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정치학자들이 참여하는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은 12·3 비상계엄 이후 한국의 정치 양극화에 대한 첫 인식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동아일보는 EAI의 조사 결과를 입수했는데, 정치 양극화와 갈등의 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매우 싫다’고 응답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는 69.0%, ‘민주당이 매우 싫다’고 답한 국민의힘 지지자는 58.8%였습니다. EAI가 2021년 조사한 결과와 비교했을 때 ‘국민의힘이 매우 싫다’는 민주당 지지자(40.8%)는 28.2%포인트, ‘민주당이 매우 싫다’는 국민의힘 지지자(50.5%)는 8.3%포인트 늘어난 것입니다. 자신의 지지 정당과 경쟁하는 정당에 대한 극단적인 비호감, 적대적 정서가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비호감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60.6%는 ‘(국민의힘을) 역겹다. 정치권에서 안 봤으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또 민주당이 비호감이라고 답변한 이들 중 44.0%는 ‘(민주당을) 역겹다. 정치권에서 안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양당’에 대한 비호감도도 크게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의힘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8.8%였고, ‘더불어민주당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4.1%로 모두 과반이었습니다. 4년 전에 비해 비호감도는 국민의힘 21.0%포인트, 민주당이 10.4%포인트 늘어난 것입니다.
‘1년 뒤 한국 정치권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한 응답자는 57.8%였으며 완화될 것이라는 답변은 19.7%에 그쳤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64.9%였던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은 23.1%였습니다.
이에 대해 손열 EAI 원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은 “민주주의 후퇴 이면에는 심각한 정치 양극화가 자리하고 있다”며 “심화된 정파적 양극화에 가려진 다수의 중도의 목소리를 끌어내고 대변할 수 있는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정파적 양극화로 인해 과도하게 보수와 진보라는 두 개의 대립적 관계만 강조되고 있다”며 “중도층에 주목해 인식의 ‘유사함’이나 태도의 ‘타협 가능함’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