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에서 사장님으로…자활명장상 받은 ‘일과 나눔’ 대표 정승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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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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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활명장’ 정승화 씨(왼쪽)가 자활공동체 직원들과 함께 전기 청소기를 시운전하고 있다. 사진 제공 경기남양주지역자활센터
‘자활명장’ 정승화 씨(왼쪽)가 자활공동체 직원들과 함께 전기 청소기를 시운전하고 있다. 사진 제공 경기남양주지역자활센터
“아이고 바빠요. 바빠. 오늘은 사회적 기업 인증 때문에 실사를 나온다고 하네요.”

자활공동체인 ‘일과 나눔’의 정승화 대표(54)는 요즘 “일이 바빠서 발에 불이 날 정도”라고 했다. 직원 6명의 ‘일과 나눔’은 청소부터 간병, 집수리, 영농까지 다양한 자활사업을 한데 모은 작지만 알찬 회사다. 정 대표는 자식 같은 회사의 사회적 기업 인증을 위해 6개월 동안 이틀에 두 번씩 회의를 했다. 장애인 고용창출 등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면 정부 보조금과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사회적 기업 인증을 위한 회의는 밤이 새도록 이어지곤 했다. 요즘은 일에 빠져 살지만 한때는 그도 직업을 잃었던 적이 있다.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보건복지가족부 주최로 열린 자활나눔 축제에서 자활명장이 된 정승화 김공순 김인철 씨(왼쪽부터)가 표창장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재명 기자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보건복지가족부 주최로 열린 자활나눔 축제에서 자활명장이 된 정승화 김공순 김인철 씨(왼쪽부터)가 표창장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재명 기자
외환위기를 겨우 넘기나 싶었지만 1999년 그가 운영하던 회사는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직원 20명을 거느리고 버너 등을 만드는 작은 공장이었지만 부도 뒤에는 한 푼도 남지 않았다. 2003년에는 부인이 위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게 됐다. 정 대표는 “죽고 싶었지요. 두 딸 때문에 살았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정 대표는 일용직 노동으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을 계속하다 지역자활센터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때 처음 나라에서 주는 부끄러운 돈 5만 원을 받았습니다. 몸이 이렇게 성한데도 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요.” 그는 2003년 11월부터 지역자활센터에서 일을 하며 정부 지원금을 받는 조건부수급권자가 됐다.

지역자활센터에서 처음 정 대표가 하게 된 일은 청소 일이었다. “처음에는 3개월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어요. 돈도 적고 체면도 안 살고요.” 정 때문에 정 대표는 자활센터 일을 계속하게 됐단다. 한 달 월급은 66만 원. 차비하고 밥값 빼면 남는 게 없었지만 매일 아침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했다.

성실함을 인정받아 2004년 9월에는 사업단의 현장책임자로 고속 승진을 하더니 2005년에 결국 일을 냈다. 자활공동체 ‘함께 일하는 세상’의 남양주 지부를 세워 사장이 된 것. 직원은 함께 자활센터에서 일하던 동료 6명이 전부였지만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라면 부족할 게 없었다. 4만2900m² 규모의 대형할인점 이마트 청소 계약도 따냈다. 창립 이후 내내 순이익을 내 이제는 사회적 기업 인증을 앞두고 있다.

꿈에 그리던 ‘사장님’이라는 이름을 얻은 정 대표는 ‘자활명장’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을 또 하나 얻었다.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9 자활나눔축제. 보건복지가족부가 주최하고 재단법인 중앙자활센터가 주관한 이 행사에서는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자활에 성공한 자활명장 3명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정 대표 외에도 전남 영광에서 간병업체인 ‘늘푸른간병공동체’를 운영하는 김공순 씨(47)도 자활명장이 됐다. 김인철 씨(53)는 조건부수급권자로 홀몸노인을 돕는 배달봉사에서 시작해 지금은 강원 정선에서 재활용센터를 운영하는 자활명장이다. 2002년 11월 설립한 이 회사는 지난해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14명 직원 중에 장애인이 6명, 나머지는 모두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으로 꾸렸다. 지금은 모두 자립에 성공해 탈수급자가 됐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자활공동체

2000년 10월부터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의 자활을 돕는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근로를 조건으로 정부지원금을 받는 조건부수급권자 2명 이상이 서로 협력해 꾸린 공동사업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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