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이 현장의 철근공들은 대부분 외국인이었다고 합니다. 서툰 한국어나 영어로 이들과 의사소통을 통해 국적을 물어봤더니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이었습니다. 10명 중 9명꼴로 외국인 작업자였습니다. 공사 현장엔 10여 개 나라의 언어로 안내판이 붙은 지도 꽤 오래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다국적 작업자들이 철근 공사에 참여하는데, 철근 시공을 지휘하는 ‘철근 부장’은 이들에게 작업 지시를 내릴 때마다 외국인 중 조금이나마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임시 통역 담당’ 철근공에게 시킨다고 합니다. 언어별로 1,2명이 역할을 맡는 겁니다. 문제는 촉박한 공사 기한 안에 빨리 끝내야 하는 철근 공사가 복잡하다는 겁니다. 시공해야 하는 철근 개수나 간격이 틀리거나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오해하거나, 엉뚱한 철근을 박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겁니다.
외국인 작업자의 상당수는 불법 체류자라고 합니다. 외국인이 정식 입국하면 현장 관련 교육을 3⁓5일 정도 받는데, 불법체류자의 경우 최소한의 사전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소시지 같은 철근을 넣어야 하는데 이쑤시개를 까는” 공사 현장이 생긴다고 합니다.
철근 누락의 또 다른 이유는 이른바 ‘하청의 하청의 하청의 하청’ 등 4차 재하청까지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아파트 철근 누락을 7개월간 추적한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아파트 건설소장이 대기업 건설사들과 나눈 320건의 통화 녹음을 모두 확보하고 내용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1차보다는 2차 하청, 2차보다는 3차 하청, 3차보다는 4차 하청이 공사비도 줄어듭니다. 4차 하청업체는 공사비의 30%만 갖고 시공을 하는 구조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최종 하도급 업체는 금간 기둥을 쓰는 등 하자가 있어도 방치하는 부실 공사의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취재팀을 만난 아파트 공사 관련자는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건설 현장 내막을 알잖아요. 아무리 싸게 나와도 제가 지은 아파트엔 솔직히 살고 싶지 않아요.” 히어로콘텐츠팀의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의 세 번째 이야기에선 철근 누락이 왜 생기는 건지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어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