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핵 협상에 대해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다”며 “(협상) 결과에 확신한 건 초대국(미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침략적·적대적 대조선 정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압승을 거두며 백악관 복귀를 확정 지은 이후 미국과의 협상 관련해 내놓은 첫 언급입니다.
김 위원장은 “적을 압도할 수 있는 최강의 국방력만이 유일한 평화수호의 담보”라고 했습니다. “우리 손으로 군사적 균형의 추를 내리우는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앞두고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1기 때처럼 미국에 끌려다니듯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됩니다.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만났지만, 빈손으로 성과 없이 귀국한 경험을 떠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강한 불신 속에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핵무기 군축 수준에서만 허용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번 발언을 내놓은 곳은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 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입니다.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 및 19형과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6나형 등 최신 무기들을 대거 동원한 자리에서 보란 듯이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내놓은 겁니다.
다만 이런 엄포가 북-미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당장은 긴장 국면을 조성하되 몸값을 높여 향후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정부 소식통은 동아일보에 “핵무기 고도화로 자신감이 커진 김 위원장이 트럼프가 판만 깔아주면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등을 전제로 재회 가능성을 시사한 게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발언에서 한국을 아예 언급하지 않았는데,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다시 마주 앉게 되더라도 윤석열 정부는 패싱 하는 ‘통미봉남’ 의도를 이번에도 여지없이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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