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아일보 편집국 이정은 부국장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기업 옥죄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배임죄 손질에 나섰습니다.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고 대신 ‘재산관리범죄에 관한 처벌법(가칭)’이라는 별도 특례법을 만드는 방안이 추진되는 겁니다.
현행 형법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배해 손해를 끼치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미래의 손실 가능성만으로 수사가 가능했고, 경영진의 투자나 인수합병(M&A) 결정도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돼 왔습니다. “혁신 투자를 막는 족쇄”라는 불만도 제기됐습니다.
19일 여권에 따르면 법무부가 마련한 특례법 초안은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처벌 대상을 ‘법률과 규정에 따라 재산관리 임무를 맡은 사람’으로 한정했고, 배임 행위는 재산 유용, 자산 유출 등 7개 유형으로 구체화했습니다. 실제 재산 피해가 발생해야 처벌할 수 있도록 요건도 강화했습니다.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한 점도 눈에 띕니다. 경영진이 당시 상황에서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판단했다면, 결과적으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형사 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글로벌 시장 변화에 맞춘 과감한 투자와 AI 전환 대응 과정에서 기업 경영진이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기업인이 투자 결정을 잘못하면 배임죄로 감옥에 갈 수 있다고 한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여권 내부에서는 6·3 지방선거 이후 친기업 기조를 강화하려는 흐름과 맞물려 배임죄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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