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세계경제포럼]「경쟁력 최우선」 美모델 옳은가

  • 입력 1997년 2월 3일 20시 28분


<<세계의 경제계 거물과 정부인사들이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 모여 장차 지구촌이 당면할 다양한 주제들을 놓고 토의를 벌였다. 지난달 30일부터 4일까지 계속되는 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미국 컴퓨터산업의 기수격인 빌 게이츠와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을 비롯, 기업인 정치인 과학기술자들이 21세기 인류생활의 진보방향을 모색했다. 이 시대를 대변하는 핵심인사들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포럼에서 논의된 주요관심사항들을 정리해 본다.>> [다보스〓김상영특파원·박정래기자] 지난달 30일 시작된 연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6일동안의 회기중 경제분야는 물론 정치 사회 문화 과학 등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관심 주제를 놓고 논의를 벌이도록 돼 있다. 31일 하룻동안 각종 분과에서 다룬 주제만도 40여개에 달할 정도다.더욱이 참석자들은 보좌관을 대동하고 회의장에 입장할 수 없는 데다 회의 자체도 비공개로 열리기 때문에 집중토의 끝에 결론을 내리는 다른 경제회의보다는 산만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 그러나 「미국 성장모델」이라는 주제를 놓고 참석자들이 벌인 설전은 한국의 노동법 파동과 관련, 큰 관심을 끌었다. 먼저 존 스위니 미국노조연맹위원장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최우선시 하는 미국모델이 유럽에는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기업들은 유례없는 번영을 구가하고 있지만 유행병처럼 번진 다운사이징(기업재구축)으로 쫓겨난 4천5백만명의 실직자중 3분의 1만이 이전보다 높은 급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스위니는 또 『경쟁력과 사회통합은 대립적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서로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며 기존의 혜택을 축소하려는 시도는 최근 한국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루이스 슈바이처회장은 유럽경제는 선택적으로 미국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다양한 언어와 세제, 화폐를 사용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윤경쟁에 매몰된 미국모델이 생산성을 극대화시키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로렌스 서머스 미국재무부 차관도 미국의 어린이들과 청년들이 「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서머스는 회의가 끝난 뒤 미국모델은 일본대륙모델보다 훨씬 유용함이 입증되고 있다고 슬며시 말을 바꿨다. 유럽의 경제관료들이나 학자들은 미국모델에 대한 평가보다도 유럽의 사회복지 제도가 시급히 축소돼야 한다는 데 거의 일치된 견해를 나타냈다. 자크 바로 프랑스 노동사회부장관은 『복지는 일종의 진통제며 마취제』라고 단정하면서 낭비제거가 아닌 근본적 개혁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호르스트 지베르트 독일세계경제연구소장도 유럽통합의 핵심인 독일과 프랑스가 경직된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체제를 개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능력부족」 상태라고 진단했다. 세계경제의 핵심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인 다보스포럼에서 미국경제모델이 도마에 오른 것은 다분히 잠재성장률을 넘어선, 불가사의한 미국경제의 활황 덕택이다. 아울러 노조 및 협력기업들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해온 일본대륙식 자본주의가 영업실적과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눈을 본격적으로 돌리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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