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2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5,000을 넘어섰습니다. 1956년 한국 주식시장이 문을 연 지 70년, 1983년 코스피 지수가 산출된 지 43년 만에 도달한 고지입니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5,019.54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죠.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0.87% 오른 4,952.53으로 마감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1500억 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쳤고, 외국인과 기관은 차익 실현에 나섰습니다.
불과 9개월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미국의 관세 정책 등 악재가 겹치며 지난해 4월 코스피는 2,300선 아래로 주저앉았습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 회복과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맞물리며 3,000선을 회복했고,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 4,000을 넘어선 데 이어 올들어 상승 랠리를 이어가며 5,000 고지를 밟았습니다. 올해 들어 코스피 상승률은 17.5%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이번 상승장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른바 ‘반도체 투톱’의 시가총액 증가는 전체 코스피 시총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두 기업의 실적 전망은 급격히 개선됐습니다.
자동차와 방산, 조선 등 기존 주력 산업의 재평가도 증시에 힘을 보탰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공개 이후 ‘로봇 기업’으로 다시 주목받은 현대차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기업들이 코스피 5,000 시대의 주역으로 꼽힙니다.
정책과 환경도 우호적이었습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내건 이재명 정부의 친(親)증시 정책,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와 글로벌 확장 재정으로 풀린 유동성이 한국 증시로도 유입됐습니다. 미국 S&P500과 나스닥, 일본 닛케이, 대만 자취안 지수 등 주요국 증시가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경고음도 분명합니다. 주가 상승 속도에 비해 실물 경제의 체력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1.0%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성장 동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며 조정 국면이 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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