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아일보 편집국 정원수 부국장입니다.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은 어제 국민의 힘의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됐습니다. 곧바로 법무장관 이임식을 가진 뒤 한 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이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았어도, 스트라이크인지 아웃인지 애매해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전 장관의 이 말에는 많은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선 한 전 장관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 정치인이 된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그만큼 비상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낮고, 대구경북과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하곤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당선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여당은 대통령 선거에 이기고도 의회 과반이 안돼 야당에 끌려다녔습니다. 여당 입장에선 내년 총선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야구로 치면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전 장관이 스스로를 소방수 투수가 아닌 타자로 비유한 점도 눈길을 끕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전 장관 이력은 사실 투수보다 타자에 가깝습니다. 이례적으로 초임 검사 때 SK그룹 분식회계, 대선자금 등 대형 사건 수사에 연거푸 참여했습니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 외압 논란이 불거진 수사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습니다. 누가 봐도 이런 수사를 할 수 있을까 싶은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역할은 투수보다 타율 높은 타자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한 전 장관의 앞날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문법을 모른다”는 한 전 장관의 말대로, 한 전 장관이 국민 눈높이에서 새로운 정치를 한다면 여의도의 구태를 바꿀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 전 장관은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이후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대통령 윤석열’ 의 핵심 참모 역할을 했습니다. 한 전 장관은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윤 대통령과 나는 서로 다른 것을 같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고 살아왔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당과 대통령실의 수직적인 관계를 어떻게 바꾸느냐, 정치인 한동훈의 첫 번째 허들이 될 ‘김건희 특검법’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타자 한동훈의 클러치 능력’에 대한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