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는 ‘신곡’에서 인간의 7가지 죄악을 거론하는데 그중 하나가 허영(vanity)이다.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에 천성을 향해 가는 순례자가 허영이란 도시의 휘황찬란한 시장(fair)에 들어섰다가 인간의 탐심을 자극하는 물건들의 유혹에 시달리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배니티 페어라는…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9명은 재작년 기준으로 1개 이상의 연금을 받았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초연금과 사적연금을 통틀어도 1인당 연금소득은 월 60만 원에 불과했다. 올해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124만6700원, 2인 가구는 207만700원. 부부가 동시에 연금을 …
애플의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2018년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중국 주하이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국내외 반도체 관련 기업 60여 곳을 현지로 초청해 사업 설명회까지 열었다. 이 과정에서 공장 설립을 돕는 컨설팅업체가 ‘진세미’라는 게 알려졌다. 삼성전자…
서울 마포구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A 씨는 지난해 학교에서 무상으로 나눠 준 태블릿PC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집에서 태블릿을 끼고 사는 딸이 못마땅하지만 학습용이라고 하니 휴대전화나 컴퓨터처럼 쓰지 못하게 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유해 앱, 유해 동영상 등은 차단된다고 하지만…
매캐한 흰색 연기를 내뿜는 방역차가 골목을 누비던 시절이 있었다. 벼룩, 머릿니와 함께 최악의 3대 실내 해충으로 꼽히는 빈대를 퇴치하기 위해 1960년대에 전국 곳곳에 DDT 살충제가 살포됐다. 그 유해성이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때, 어린이들은 신기한 듯 ‘방구차’를 따라다녔다. 매…
초등학교 3학년 여아가 2학년 여아를 도대체 어떻게 때리면 전치 9주의 상해가 나올 수 있을지 폭행 상황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안와골절은 돼야 전치 9주가 나온다. 화장실에서 주먹 리코더 등으로 때려서 얼굴이 피투성이가 됐다고 한다. 초등학교에서마저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막 유치원을…
뉴스의 형식은 갖췄지만 ‘조작 정보’와 오보는 명확히 다르다. 2016년 미국 대선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WTOE5 TV라는 매체로 미국 지방 방송사의 하나처럼 보였다. SNS상에서 급속히 퍼져 갔지만 조작된 정보였다. 이런 방송…
한국의 소비자가 지난해 중고차 구매에 쓴 돈이 38조 원이다. 새 차를 사는 데 쓴 59조 원보다 적다. 하지만 거래량으로 따지면 중고차가 238만 대로 신차의 1.4배나 됐다. 그래도 중고차 시장 규모가 신차의 2배가 훌쩍 넘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작은 규모다. 중고차 시…
김치플레이션, 라면플레이션, 빵플레이션…. 생활물가가 치솟으면서 장바구니 품목에 ‘∼플레이션’을 붙인 신조어가 쏟아지고 있다. 가격이 급등하는 제품군에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붙인 표현들이다. 설탕과 우유, 소금 가격이 오른 것을 놓고는 영어 단어를 조합한…
빚에 시달린 모녀가 목숨을 끊는 비극이 16일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났다. 80대 노모 A 씨와 50대 딸 B 씨는 17층 집에서 투신했다. 이들은 “빚이 많아 너무 힘들다”는 유서를 남겼다. B 씨는 공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A 씨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월 110만 원을…
5년 전 가을 일본 오사카는 들떠 있었다. 2025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로 오사카가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새벽 시간임에도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해냈다”며 만세를 불렀다. 전후 일본의 부흥을 만방에 알렸던 1970년 오사카 엑스포의 영광을 재현하리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
“킁킁 뭔가 비싼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서울 강남의 화려한 거리를 걷다가 감탄사를 연발한다. 서민들에게 난다는 ‘지하철 냄새’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나 보다. 친구가 핀잔을 준다. “너무 킁킁대면서 다니지 말자. 같이 다니기 창피하잖아” “촌스럽게 그만 쳐다봐. 완전 시골에서 온 사…
정상적으로 은퇴한 공무원 가운데 평균 사망 연령이 가장 낮은 직군은 소방직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평균 74.7세다. 가장 높은 판검사 직종의 82.4세보다 8년 가까이 먼저 세상을 떴다. 매년 연말이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화상 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발매되는 ‘몸짱 소방관’ 달력에서 소방…
11일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의 쟁점은 인사검증 부실 문제였다. 야당 의원들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주식 파킹’ 의혹 등을 지적하며 ‘법무부가 제대로 확인했느냐’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한동훈 장관은 …
대법관 한 명이 한 해 주심을 맡아 처리하는 사건이 지난해 평균 4038건이었다. 2000년대 후반 2000건대에 진입했고 2010년대는 대체로 3000건대였으나 지난해 4000건대로 올라섰다. 매주 77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해도 매일 11건씩 처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