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5대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확대 방침에 반발해 20일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하는 등 집단행동을 예고했습니다. 대형병원에선 다음 주 수술 일정이 연기되거나 축소되는 등 의료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해 의료대란이 곧 현실화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 5 병원 소속 전공의 대표는 어제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한 후 20일 오전 6시 이후는 병원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의대를 졸업한 전공의들은 전국 병원 221곳에서 수술 보조와 진료, 각종 검사를 담당합니다. 특히 5대 대형병원 전체의사(7042명)의 약 40%인 2745명이 전공의여서 이들이 병원을 떠날 경우 진료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5대 병원 외에도 전국 수련병원 곳곳에서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복지부에 따르면 16일까지 10개 병원 소속 전공의 235명이 사직서를 냈다고 합니다. 2000년 이후 3차례 의료계 파업이 있었지만 전공의가 휴업 대신 사직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국 곳곳의 의료 현장에선 벌써부터 비상이 걸렸습니다. 암 환자의 신규 입원이 중단되고, 수술의 절반이 축소되고 있습니다. 마취통증의학과는 전공의들이 없으면 평소 대비 50% 수준으로만 일정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선 28일 예정된 뇌종양 수술이 미뤄졌고, 대구의 대형 병원에서도 위암 환자 수술 일정이 연기됐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어머니가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20일 폐암 4기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연기됐다. 환자 생명으로 밥그릇 챙긴다고 협박하는 게 의사가 할 짓인가”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정부는 “과거처럼 사후 구제나 선처가 없다”면서 기계적인 법 적용을 강조했습니다. 업무개시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예외 없이 고발하고, 1심에서 벌금형 이상이 나오면 면허를 취소 절차를 밟겠다는 겁니다. 업무개시 명령을 어긴 전공의를 고발했다가 이후 취하하는 일이 없을 거라는 겁니다.
문제는 의료계 반발이 계속될 경우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그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대한의사협회는 회원 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전공의에 이어 일반 의사들까지 파업에 가담하면 전국의 의료 현장이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주말 사이에 정부와 의료계가 어떤 형태로든 대화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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