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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업을 이룬 것도 아닌 평범한 개인의 일기나 회고록, 편지, 재산분할 기록 같은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미시사(微視史) 연구자에겐 훌륭한 사료가 된다. 이탈리아 역사학자가 토스카나의 문서보관소에서 발굴한 기록을 토대로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 후반까지의 ‘브라치 캄비니’라는 가문의 역사를 재구성한 책이다.“그녀는 내가 지정한 유언 집행인의 도움을 받을 것이며, 나는 그녀가 언제나 그랬듯이 따뜻하고 진실한 부부간의 사랑을 지금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이어갈 것이라고 믿는다.”(2부 ‘안토니오 마리아와 안나의 사교 그리고 루소리오의 결혼’에서) 책이 다루는 이 가문의 3대인 루소리오가 남긴 유언장의 일부로, 그가 부인 테레사에 대해 가진 생각을 알 수 있다. 사소한 내용 같지만 저자는 루소리오가 유산 분할에서 홀로 남을 아내의 삶을 확실히 보장하려고 했다는 데 주목했다. 형의 두 아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루소리오는 부계 친족에게 유산 상속의 우선권을 부여하지 않고 당시 관행보다 훨씬 많은 대부분의 재산을 부인에게 남겼다. 저자는 여기서 가문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귀족들의 ‘가문의 논리’가 계몽주의의 확산 속에 흔들리고 있었음을 포착해 낸다. 가문의 경제적 부를 유지하기 위해 차남 이하의 아들은 결혼도 하지 않는 등 재산의 분할을 막는 걸 뭣보다 우선시했던 과거의 관행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던 것. ‘이익과 애정 사이’, 근대인의 감성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생생하게 조명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정부가 서울 광화문에 한글로 된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광화문 현판 교체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 검토’ 방안을 보고했다. 최 장관은 “광화문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현대사의 역동적인 상징이고 현재진행형”이라며 “한자(현판)도 있지만 한글도 있게 해서 상징성을 부각시키자는 뜻”이라고 했다. 최 장관이 보고한 방안에 따르면 기존 3층 누각 처마에 설치된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되, 한 층 아래 누각 처마에 한글 현판을 새로 설치하는 방식이다. 최 장관은 “한글 현판 추가 설치는 (한자 현판) 원형을 지키면서 시대적 요구도 포용하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론을 수렴하고 관련 절차를 밟는 등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 추진 일정이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광화문 현판은 그간 여러 차례 교체돼 왔다. 광화문이 6·25전쟁 때 불타며 현판도 전소했다가, 1968년 복원되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이 걸렸다. 2010년 광화문 원형 복원 때는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의 글씨를 복원해 한자 현판을 달았으나 3개월 만에 갈라졌다. 2012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문화재위원회(현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새로운 현판은 한자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걸려 있는 현판은 잘못된 바탕색과 글씨 색을 수정하고 2023년 10월 새로 내건 것이다. 2024년 유인촌 당시 문체부 장관이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최응천 당시 국가유산청장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도 “취지와는 별개로, 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며 “문화유산 복원 및 보존 원칙에 이 같은 변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의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서울 광화문에 한글로 된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일 국무회의에서 “광화문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현대사의 역동적인 상징이고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한자(현판)도 있지만 한글도 있게 해서 상징성을 부각시키자는 뜻”이라며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 검토’ 방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최 장관은 기존 3층 누각 처마에 설치된 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고, 한 층 아래 누각 처마에 한글 현판을 새로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최 장관은 “올해는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이자 한글날의 효시인 ‘가갸날’ 선포 100주년”이라며 “한글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면, 원형을 지키는 정신에 더해 한글현판을 요구하는 시대적인 요구도 포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광화문은 6·25전쟁 때 불타 없어졌다가 1968년 콘크리트로 복원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이 걸렸다. 2010년 광화문 원형을 복원하면서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의 글씨를 복원해 한자 현판을 달았으나 3개월 만에 갈라졌다. ‘새 현판은 한글로 써 달자’는 한글 단체의 주장이 나왔지만 2012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문화재위원회(현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통해 기존대로 한자 현판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금 걸려 있는 한자 현판은 잘못된 바탕색과 글씨 색을 수정하고 2023년 10월 새로 내건 것이다.문체부 관계자는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에 관해 “여론을 수렴하고 관련 절차를 밟는 등 시간이 걸리는 일이며, 아직 구체적 추진 일정이 정해진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지난해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2018년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전년 대비 3.3%포인트 상승한 82.3%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문체부는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인식과 변화 추이를 조사해 국가 홍보 전략 수립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국가 이미지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엔 26개국에서 각 500명씩 총 1만3000명을 대상으로 10월 1~31일 온라인 조사했다.문체부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 94.8%)였으며, 이집트(94.0%), 필리핀(91.4%), 튀르키예(90.2%), 인도(89.0%), 남아프리카공화국(88.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문체부는 “중동·아프리카 국가들의 높은 호감도는, 최근 정부와 이들 국가의 활발한 교류 흐름 속 긍정적인 협력 여건이 조성되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태국과 영국의 경우 한국 호감도가 전년 대비 각각 9.4%포인트(76.8%→86.2%), 9.2%포인트(78.2%→87.4%) 상승했다. 특히 영국은 조사 이래 처음으로 평균 이상의 호감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평균 이상의 호감을 보이고 있다고 문체부는 분석했다.중국과 일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각각 62.8%, 42.2%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3.6%포인트, 5.4%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긍정적인 인식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일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2018년 20.0%, 2019년 18.8% 등이었는데, 지난해 조사 이래 가장 높은 호감도를 기록했다.한국의 전반적 호감도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은 문화콘텐츠(45.2%)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케이팝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넓히고, 이를 통해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필리핀(69.3%)과 일본(64.4%), 인도네시아(59.5%), 베트남(58.4%)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문화콘텐츠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뒤이어 현대생활문화(31.9%), 제품 및 브랜드(28.7%), 경제 수준(21.2%) 등이 한국 호감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문화적 요인 외에도 제품 및 브랜드, 경제 수준 등 경제적 요인이 한국 호감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을 접촉하는 경로는 동영상 플랫폼(64.4%), 소셜 네트워크(56.6%), 인터넷 사이트(46.7%), 방송(32.8%) 등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영상 플랫폼 중에서는 유튜브(77.4%), 넷플릭스(65.1%), 아마존 프라임(27.8%) 등이, 소셜 네트워크 중에서는 인스타그램(63.7%), 틱톡(56.2%), 페이스북(53.6%) 등이 주로 이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한편 한국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전년 대비 8.2%포인트 상승한 60.4%로, 우리 국민이 스스로 평가하는 국가 이미지는 세계인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효자태황제(孝子太皇帝)…황고문조(皇考文祖).” 순종 즉위 뒤 종묘사향대제(宗廟四享大祭)에 쓰인 축문에서 고종은 자신을 ‘태황제’로 칭했다. 하지만 일제강점 뒤엔 태황제라는 칭호 없이 자신을 그저 ‘효자’라고만 했다. 대한제국 황실이 이왕가(李王家)로 격하되면서 축식(祝式·제향 때 신이나 조상에게 올리는 축문의 형식)이 바뀐 것이다. 이욱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최근 발간한 ‘일제강점기 종묘 연구’(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사진)에서 일제강점기 종묘가 식민 권력 아래서 어떻게 바뀌고 존속했는지를 조명했다. 책에 따르면 1910년 국권을 강탈당하며 대한제국 황실은 일본 천황제 체제 내의 왕공족(王公族)이 됐다. 순종은 ‘창덕궁 이왕’, 고종은 ‘덕수궁 이태왕’이 됐고, 조선의 유교적 예법은 천황(일본 왕)제하의 식민지 행정 기구인 ‘이왕직(李王職·이왕가의 사무를 담당하는 관제)’의 사무규정으로 편입됐다. 왕실의 제사는 대부분 유지됐다. 하지만 고종뿐만 아니라 순종 사후 후사를 이은 영친왕도 축문에서 자신을 가리켜 ‘효손(孝孫)’이라고 했다. 황제나 왕이란 호칭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종묘 제향(祭享·나라에서 지내는 제사)은 국가의 안녕을 비는 대사(大祀)에서 한 가문의 조상을 모시는 사적인 ‘가문 제사’로 축소됐다”고 했다. 일제강점기엔 종묘 건물도 축소됐다. 일제강점기 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종묘지(宗廟志)’와 조선 후기 ‘종묘전도(宗廟全圖)’를 비교하면, 종묘 정전 남문 밖에 있던 악공청이 칠사당의 향청(香廳·향축을 보관하는 곳) 자리로 옮겨진 것이 확인된다. 부속 건물인 집사청(執事廳)도 다수가 없어졌다. 이 교수는 “조선시대 제향 때 수많은 관원이 종묘에 동시에 머물렀던 데 반해, 일제강점기엔 외부의 참여 인원이 거의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이 밖에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된 이왕직의 자료를 바탕으로 종묘 소장 물품, 제기, 제물의 공급과 분배 등을 상세히 좇는다. 1932년경 제관의 수는 조선시대 8분의 1 수준인 16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관원에서 차출했던 제관 역할은 이왕직 또는 종묘 직원이 했다. 이 역시 제향이 철저히 이왕가의 행사로 간주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종묘 예식은 중국 고대 유교 예식에 근거를 뒀는데, 황제도 아닌 이왕가에 적합한 것인가 하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하지만 논자들은 이왕가의 종사(宗祀)를 보장한 일본 천황의 조서를 통해 기존 제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중국 예식은 일본의 것과 다르므로 천황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 ‘신앙의 자유가 있다’ 등의 의견을 근거로 이왕가는 기존 천자의 의식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다. 이 교수는 “왕조의 신전이며, 국가 사당이었던 종묘의 역사를 이왕가의 역사로 환원하는 것은 종묘에 깃든 공적인 성격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효자태황제(孝子太皇帝)…황고문조(皇考文祖).”순종 즉위 뒤 종묘사향대제(宗廟四享大祭)에 쓰인 축문에서 고종은 자신을 ‘태황제’로 칭했다. 하지만 일제강점 뒤엔 태황제라는 칭호 없이 자신을 그저 ‘효자’라고만 했다. 대한제국 황실이 이왕가(李王家)로 격하되면서 축식(祝式·제향 때 신이나 조상에게 올리는 축문의 형식)이 바뀐 것이다.이욱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최근 발간한 ‘일제강점기 종묘 연구’(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에서 일제강점기 종묘가 식민 권력 아래서 어떻게 바뀌고 존속했는지를 조명했다. 책에 따르면 1910년 국권을 강탈당하며 대한제국 황실은 일본 천황제 체제 내의 왕공족(王公族)이 됐다. 순종은 ‘창덕궁 이왕’, 고종은 ‘덕수궁 이태왕’이 됐고, 조선의 유교적 예법은 천황(일본 왕)제하의 식민지 행정 기구인 ‘이왕직(李王職·이왕가의 사무를 담당하는 관제)’의 사무규정으로 편입됐다.왕실의 제사는 대부분 유지됐다. 하지만 고종뿐만 아니라 순종 사후 후사를 이은 영친왕도 축문에서 자신을 가리켜 ‘효손(孝孫)’이라고 했다. 황제나 왕이란 호칭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종묘 제향(祭享·나라에서 지내는 제사)은 국가의 안녕을 비는 대사(大祀)에서 한 가문의 조상을 모시는 사적인 ‘가문 제사’로 축소됐다”고 했다.일제강점기엔 종묘 건물도 축소됐다. 일제강점기 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종묘지(宗廟志)’와 조선 후기 ‘종묘전도(宗廟全圖)’를 비교하면, 종묘 정전 남문 밖에 있던 악공청이 칠사당의 향청(香廳·향축을 보관하는 곳) 자리로 옮겨진 것이 확인된다. 부속 건물인 집사청(執事廳)도 다수가 없어졌다. 이 교수는 “조선시대 제향 때 수많은 관원이 종묘에 동시에 머물렀던 데 반해, 일제강점기엔 외부의 참여 인원이 거의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저자는 이 밖에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된 이왕직의 자료를 바탕으로 종묘 소장 물품, 제기, 제물의 공급과 분배 등을 상세히 좇는다. 1932년경 제관의 수는 조선시대 8분의 1 수준인 16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관원에서 차출했던 제관 역할은 이왕직 또는 종묘 직원이 했다. 이 역시 제향이 철저히 이왕가의 행사로 간주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이 교수에 따르면 종묘 예식은 중국 고대 유교 예식에 근거를 뒀는데, 황제도 아닌 이왕가에 적합한 것인가 하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하지만 논자들은 이왕가의 종사(宗祀)를 보장한 일본 천황의 조서를 통해 기존 제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중국 예식은 일본의 것과 다르므로 천황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 ‘신앙의 자유가 있다’ 등의 의견을 근거로 이왕가는 기존 천자의 의식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다.이 교수는 “왕조의 신전이며, 국가 사당이었던 종묘의 역사를 이왕가의 역사로 환원하는 것은 종묘에 깃든 공적인 성격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제가 왜 못 우는지 모르겠어요.” 병원 신경정신과 진료실에 온 청년 마테오의 말이다. 8주 전, 임신 중인 아내가 마테오의 곁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고속도로에서 불쑥 밴이 나타났는데,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지 못했던 것. 젊은 의사이던 저자는 그의 사연을 들으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감정적인 울음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유인원에게서도 찾기 어려운 현상. 광유전학(Optogenetics·빛으로 생체조직의 세포를 제어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마테오가 울지 못했던 건 뇌 깊숙한 곳 다리뇌(橋腦·교뇌) 안의 신경섬유가 제 기능을 못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감정이 어떻게 신경회로에서 생성되고 어떤 경로를 거쳐 성격과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조명한 책이다. 세계적 신경과학자로 꼽히는 저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정신의학과 교수로 광유전학을 창시한 인물. 남들이 자기 머리를 해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을 비롯해 조증, 섭식장애 등 다양한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의 사례를 살피며 마음에 대한 이해로 나아간다.“경계성 성격장애 환자들에게는 사는 동안 마주치는 여러 상황과 다양한 인간 상호작용 수준의 상대적 가치가 간단하게 비교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적당한 중간 없이 허무맹랑한 걱정에 빠지거나 자연스러운 주고받음의 인간관계에 극단적인 반응을 보인다. 마치 일종의 가치 환산 시스템이 발달하다 만 것 같다.”(제4장 ‘상처가 건네는 이야기’에서) 저자는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 행동에서 심리적 보상을 얻는 경향이 있고, 그 배경엔 훨씬 더 깊고 큰 내면의 상처를 가리려는 목적이 있다고 했다. 이 성격장애는 모두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설명되는 건 아니지만, 어린 시절의 스트레스와 무력감이 뇌 심부의 ‘고삐(Habenula)’라는 구조에 이상을 일으켰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과학자의 책인데도, 문체가 문학적인 느낌을 준다. 비유적 표현 등을 해석하는 게 까다롭긴 하지만 읽는 맛이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1980년대 바둑 중일 슈퍼대항전에서 11연승을 거두며 중국의 3회 연속 승리를 이끌었던 ‘중국의 바둑 영웅’ 녜웨이핑(聶衛平) 9단(사진)이 14일 베이징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74세.국내에선 한국어 발음 ‘섭위평’으로 친숙한 고인은 중국 현대 바둑의 개척자로 꼽힌다. 9세때 바둑을 배우기 시작해 이듬해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 아동조 3위로 입상했다. 23세 때인 1975년 중국바둑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1982년 9단에 올랐다.특히 1985년 제1회 중일 바둑 수퍼대항전에서 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치, 가토 마사오 9단 등을 잇달아 이기며 중국에 우승을 안겨 큰 인상을 남겼다. 1988년 4회 대회까지 일본을 상대로 11연승을 거둬 ‘철의 수문장’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해 중국국가체육위원회로부터 ‘기성(棋聖)’ 칭호를 받으며 당대 최고수로 꼽혔다.국내 바둑 팬들에겐 1988, 1989년 제1회 응씨배 결승에서 한국 대표 조훈현 9단에게 역전패하던 모습이 오래 회자됐다. 영화 ‘승부’(2025년) 도입부에 등장하는 장면이 해당 대국이다.고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중학교 동창이자 친구로도 유명하다. 시 주석은 겅뱌오 부총리의 비서로 일하던 1970년대 말에 틈틈이 고인을 찾아가 바둑을 배웠다고 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국내 창작자와 저작자로 구성된 16개 단체가 인공지능(AI) 모델의 저작물 학습에 광범위한 면책을 도입하는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AI액션플랜)의 즉각적인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방송협회 등 문화콘텐츠 분야 단체들은 13일 “AI 기술 패권을 위해 창작자를 희생시키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에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한국신문협회도 해당 방안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재검토를 촉구한 데 이어 16개 단체도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가인공지능전략위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AI액션플랜은 AI 기업이 저작권자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법적 불확실성 없이’ ‘사실상 무상’으로 활용하도록 법적 장벽을 제거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이는 사유재산권인 저작권을 훼손하려는 시도일 뿐 아니라, 한국 문화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16개 단체는 AI액션플랜이 “왜곡된 ‘글로벌 추세’를 앞세워 창작자를 기만한다”고도 지적했다. 국제적인 흐름은 AI 학습에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함을 명확히 하고 학습 데이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일부 예외 사례를 들어 영리 목적의 면책을 추진하는 건 사실을 호도하는 행위라는 비판이다. 단체들은 “정부가 학습용 데이터의 가치가 커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그 권리자인 창작자를 외면하는 정책을 입안하는 건 모순”이라며 “글로벌 AI 3강이란 목표를 위해 창작 생태계를 파괴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국내 창작자와 저작자로 구성된 16개 단체가 인공지능(AI) 모델의 저작물 학습에 광범위한 면책을 도입하는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AI액션플랜)의 즉각적인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한국방송협회 등 문화콘텐츠 분야 단체들은 13일 “인공지능(AI) 기술 패권을 위해 창작자를 희생시키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에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한국신문협회도 해당 방안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재검토를 촉구한 데 이어, 16개 단체들도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이들은 성명에서 “국가인공지능전략위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AI액션플랜은 AI기업이 저작권자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법적 불확실성 없이’ ‘사실상 무상’으로 활용하도록 법적 장벽을 제거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이는 사유재산권인 저작권을 훼손하려는 시도일 뿐 아니라, 한국 문화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지적했다.16개 단체들은 AI액션플랜이 “왜곡된 ‘글로벌 추세’를 앞세워 창작자를 기만한다”고도 지적했다. 국제적인 흐름은 AI 학습에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함을 명확히 하고 학습 데이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일부 예외 사례를 들어 영리 목적의 면책을 추진하는 건 사실을 호도하는 행위라는 비판이다.단체들은 “정부가 학습용 데이터의 가치가 커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그 권리자인 창작자를 외면하는 정책을 입안하는 건 모순”이라며 “글로벌 AI 3강이란 목표를 위해 창작 생태계를 파괴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필리핀 세부의 한 호텔 지하 술집. 한국에서 여행을 온 양길과 지훈 두 친구가 함께 술을 마신다. 지훈이 화장실을 간 사이 양길은 수면제를 지훈의 술에 타고, 잠에 취한 지훈을 살해한다. 현지 의사는 ‘지훈이 술을 많이 마시고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양길의 말만 믿고 사망진단서를 쓴다. 양길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지훈의 시체를 화장까지 해 한국으로 온다. 하지만 지훈이 질병이나 사고 사망 시 19억 원을 받는 보험에 가입했으며, 수령자는 가족도 약혼자도 아닌 양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검찰은 양길이 사건 전 수면제를 잔뜩 처방받았고, 휴대전화로 ‘알코올에 수면제가 녹는지’ 검색했으며, 지훈의 옷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을 뿐 아니라, 양길이 지훈의 사망 당시 정황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밝혀낸다. 필리핀의 의사도 그저 양길의 말을 믿고 진단서를 썼으며, 지훈의 입 주변엔 외부의 자극으로 생긴 붉은 반점 같은 것이 있었다고 증언한다. 모든 정황은 양길의 유죄를 가리키고 있지만 문제는 범행의 목격자나 DNA, 흉기, 폐쇄회로(CC)TV 화면 같은 직접 증거가 없다는 것. 판사는 ‘병사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끝내 무죄 판결을 내린다. 양길은 마땅한 처벌을 받게 될까. ‘보험금 살인’과 법정 안팎의 공방을 소재로 한 변호사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이야기 진행이 다소 무리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없진 않지만, 독자가 공분할 만한 묵직한 주제를 다룬 점이 눈에 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위원장에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9일 선출됐다.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제6기 여론집중도조사위원 10명을 위촉했다. 새로 위촉된 위원은 강현철 호서대 빅데이터에이아이(AI)학부 교수,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유수정 케이비에스(KBS) 미디어연구소 연구원, 이나연 연세대 언론홍부영상학부 부교수, 이소은 국립부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조교수,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서현 언론중재위원회 연구원, 조용만 비즈워치 이사회 의장, 최진호 경상국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조교수, 강주안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이다. 위원 임기는 3년이다.위원회는 이날 전체 회의에서 위원장에 안민호 교수를, 부위원장에 강현철 교수를 호선으로 선출했다. 위원회는 매체별 뉴스 이용점유율 산출 등 여론집중도에 대한 연구․조사, 법령 정비에 대한 의견 제시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3·1문화재단(이사장 안동일)은 제67회 3·1문화상 수상자로 장경섭 서울대 석좌교수(학술상 인문사회과학부문), 이경진 KAIST 석좌교수(〃 자연과학부문), 김성녀 동국대 석좌교수(예술상), 이상영 연세대 특훈교수(기술·공학상)를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상금은 각각 1억 원이다. 시상식은 3월 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가까운 미래, 세계 곳곳에선 인공지능(AI)이 BTS와 블랙핑크풍(風)으로 만든 노래가 울려 퍼진다. AI를 개발한 글로벌 빅테크들은 사용료로 돈을 벌지만, 그 재료를 제공한 한국의 저작권자들에겐 제대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수익성 저하로 새로운 기획과 창작은 위축되고, K팝 산업은 홍콩영화처럼 몰락하거나 일본 아이돌 산업처럼 ‘국내 리그’로 전락한다. AI의 저작물 학습에 대해 광범위한 면책을 허용하는 우리 정부의 정책이 유도할 수도 있는 한 미래의 모습이다. 최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AI 기업이 사전에 권리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AI 개발에 데이터를 활용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선(先)사용, 후(後)보상’ 방식이다. 지금도 기업들은 ‘영업비밀’이라며, 어떤 저작물을 얼마나 써서 AI 모델을 개발했는지 꽁꽁 감추는 실정이다. 물건(저작물)을 빼앗긴 사람은 상대가 뭘 얼마나 가져갔는지조차 모르니, 가격은 사는 사람 마음이 될 것이다. 창작자들의 피땀이 어린 저작물은 도매금도 아니고 ‘땡처리’ 될 것이 뻔하다. “내 피 땀 눈물 내 마지막 춤을/다 가져가 가/…/내 몸 마음 영혼도/너의 것인 걸 잘 알고 있어/이건 나를 벌받게 할 주문”(BTS ‘피 땀 눈물’ 중에서). 사실상 AI의 저작물 학습에 대해선 무조건적 면책을 도입하자는 것과 별로 다름이 없다. AI 대전환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데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창작자와 저작권자가 일방적으로 희생하기만 하면 국내 AI는 글로벌 빅테크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국내 데이터는 우리 기업만 학습하게 하면 좋겠지만, 그런 비관세 장벽이 가능할 리가 없다. AI 학습의 저작권 면책은 한국을 글로벌 빅테크들의 가장 만만한 데이터 채굴장으로 만들 공산이 크다. 해외 선발 주자들의 AI가 국내 저작물을 학습해 한국어 등 결과물의 품질을 올리는 게 국내 기업들의 개발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얘기다. 자칫 데이터(저작물) 주권도 잃고, AI 격차도 따라잡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AI 학습 규제는 꼭 저작물에만 관련된 것도 아니다. 글로벌 AI 기업들은 한국의 제조업 데이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학습의 무분별한 허용이, 산업 분야 AI 솔루션 개발을 위한 원천 데이터를 글로벌 빅테크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것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서비스 산업도 위험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 ‘기업의 자산인 데이터를 훔치는 건 당연히 금지될 것’이라는 반론이 나올 것 같다. 역으로 궁금해진다. 저작물은 왜 훔쳐도 되나?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각종 안전장치를 둬서 AI 개발과 저작권자의 권리 사이에 균형을 찾자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AI의 학습 데이터 공개를 의무화했고, 일본도 저작자의 이익을 해치는 경우엔 면책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사법부가 사건별로 판단하고 있지만 원저작물의 시장을 침해하는 AI의 학습은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건 같다. 조선 말기에 비하자면 ‘근대적 공장 설립 장려’를 노리는 지금의 정책은 역으로 열강들에 광산 개발권을 마구 넘겼던 것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없지 않다. 아무리 급해도, 한 치 앞만 보면서 천 리 길을 갈 순 없다.조종엽 문화부 차장 jjj@donga.com}

부가가치가 높아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마이스(MICE·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산업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국가통계가 재정비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31일 ‘MICE 산업 특수분류’를 제정 고시했다”고 밝혔다. 각종 행사가 개최되면 행사 기획이나 호텔 등의 회의장 대관 매출이 발생할 뿐 아니라 부스 설치와 홍보, 통역을 비롯한 행사 준비 및 참가자의 숙박, 교통, 쇼핑 등에서도 대량의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하지만 기존엔 국제회의 기획업·시설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만 통계가 작성됐던 탓에 통계가 연관 산업에 대한 경제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정 산업이 포괄하는 범위를 담은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에서 MICE 산업이 독립된 산업으로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번에 특수분류가 제정되면서 MICE 산업도 독립적인 산업으로서 공식적인 통계 기준을 갖추게 됐다. 아울러 MICE 행사가 만들어내는 경제효과를 더욱 폭넓고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다. MICE 산업 특수분류는 행사 준비에서 개최, 참가자 소비, 연관 서비스로 이어지는 산업 가치사슬 전반을 포괄할 수 있게 설계됐다. 관광공사는 “이를 통해 기술·디자인·홍보 등 개최 지원 산업과 숙박·수송·쇼핑 등 관광 서비스업까지 연계된 업종 전반을 다룸으로써 산업 간 연계 구조와 지역경제 기여도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성은 관광공사 관광데이터실장은 “해당 체계를 기반으로 신뢰도 높은 MICE 산업 통계를 만들고, 데이터 기반의 산업 육성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채청)는 인공지능(AI) 개발에 뉴스 저작물 등의 무단 사용을 허용하는 ‘선(先)사용 후(後)보상’ 방안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신문협회는 “AI 모델의 저작물 학습에 광범위한 저작권 면책을 도입하는 방안을 담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AI액션플랜)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2일 전달했다”고 5일 밝혔다. 위원회가 지난해 12월 16일 발표한 AI액션플랜 가운데 ‘AI 학습·평가 목적의 저작물 활용 및 유통 생태계 활성화’ 정책은 AI 모델이 법적 불확실성 없이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 AI기본법 등 관련 제도의 개정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원회는 AI 기업이 사전에 권리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AI 개발에 데이터를 활용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에 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저작권의 핵심은 권리자가 자신의 저작물 이용 여부를 사전에 결정할 권리”라며 “선사용 후보상은 이러한 거부권(허락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창작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불공정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AI 기업이 ‘어떤 저작물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어느 모델에 활용했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상금은 AI 기업에 유리한 기준으로 과소 정산될 가능성이 크고, 저작물의 가치 하락과 창작자의 생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협회는 이어 “생성형 AI의 뉴스 콘텐츠 학습은 원저작물의 시장 수요를 대체한다는 점에서 공정 이용이 아니다”라며 “AI 훈련 면책이나 무조건적 면책을 허용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덧붙였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채청)는 인공지능(AI) 개발에 뉴스 저작물 등의 무단 사용을 허용하는 ‘선(先)사용 후(後)보상’ 방안이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재검토를 촉구했다.신문협회는 “AI 모델의 저작물 학습에 광범위한 저작권 면책을 도입하는 방안을 담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의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AI액션플랜)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2일 전달했다”고 5일 밝혔다.위원회가 지난해 12월 16일 발표한 AI액션플랜 가운데 ‘AI 학습·평가 목적의 저작물 활용 및 유통 생태계 활성화’ 정책은 AI 모델이 법적 불확실성 없이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AI기본법 등 관련 제도의 개정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원회는 AI 기업이 사전에 권리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AI 개발에 데이터를 활용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도 파악됐다.이에 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저작권의 핵심은 권리자가 자신의 저작물 이용 여부를 사전에 결정할 권리”라며 “선사용 후보상은 이러한 거부권(허락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창작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불공정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AI 기업이 ‘어떤 저작물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어느 모델에 활용했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상금은 AI 기업에 유리한 기준으로 과소정산될 가능성이 크고, 저작물의 가치 하락과 창작자의 생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신문협회는 이어 “생성형 AI의 뉴스 콘텐츠 학습은 원저작물의 시장 수요를 대체한다는 점에서 공정 이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국회가 도입을 추진하는 ‘TDM(텍스트·데이터 마이닝) 면책’(AI 학습을 위한 대량의 데이터 복제·전송 허용)도 “공정 이용의 핵심 기준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위배한다”고 했다.신문협회는 “AI 훈련 면책이나 무조건적 면책을 허용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TDM 면책 규정을 도입한 국가조차 AI의 무분별한 데이터 학습을 통제하고 각종 안전장치를 통해 저작권자와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신문협회는 관련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선결 과제로 △‘AI 학습 목적 저작권 면책’ 조항 도입 철회 △AI 기업의 ‘학습 데이터 투명성 의무’ 법제화 △뉴스 콘텐츠 이용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 마련 등을 제안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부가가치가 높아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마이스(MICE·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 산업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국가통계가 재정비됐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31일 ‘MICE 산업 특수분류’를 제정 고시했다”고 밝혔다.각종 행사가 개최되면 행사 기획이나 호텔 등의 회의장 대관 매출이 발생할 뿐 아니라 부스 설치와 홍보, 통역을 비롯한 행사 준비 및 참가자의 숙박, 교통, 쇼핑 등에서도 대량의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하지만 기존엔 국제회의 기획업·시설업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만 통계가 작성됐던 탓에 통계가 연관 산업에 대한 경제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정 산업이 포괄하는 범위를 담은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에서 MICE 산업이 독립된 산업으로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번에 특수분류가 제정되면서 MICE 산업도 독립적인 산업으로서 공식적인 통계 기준을 갖추게 됐다. 아울러 MICE 행사가 만들어내는 경제효과를 더욱 폭넓고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다. MICE 산업 특수분류는 행사 준비에서 개최, 참가자 소비, 연관 서비스로 이어지는 산업 가치사슬 전반을 포괄할 수 있게 설계됐다.관광공사는 “이를 통해 기술·디자인·홍보 등 개최지원 산업과 숙박·수송·쇼핑 등 관광 서비스업까지 연계된 업종 전반을 다룸으로써 산업 간 연계 구조와 지역경제 기여도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성은 관광공사 관광데이터실장은 “해당 체계를 기반으로 신뢰도 높은 MICE 산업 통계를 만들고, 데이터 기반의 산업 육성 정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소크라테스가 ‘무지(無知)의 지(知)’를 강조하게 된 건 델포이 신전에서 “이 세상에 소크라테스보다 현명한 사람은 없다”는 신탁(神託)이 나온 게 계기가 됐다.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소크라테스는 수많은 사람을 찾아다니며 자신보다 더 현명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확인해 신탁의 무게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결국 깨달은 건 이 세상에 정말 현명한 사람이 없다는 것과 적어도 소크라테스 자신은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양한 서양 철학과 함께 그 철학이 태어나고 발전한 역사적 배경을 함께 서술한 교양서다. 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타락시켰다’는 혐의를 쓰고 죽게 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책에 따르면 앞서 전쟁에서 패한 아테네는 강제로 민주제를 포기하고 스파르타의 30인 참주제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의 제자 가운데 참주로 활동한 인물이 있었다. 민주제가 회복되면서 소크라테스에겐 배신자라는 오명이 붙은 것이다. 서양 철학의 흐름을 대중 독자의 눈높이에서 설명한 점이 눈에 띈다. “(데카르트로 인해) 중세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힘을 발휘하던 스콜라 철학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이 가능해졌다. 또한 기존 상식과 전통, 오랜 시간 인정받아온 지식조차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의심이 필요하고, 의심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알려주었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저자는 “역사를 품지 않은 철학은 없다. 철학을 품지 않은 역사도 없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한반도 중북부 산간지대에서 소는 일꾼이면서 친구이고, 그를 넘어 신(神)이 된 동물입니다. 그 중요성은 남쪽 평야의 벼농사 지역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최근 4000쪽이 넘는 대작 ‘겨리연장, 강원도를 담고 세우다’ 1∼4권(지식산업사)을 출간한 김세건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61)는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나 이렇게 강조했다. 과거 강원도에선 특히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마구간(외양간)에 소를 위한 신을 따로 모셨다고 한다. 지역에 따라 ‘군웅(君翁)’ ‘쇠구영신(牛口靈神)’ 등으로 불린 이 신을 모신 집을 김 교수는 2006년 조사에서도 확인했다. 현대 들어 전통 농경문화 연구는 주로 벼농사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한반도는 7할이 산지이고, 벼농사를 짓지 못하는 땅이 절반을 넘는다. 김 교수는 “강원도뿐만 아니라 함경도와 평안북도를 비롯해 한반도 대부분은 원래 밭농사가 우선”이라며 “하지만 일제강점기 쌀 생산이 강조되고, 이후 분단까지 되면서 어떻게 밭작물을 생산하고 농경문화를 발전시켰는지는 관심 밖에 놓이게 됐다”고 했다.김 교수가 농경생활문화의 전모를 탐사하기 위해 꺼내든 열쇠는 ‘겨리연장’이다. 겨리연장이란 비탈이 많은 한반도 중북부에서 쓰는 쟁기. 남쪽의 ‘호리쟁기’와는 달리 소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가 함께 끈다. 그래서 소가 있는 두 집이 ‘짝’을 맞춰야 하고, 소가 없는 집까지 더해 함께 일하는 ‘소겨리’를 꾸린다. 벼농사 지역에선 두레를 통해 모내기와 김매기만 마치면 큰일을 마친 것이나 진배없다. 하지만 밭농사 지역에선 농사도, 소겨리도 1년 내내 이어진다. 그래서 “설 이전에 ‘소짝’을 맞추지 못하면 아무 일도 못 한다” “소짝은 사람짝”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두레가 ‘사람 품앗이’라면 소겨리는 ‘소와 사람 사이의 품 교환’이 이뤄지는 소 중심의 공동 노동조직입니다. 식사와 일상까지 함께하는, 한반도 중북부 공동체 문화의 기틀인 거죠. 농촌 연구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저조차, 2001년 강원대에 부임할 때까진 소 두 마리가 끄는 쟁기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학계가 그동안 우리 농업의 원류인 밭농사에 대한 고민을 잃어버렸던 겁니다.” 쟁기질을 하는 ‘밭갈애비’에겐 소가 친구이기도 했다. 그래서 소 모는 소리엔 “내 팔자나 니 팔자나 아니하고는 못살 소가 되었네” 같은 신세타령이 담겼다. 김 교수는 “한반도 중북부에선 소와 사람의 관계가 남쪽보다 훨씬 밀접했다”며 “소를 (사람에 빗대) ‘생구(生口)’라고 불렀고, 주택 역시 부엌에서 일을 하면 붙어 있는 마구간에서 소가 쳐다보는 구조였다”고 했다. 김 교수는 쟁기가 중국에서 전래되지 않고, 한반도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반도에도 쟁기의 원형이 되는 삽과 비슷한 모양의 ‘따비’가 존재했으며, 땅에 돌이 많은 탓에 중국 화북지역의 ‘눕쟁기’와 다른 ‘선쟁기’가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한반도에선 독자적 농경사회의 기술체계가 발전했다”며 “한반도 농민은 창의성을 발휘하지 않은 채 농기구는 무조건 중국에서 전래됐을 것이라고 보는 건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