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네바합의 지켜야 한다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43분


오늘부터 시작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때 맞춰 미국 의회와 연구단체의 일부 인사들이 94년 체결된 북―미(北―美)제네바핵합의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알다시피 제네바합의는 북한의 핵 동결과 그에 따른 대북(對北) 경수로 2기 건설 및 미국의 대북 중유 지원을 골간으로 하고 있다.

미 하원의 일부 의원들은 2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번 한미(韓美)정상회담에서 제네바합의를 준수하겠다고 다짐해서는 안된다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대사도 제네바합의의 대안(代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과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도 입각하기 전에는 제네바합의의 수정을 주장한 바 있다.

미국측 인사들의 이같은 주장은 대체로 북한의 경수로 발전소 운용 능력과 플루토늄 생산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제네바합의에 따른 미국의 대북 중유 비용 증가 등을 그 근거로 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특히 북한에 대한 엄격한 상호주의와 검증을 요구하는 부시행정부의 등장으로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제네바합의는 어떤 경우든 철저히 준수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제네바합의는 냉전체제 붕괴 후 불안했던 한반도 정세를 안정시키는 역할과 기능을 해 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어느 쪽이든 제네바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지금의 한반도 정세는 불안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물론 부시행정부조차 현재로서는 제네바합의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역시 다를 바 없다.

제네바합의에 대한 미국측 인사들의 불만 내용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들 주장대로 북한에 다시 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면 천문학적 공사비가 들 뿐만 아니라 이미 경수로 공사에 투입된 6억달러마저 다 날려 버리게 된다. 또 경수로에서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나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제네바합의 체결 당시의 결론이었다. 미국이 북한에 제공하고 있는 중유값이 3배나 뛰었다고 하나 그것 역시 현금이 아닌 연간 50만t이라는 물량으로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든 미국측이 지켜야 할 약속이다.

아무튼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제네바합의와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등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주요 문제에 대해 양국 정상이 충분한 의견 교환으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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