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출신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국무총리 후보자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비서실장에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당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보수 정부가 전(前) 정권 인사를 내각과 대통령실에 배치한다는 파격적 구상에 여당에서는 공개 반발이 터져 나온 겁니다.
인선 업무를 맡고 있지 않은 윤 대통령 측근 그룹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17일 오전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에 대한 인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 공보 라인은 “검토된 바 없다. 황당하다”고 했습니다. 결국 인선 검토 보도가 나온 지 약 3시간 뒤 대변인실은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을 내고 이를 부인했습니다. 인선을 둘러싼 혼란과 난맥상이 고스란히 노출 돼버린 상황입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조차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 혼란이 커지자 여당은 대통령실을 비판했습니다. 권성동 의원은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 검토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한 비윤계 당선인은 “이런 인사를 하려면 윤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나라를 넘겨주겠다는 것이냐. 협치가 아니라 선을 넘은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민주당도 발끈하는 분위기입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인)은 “대통령실이 ‘(인사에) 최선을 다했지만 안 됐다’고 주장하기 위해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 얘기를 띄운 것 아니겠냐”며 “야당 파괴 공작”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당사자들과 제대로 합의가 된 것 같지도 않다”며 “여론을 떠보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사) 소식을 흘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야권 인사의 내각, 대통령실 기용 구상 배경에는 대선 전만 해도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었던 윤 대통령의 이력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 본인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을 지냈고 야권 인사들과도 소통해 왔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 부부는 박 전 장관 부부와 함께 모임을 갖는 등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 전 원장의 경우 과거 윤 대통령에게 총선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던 인사라고 합니다. 이날 보도가 나오자 양 전 원장은 “공직을 더 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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