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권모 기자의 IT 이야기]뛰는 기업 위에 나는 소비자

  • 입력 2007년 5월 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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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서울 시내의 전자상가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상인들은 “몇 년 전부터 인터넷 가격비교 때문에 먹고살기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 앞에는 더 험난한 미래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상인들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렌드 전문 사이트 ‘트렌드와칭닷컴’(www.trendwatching.com)은 최근 ‘투명성의 지배(Transparency Tyranny)’란 용어를 소개했습니다. 이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일반 대중에게 모두 공개됨에 따라 더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무엇을 숨길 수 없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런 현상의 원동력은 정보기술(IT)의 발달입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소비자들이 국내 자동차 가격이나 이동통신 요금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며 ‘초과 이윤’을 토해 내라고 성토 중입니다. 이들은 해외 각국에서의 국산 자동차 가격과 10초 기준으로 되어 있는 휴대전화 과금 단위까지 언급합니다. 이제는 소비자가 단순히 가격을 비교하는 것에서 탈피해 능동적으로 가격 책정에 참여하는 것이지요.

블로그 사이트 테터앤컴퍼니의 노정석 사장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인터넷의 구석구석을 훑는 구글 검색이나 서로가 묻고 답하는 지식검색을 통해 특정 집단의 지식이 일반인에게 흘러나오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경우는 지금보다 적었습니다.

제품의 성능과 품질에 대한 과장도 자칫하면 몰매를 맞습니다. 블로그 세계(블로고스피어)에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각의 제품에 대해 ‘해부’ 수준의 리뷰를 내놓습니다.

트렌드와칭닷컴은 멀티미디어 기술의 발달도 기업의 투명성을 강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튜브’에 올라 있는 동영상 리뷰나 인터넷전화 ‘스카이프’에서 녹음된 통화 내용에 대해 ‘오리발’이 통할 리 없다는 것이지요.

또 과거에는 소비자 의견에 대한 기업의 반론이나 여론조작 시도가 다소 먹히는 구석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게시판 댓글은 어느 정도의 익명성이 있지만 블로그에서는 글 쓴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의도로 글을 써 왔다는 것이 금방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제 기업들도 ‘정직이 최선의 정책’이란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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