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서울대 이공계열 합격 점수가 고려대, 연세대보다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동아일보가 종로학원과 함께 2020~2023학년도 정시 합격점수와 정시의료 관련 학과들(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의 합격 점수를 비교한 결과입니다.
합격 점수는 정시 최종 등록자의 70% 컷을 활용했는데, 2020~2022학년도에는 서울대 이공계열이 고려대 연세대 이공계열보다 높았습니다. 하지만 2023학년도 주요 대학 이공계열 합격 점수는 서울대 93.9점, 고려대는 94.9점, 연세대는 94.2점이었습니다. 근소한 차이지만 서울대 이공계보다 고려대, 연세대 이공계의 점수가 높게 나온 겁니다. 이공계 서열만 보면 SKY가 아닌 셈입니다.
입시 업계에선 “수험생 배치표에서 서울대가 고려대와 연세대 아래 있었던 적은 없었다”면서 이런 결과를 국내 입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 서울대에 합격할 만한 수험생들이 대거 ‘의치한약수’ 등 의료계열 학과를 선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대 의료 관련 학과와 이공계열의 70% 컷은 2022학년도엔 2.9점차이였는데, 2023학년도엔 4.2점으로 벌어졌습니다. 서울대 이공계에 합격한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동시 합격한 지방의대로 이탈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문제는 이공계 이탈 현상이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고려대와 연세대 이공계 주요 학과에서도 1학년 1학기만 다니고 중도 이탈해 대입 의대 재수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과 수험생들의 이대 쏠림 현상은 문이과 통합 수능 이후 더 심해졌습니다.
마침 2024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이 공개됐는데 전국 주요 의대 경쟁률은 46대1로 지난해보다 높아졌습니다. 의대 광풍에 의대 경쟁률이 계속 오르는 추세입니다. 인하대 의대 논술 전형은 무려 661대 1을 기록했습니다. 성균관대 의대 논술 우수자 전형도 5명 모집에 3158명이 몰려 631대 1이었습니다.
정부는 글로벌 경쟁 강화를 위해 반도체나 AI, 2차전지 등 첨단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대 블랙홀 현상을 방치하면 이런 노력이 결실을 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MZ 세대에게 이공계를 졸업하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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