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대회에서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는 날로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북-중-러 반미(反美) 연대에서 이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9일 밤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 경축대회에는 중국 권력 서열 2위 리창 국무원 총리,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베트남 또럼 공산당 서기장이 참석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오른쪽에는 리 총리가, 왼쪽에는 럼 서기장이 자리했습니다. 북한이 사회주의 진영 핵심국들과의 밀착을 통해 외교적 위상을 과시하려 한 행보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10일 구체적 내용이 공개된 연설에서 “적수국들의 흉포한 정치·군사적 압력에 초강경으로 맞서고 있다”고 했습니다. 북-중-러 연대를 중심으로 한 ‘반서방 블록’의 일원으로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발언입니다. 이날 연설에 구체적인 대남, 대미 메시지는 담기지 않았는데, 이는 한국에 대한 무시 전략과 한미가 요구해온 비핵화에 대해 ‘협상 불가’ 메시지가 담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같은 날 리 총리와 만나 “북-중 관계는 깨질 수 없으며,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북-중 우호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은 당과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조(북-중) 관계를 훌륭히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시종일관 변함없는 방침”이라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습니다.
한편, 북한은 10일 예정된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비롯한 핵무기 탑재 가능 미사일 3종을 공개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지난달 엔진 지상 분출 시험이 진행된 화성-20형은 북한이 미 본토 전역을 기습 타격하기 위해 개발 중인 고체 연료 ICBM 중 사거리가 가장 길고 타격 명중률도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무기죠.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러 최고위급 인사 앞에서 ICBM을 선보이면, 두 나라가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묵인한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