도시 건설을 추진해 온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11일 “기업도시가 성공하려면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유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해외 우수인력의 유치가 필수적”이라며 “교육 및 의료 문제는 인재 확보의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협상을 마무리 짓고도 당사자의 부인이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반대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기업들은 투자기업이 개발지역 토지를 50% 이상 협의 매수할 경우에 한해 나머지 토지에 대한 수용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여당의 안대로라면 땅을 확보하는 데 엄청난 시간은 물론 조 단위 이상의 돈이 들어가게 된다”며 “현재 이 같은 규모의 출혈을 감당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대로 기업도시 특별법이 확정될 경우 ‘기업 없는 기업도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남부 해안도시를 중심으로 물류 및 관광 레저형 기업도시 건설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던 한진도 이날 “기업도시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다”며 “법안이 잘 만들어져 활성화되면 그때 가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