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같은 ‘응급실 뺑뺑이’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독일에서 만난 내과 전문의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 응급 의료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현상이 독일에선 왜 없는 걸까요.
독일에서는 주민 10만~60만 명 당 한 곳씩 중앙구조관리국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소방본부와 같은 곳인데, 중앙구조관리국 상황실엔 대형 전광판이 있습니다. 가로축은 병원, 세로축은 질환을 나타내는데 가로축과 세로축이 만나는 칸마다 녹색이나 빨간색, 노란색 등이 각각 켜져 있습니다. 녹색등이면 ‘치료 가능’, 빨간색이면 ‘치료 불가능’, 노란색은 ‘정보가 업데이트 중’이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심장마비 환자가 있으면 어떤 병원에서 치료 가능한지가 바로 파악 가능한 겁니다.
중앙구조관리국의 상황실 직원은 이 화면을 보면서 응급환자 이송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합니다. 긴급 전화가 걸려오면 상황실 직원은 환자의 상태와 위치를 묻고 응급처치법을 조언하며 환자를 안심시킵니다. 그 사이 구급차를 현장에 보내고, 구급차의 이동 정보도 실시간으로 파악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현장의 구급차가 보낸 응급환자의 정보를 토대로 컨트롤타워에서 환자가 중증인지, 경증인지를 분류합니다. 중증 환자만 대형병원 응급실로 보내고, 그 외의 환자는 소형병원에서 진료 받게 합니다. 대형병원 응급환자의 절반이 경증 환자인 한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사실 한국도 독일처럼 중증과 경증 환자를 분류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독일과 같은 중앙구조관리국이 아닌 현장에 구급 활동을 간 대원들이 구급차를 직접 운전하고, 응급처치를 하면서, 동시에 환자를 분류해야 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치료 가능한 병원이 있는지를 일일이 전화를 해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분초 단위로 생사가 갈릴 수 있는 응급 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기 어렵습니다.
한국이 배워야 할 사례는 독일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은 응급실 북새통을 막기 위해 병원 입구부터 중증과 경증을 나누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구급대원에게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송 거부에 대한 재량권을 줍니다. 사실 우리 정부도 2018년 ‘경증환자의 응급실 방문을 억제하는 사업을 벌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무슨 진척이 있었나요. 오늘도, ‘표류’로 고통을 겪게 될 환자와 가족들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 정부의 대책은 너무 더디고, 느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