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확보한 엔비디아의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이 우리나라 제조업의 AI 대전환의 교두보가 될 것이란 기대가 뜨겁습니다. 하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GPU 선물을 ‘게임 체인저’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당장 GPU를 활용할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반도체 칩을 구동할 전력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내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 부서는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인재를 최대한 빨리 스카우트하라는 특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기업은 처음엔 해외에 있는 한국계 AI 경력자 등을 접촉하려 시도했지만 이내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연봉 제안을 높일 대로 높여봤지만 워낙 간극이 커서 해외 인력의 영입이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며 “국내 대학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신입을 뽑아 처음부터 직무 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이 3일 국내 석박사급 이공계 근무 인력 2700명을 설문조사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42.9%가 3년 이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AI와 연관성이 깊은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통신 관련 이공계로 한정하면 44.9%로 더 비율이 높았습니다.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연봉과 연구 환경 차이가 컸다고 합니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최종 학위를 따고 10년 후 국내 이공계 인력이 받는 평균 연봉(약 9740만 원)은 미국 등 해외 인력(약 3억8600만 원)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 연구소’의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AI 인재 순유입’ 지수는 1만 명당 ―0.36명이었습니다. 인구 1만 명당 0.36명의 AI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인구 1만 명당 순유입이 가장 많은 룩셈부르크(8.92명)나 아랍에미리트(UAE·4.13명), 독일(2.13명), 미국(1.07명)은 물론이고 남아프리카공화국(―0.22명), 그리스(―0.25명), 멕시코(―0.10명)보다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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