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현에 펼쳐져 있는 넓은 양배추 밭 옆에 거대한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대만 반도체기업 TSMC의 구마모토 공장입니다. 해외 반도체 기업 투자에 나선 일본 정부가 4760억 엔(약 4조 2300억 원)의 보조금을 투입해 유치한 생산시설이죠.
일본 현지법인명 ‘Jasm’ 간판을 단 이 공장의 건설 과정은 일본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속도전이었습니다. 애초 “5년은 걸릴 것”이라던 공장 설립은 일본 측의 전폭적 지원 속에 준공 시점을 4년 앞당겼고, 이후 365일 24시간 공사를 지속하며 준공 시점을 2개월 더 줄였습니다. 지난해 말 시험 제작에 들어간 걸 고려하면 사실상 20개월 만에 공장을 지은 셈입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TSMC는 올해 말 이 공장에서 12~28 나노급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는 동시에 6 나노급 2 공장을 착공할 계획입니다.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맡을 3 공장 건설도 검토 중입니다. 이미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소재, 장비 생산력에 TSMC 공장이 더해지면 일본은 단숨에 세계 정상급 반도체 산업 인프라를 갖추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TSMC의 기술 이전 및 협력은 이미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100년에 한 번 오는 기회”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1700명이 근무하게 되는 구마모토 TSMC 공장에는 대만에서 온 주재원만 400명에 이르고, 그 가족까지 더하면 750명이 거주하게 된다고 합니다. 새로운 반도체 공장에 따른 경제 파급효과가 10년간 20조 엔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 결과도 나왔습니다.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려는 일본의 몸부림은 눈물겹습니다. 한때 글로벌 시장을 제패했던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조 단위 보조금을 지급하고, 토지 규제도 과감히 풀고 있습니다. 일본 소니와 도요타 등 의 주요 기술기업 등 8개가 뭉쳐 만든 일본의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는 홋카이도에 설립하는 공장에서 2025년부터 2 나노 반도체 시험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합니다.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 육성 과정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경계의 눈으로 옆나라 일본을 쳐다보기만 할 게 아니라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 규제 완화, 인력 육성 정책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동아일보는 준공식을 앞둔 구마모토 TSMC 공장을 찾아 생생한 현지 분위기를 전합니다. 공장 인근에 속속 들어서는 각종 매장,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활기가 넘치는 주변 식당 등 모습을 들여다보실 수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에 민관이 함께 나선 일본의 총력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