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할 자유’를 명시했습니다.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에서 태아의 생명권보다 “내 몸은 나의 선택”이라는 여성의 신체 자치권(body autonomy)을 앞세워 헌법에 못 박은 겁니다.
프랑스 상하원은 4일(현지 시간) 헌법 제34조에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을 새로 추가한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찬성이 708표로 반대 72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가결 직후 “프랑스의 자부심,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소셜미디어에 썼습니다.
사실 프랑스는 1975년부터 낙태가 합법화돼 있는 나라입니다. 지금도 임신 14주까지 여성의 선택으로 낙태가 가능합니다. 그래도 낙태권을 헌법에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국제엠네스티와 세계보건기구(WHO) 수장은 각각 성명을 내고 환영 의사를 밝혔습니다.
반면 보수 가톨릭계의 반발은 거셉니다. 교황청은 프랑스 의회의 개헌 표결 직전 성명을 내고 “보편적 인권의 시대에 인간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있을 수 없다”고 했고, 프랑스 주교회는 낙태 금지를 위한 단식과 기도를 촉구했습니다.
프랑스의 개헌을 계기로 세계 곳곳의 낙태권 찬반 논란은 다시 불붙을 조짐입니다. 특히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낙태권이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른 미국에서는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보수화한 연방대법원이 2022년 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뒤집어 여성계의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2021년 1월 극렬 지지자들의 미 의사당 난입 사태를 선동한 혐의(내란 가담)로 그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무효화한 겁니다. 이번 결정은 미국 16개 주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동시 경선을 치르는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를 하루 앞두고 나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기서도 압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낙태를 비롯한 보수-진보 간 정책, 이념 대결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