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나쁜 고릴라 샐리의 해피엔딩 이야기입니다. 암컷인 샐리는 아기 고릴라일 때 밀렵꾼에게 잡힙니다. 사람과 사람 손을 거치며 누구의 선물이었다가, 도둑질의 도구였다가, 돈벌이의 대상이었다가, 심지어 방치되기도 하면서 도구처럼 인식되는 삶에 던져집니다. 그런 속에서도 샐리는 자존감을…
공원에서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모래성을 쌓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어요. 뜨개질을 하거나 신문을 읽고 종이배를 접어주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이 평화로운 풍경 속에 불쑥 경찰차가 들어섭니다. 뜨개질하는 부인에게 다짜고짜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하네요. 그 부인이 좀 다르게 보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는 것을 알리는 신호 중에 하나로 잠자리가 있습니다. 흔하게 옆에서 볼 수 있다 보니 ‘오늘도 날아다니는구나’ 하며 보지만, 알고 보면 잠자리는 세상 어느 곤충보다 잘 날 수 있습니다. 정지, 방향 전환, 심지어 뒤로도 날 수 있습니다. 몸집에 견주어 커다란 날…
커럼포 평야는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지역으로 로키 산맥 남부에 걸쳐 있는 뉴멕시코 주에 있습니다. 오랫동안 아메리칸인디언의 땅이었던 뉴멕시코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풍경들이 유명하지요. 그 땅을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닌 인디언의 전통으로 가꾸며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존했다면 늑대 ‘로보…
로봇 공학자인 삼촌에게서 선물을 받았습니다. 인간과 모습이 똑같은 로봇입니다. 뭐, 이런 이야기는 동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입니다. 로봇은 동화에서 사용하기 좋은 재료입니다. 놀라운 능력은 기본이고, 입력된 대로 행동하고 어눌한 말투가 주는 즐거움은 옵션입니다. 게다가 변함없…
거짓말이란 것이 워낙 그렇습니다. 처음엔 사소한 일로 의도치 않게 입 밖으로 나오게 돼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무게와 몸집을 엄청나게 키워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때론 그 거짓말을 정당화하기 위한 거짓말을 또 하는 경우도 생겨요. 거기서부터는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거짓말을 위…
눈에 익지 않은 책을 볼 때는, 작가 소개를 먼저 읽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작가의 소개 글은 적잖이 당황스럽습니다. ‘1962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2010년에 등단했다’가 전부입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닌가 봅니다. 책 뒤에 붙은 해설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지금 제 글보다도 길게 써 …
곤충도감을 처음 보았을 때 신기했지만 계속 두고 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책장에 꽂혀 있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어요. 하지만 책상에 책을 놓고 펼쳐 보니 인쇄된 벌레를 차마 볼 수가 없어 무언가로 덮어두어야만 했습니다. 날고 기고 꿈틀대다가도 재빨리 사라지기도 하는 벌레는 신기하면서…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립니다. 바야흐로 사춘기의 시작이지요. 그 순간 아이들 마음은 아무도 모릅니다. 이럴 때 드는 의문 하나. 대체 왜 어떤 아이는 순하게, 어떤 아이는 폭발하며 그 시기를 보내는 것일까요? 작가도 그런 의문이 들었나 봅니다. 주인공…
속표지에서부터 이어지는 발자국은 누나의 것인지, 누나를 찾고 있는 푸른 바지를 입은 주인공 꼬마 생쥐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뭐 둘 다라도 상관없을 거예요. 누나는 언제나 어디론가 사라지는 캐릭터이고 동생은 그런 누나를 노상 찾아다니니까요. 본문이 막 시작되는 첫 페이…
표지 그림 속에서 한 아이가 하늘을 날아요. 가슴에 차고 있는 기계에 선이 연결되어 있네요. 그 선을 구름에 묶어놓은 덕분에 하늘을 날고 있어요. 그 선들이 꼬불꼬불 글씨를 만듭니다. ‘엘 데포.’ 데포는 청각장애인이란 뜻이고 엘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무엇에 붙이는 관사입니다. 현실…
무더위로 온통 찌건 말건, 혹한에 손발이 꽁꽁 얼어도 아이들은 즐겁습니다. 어느 시간 어느 장소라도 재미나는 일을 찾아내지요. 놀이기구 하나 제대로 된 것 없는 공터에서도 마른 작대기 하나로 온종일 노는 존재가 아이들입니다. 지금은 무엇이든 너무 많아서 더 무료하지요. 그림책 속…
‘꿈’이란 단어가 가진 뜻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꿈을 가지다’의 그것과 ‘꿈을 꾸다’의 그것이죠. 앞의 것이 현실의 일이라면, 뒤의 것은 수면 속의 일이죠.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재미있는 단어입니다. 이 책은 꿈이 가진 이런 두 가지 의미를 뒤섞는 방법으로 묘한 공간을 만들…
그림은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없습니다. 수영이 그림, 효빈이 그림, 호연이 그림처럼 그림을 그린 사람 각자의 개성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을 뿐이죠. 그림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말하기 전에 아이 그림을 우선 칭찬해 보세요. 그리고 찬찬히 뜯어보면 그 아이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인마, 피우라면 피워, 죽을라고 이게.” “난 싫어, 담배 안 피워.” “그래? 그럼 맞아야지.” “내가 하라면 그냥 하는 거야. 뭔 잔말이 많아. 알았어?” 동네 불량배 형에게 걸렸습니다. 친구 명수와 함께 말입니다. 억지로 담배를 피우라 합니다. 거부하니 차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