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매장량 세계 6위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전격 선언하면서 반세기 넘게 유지돼 온 ‘오일 카르텔’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1967년 가입 이후 59년 만의 결별입니다. 산유국들이 감산 공조를 통해 유가를 조절해온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겠다는 신호는 단순한 정책 변화를 넘어 중동 중심의 에너지 패권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합니다.
UAE는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감산 기조에 불만을 드러내 왔죠. 그런 UAE가 OPEC을 탈퇴하는 것은 이 체제의 내부 결속 약화를 의미하는 동시에 국제 유가를 조율하던 안전판이 약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향후 에너지 시장이 더 큰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중동 중심의 공급 질서에 균열이 생기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에너지 질서가 부상할 여지도 커졌습니다. 원유 소비국 입장에서는 사우디·러시아 축과 미국 중심 공급망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단기적으로 유가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이미 중동 전쟁 여파로 높은 가격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얘기가 다릅니다. OPEC의 완충 기능이 약해지면, 억눌렸던 생산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가격 급등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UAE는 2027년까지 생산 능력을 최대 25%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입니다.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UAE는 지난해 한국에 약 1535만 t의 원유를 수출한 세 번째 주요 공급국입니다. 공급 확대는 수입국인 한국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양국 간 협력 관계를 고려하면, 공급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도적 변화도 예고돼 있습니다. 5월 1일 발효되는 한-UAE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는 중동과의 첫 자유무역협정으로, 원유 관세 3%가 단계적으로 철폐되고 나프타 관세도 크게 낮아집니다. 이는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비용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유류비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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