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0%대의 ‘제로 성장’이 우려되고 있지만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서울·경기 지역 주요 대단지 아파트 10곳 중 9곳(88.1%)에서 올 들어 역대 가장 비싼 신고가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 초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여파로 서울 강남권에 집중됐던 집값 상승세가 새 정부 출범 직전부터 다시 고개를 들더니 비강남 지역으로도 번지는 상황입니다.
금리가 내리는 데다 다음 달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영끌’ 수요까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현재 부동산 상황이 금리가 내리는 가운데 공급 부족 우려가 불거지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던 2018년 당시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KB부동산의 ‘선도아파트’ 50곳 중 ‘국평’(전용면적 84㎡) 거래가 있는 42곳의 실거래 가격을 분석한 결과 37곳(88.1%)이 올 들어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KB부동산은 매년 전국 주요 대단지 아파트 가운데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 50곳을 뽑아 선도아파트로 지정합니다. 올해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양천구 목동 14단지, 과천시 원문동 래미안슈르 등이 포함됐습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은 금리 인하와 대출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달 들어 주요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이 2조 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792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9980억 원 늘었습니다. 가계대출은 2월(3조931억 원) 증가세로 돌아섰고 3월(1조7992억 원), 4월(4조5337억 원), 5월(4조9964억 원)에 증가 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일평균 가계대출 증가액은 1665억 원이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에 월간 증가 폭이 최대였던 지난달(1612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금융 당국은 1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전(全) 은행권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합니다. 최근 집값 급등에 이어 가계대출 증가 폭까지 커지자 긴급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은행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중에 풀린 돈이 기업으로 흐르지 않고 부동산에 쏠리면 거품만 커지게 됩니다. 부동산 투기심리가 가세하지 않도록 초기에 불길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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