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엽

조종엽 차장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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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종엽 차장입니다.

jjj@donga.com

취재분야

2025-11-24~2025-12-24
문학/출판30%
역사21%
정치일반10%
문화 일반10%
사회일반10%
칼럼7%
검찰-법원판결3%
인사일반3%
산업3%
만화3%
  • [책의 향기]사람이 회사 선택하는 시대 임박… ‘감정 급여’로 인재 잡아야

    2030년 이후엔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노동시장에 지금은 1990년대 후반 출생자 65만 명가량이 진입하지만, 곧 출생자가 40만 명대인 2002년생들이 진입하게 된다. 저출생 때문에 ‘사람이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다. 이런 시대엔 기업이 인재를 영입하고 지키기 위해 연봉만큼 중요한 게 ‘일할 맛이 나는 직장’이라고 강조하는 책이다. 서울대 경영대 교수인 저자는 직장에서 얻을 수 있는 좋은 업무 환경과 인간관계, 성장 기회 등 비(非)금전적인 보상을 ‘정서적 연봉’이라고 부른다. 이런 것들이 만족스러울 때 직원은 더 오랫동안 회사에 머무르고 열정적으로 일할 가능성이 크다. 창의성,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서적 연봉이 높을 땐 직원의 동기와 몰입도도 향상된다. “심리적 청구권, 다시 말해 직원의 정서적 연봉을 높이면 이직률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 기대 화폐 연봉의 감소로 인한 이직률 상승 또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중견,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고민인 인건비 지급 여력의 한계 속에서 높아만 가는 이직률을 낮추는 확실한 방법입니다.”(4장 ‘직장인은 왜 이직을 결심할까?’에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의 리뷰 데이터를 사용하면 각 회사의 정서적 연봉을 구체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블라인드는 ‘직장인 행복도 지수’를 측정해 발표하는데, 의외로 2023년 이 지수 베스트 회사엔 4대 그룹 계열사나 대기업은 별로 없었다. 그보단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글로벌 기업의 한국 자회사, 정보기술(IT) 및 게임 회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기업의 규모나 연봉 수준과는 다른 척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지수가 높은 기업은 장부가치 대비 시장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12개월 누적 주식 수익률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의 행복을 위한 공간 마련, 성장의 기회를 아끼지 않는 문화, 자율성과 책임을 주는 환경, 일과 삶의 균형을 존중하는 태도…. 저자는 “직원이 회사와 일을 좋아하면 회사가 설사 재무적인 곤경에 처해도 ‘탈출은 지능순’ 현상은 빈번히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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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에 ‘독도 영유권’ 물었더니… 절반이 “분쟁지역” 엉뚱한 답변

    “So while South Korea exercises de facto control, the territorial status remains disputed under international law(한국이 실질적인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영토로서의 지위는 국제법상 여전히 분쟁이 있습니다).”독도 영유권 관련 질문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코파일럿이 내놓은 답변이다. 독도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뿐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25일 ‘독도의 날’을 앞두고 동북아역사재단 배현준 석주희 연구위원과 함께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AI의 답변을 최근 분석해본 결과, 절반 이상에 왜곡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코파일럿 퍼플렉시티 챗GPT 제미나이 그록(이상 해외 개발)과 클로바X 엑사원 솔라프로2(국내 개발) 등 총 8개 AI에 ‘독도는 한국 영토야?’ ‘Liancourt Rocks is korean territory?’ ‘독도는 어느 나라 영토야?’ ‘Which country does Dokdo belong to?’ 등 4가지 질문을 각각 던진 결과 총 32개의 답변 가운데 17개(53.1%)에 잘못된 내용이 포함됐다.잘못된 답변들은 거의 독도가 “한일 영유권 분쟁 지역이다” “Their sovereignty is disputed between South Korea and Japan”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는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읽는 이로 하여금 독도를 영유권 분쟁 지역으로 만들고자 하는 일본 측의 프레임에 말려들게 만든다는 문제가 있다.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의 고유의 영토이며, 영유권 분쟁은 존재하지 않고, 외교 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왜곡된 답변은 해외와 국내 개발 AI를 가리지 않고 발견됐다. 네이버의 클로바X는 “한국과 일본 간의 영유권 분쟁 지역”이라고, LG 엑사원은 “The sovereignty of Dokdo is disputed”라고 답했다.독도가 ‘Sea of Japan(일본해)에 있다’는 답변도 4개나 있었다. 제미나이와 그록은 ‘Sea of Japan’이라고, 엑사원은 ‘Sea of Japan(East Sea)’이라고 표현했다.석주희 연구위원은 “한국어로 ‘한국 영토’라는 단어를 포함해 질문하면 답변의 정확도가 높았지만, 영어로 물었을 땐 답변 8개 중 1개만 우리 정부 입장 및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답변을 했다”고 분석했다.동북아역사재단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배현준 연구위원은 “세계인들의 역사 인식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AI가 올바른 답을 하게 만들려면 양질의 구조화된 관련 데이터를 마련해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AI 기술의 변화에 발맞춰 독도와 강제동원 등의 역사에 관한 기계 독해형 자료를 구축하는 사업을 내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AI답변해외 AI코파일럿“So while South Korea exercises de facto control, the territorial status remains disputed under international law(한국이 사실상의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영토로서의 지위는 국제법상 여전히 분쟁이 있습니다).”퍼플렉시티“한국과 일본 모두 국제사회에서는 독도 영유권에 대한 분쟁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으며…”챗GPT“…한‧일 간 영유권 분쟁 지역이기도 합니다.”제미나이“…are a group of islets in the Sea of Japan that are the subject of an ongoing sovereignty dispute(…일본해의 작은 섬들로, 영유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그록“…are a group of small islets in the Sea of Japan. Their sovereignty is disputed between South Korea and Japan(…일본해에 있는 작은 섬들입니다. 영유권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분쟁 중입니다)”국내 AI클로바X“Liancourt Rocks(독도)는 한국과 일본 간의 영유권 분쟁 지역입니다.”엑사원“…is a group of islets located in the Sea of Japan (East Sea). The sovereignty of Dokdo is disputed between South Korea and Japan.(…일본해(동해)에 있는 작은 섬들입니다. 독도의 영유권은 한일 사이에 다툼이 있습니다.)”솔라프로2“…일본과의 분쟁 상태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역사·정치적 맥락과 결합된 복합적 이슈로, 객관적 “정답”보다는…”독도 영유권에 관한 국내외 인공지능(AI)의 답변. 자료: 배현준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AI의 답변은 질문 시점에 따른 업데이트 정보의 변화 및 사용자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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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얼빈 의거 직후 당당한 안중근, 고화질로 복원

    1909년 중국 하얼빈 의거 직후 안중근 의사의 당당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고화질로 공개됐다.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의거 116주년(10월 26일)을 사흘 앞둔 23일 “‘안중근 유리건판 사진자료’를 고해상 디지털 이미지로 만들어 국편 전자사료관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이 사진들은 안 의사가 체포된 직후 러시아 및 일본 당국이 촬영한 사진을 조선총독부가 유리건판으로 복제한 것이다. 1970년대 국편이 안 의사의 자료를 모아 간행한 ‘한국독립운동사: 자료’에 수록됐지만 화질이 열악하고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는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포함됐다. 러시아 관헌에게 체포된 직후인 1909년 10월 26일 동청철도 철도헌병관리국 조사실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에서 안 의사는 포박당하지 않은 채 당당히 선 모습이다. 안 의사의 신병이 일본 측으로 인계된 뒤인 10월 27일 오전 하얼빈 일본 총영사관에서 찍은 사진 2장도 공개됐다. 사진 속 안 의사는 포박된 채 초췌해진 모습이다. 일제는 이 사진을 통감부에 발송한 뒤 복제해 국내 동지들을 체포해 추궁하는 데 사용했다. 문일웅 국편 편사연구관은 “이들 사진은 그동안 촬영 장소가 뤼순이라고 잘못 알려져 왔다”고 설명했다. 국편은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등 안 의사 동지들의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우덕순 조도선은 차이자거우(蔡家溝)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려 했으며, 유동하는 하얼빈에서 거사의 성공을 위한 연락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들 사진은 10월 31일 러시아로부터 일본 측에 신병이 인도된 뒤 하얼빈 일본 총영사관 앞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감옥에서 나온 직후임에도 차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국편은 “앞으로도 일제의 식민 통치와 관련된 자료들을 더욱 정련된 이미지로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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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안 낙화놀이’에 홀린 日, 1000여명 다녀가

    일본인 관광객 1000여 명이 16일 경남 함안군 무진정 일대에서 열린 ‘함안 낙화놀이’를 관람했다고 한국관광공사가 19일 밝혔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날 일본인 관광객들은 한국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와 국악 공연을 감상하고 한복과 한식 등의 체험을 즐겼다. 한 관광객은 “서울은 여러 번 가봤지만 한국의 지방 도시를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신비롭고 독특한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관광공사는 일본의 여행사 32곳과 함께 낙화놀이가 포함된 관광상품을 출시했고, 관광객들은 이를 구매했다. 올해 8월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230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증가했다. 김종훈 관광공사 국제마케팅실장은 “관광객의 방문지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지역 고유의 색깔을 담은 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지역 여행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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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中 미사일에 대만군 마비? “헛소리”

    대만엔 중국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한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사일 수천 발이 대만의 모든 공군 기지와 방공 진지, 정부기관 등 주요 시설을 파괴해 육해공군을 전멸시킨다는 두려움이다. 중국은 순식간에 제공권과 제해권을 장악하고, 아무런 저항 없이 육군을 상륙시킨 뒤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란 예측이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이는 미사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온 헛소문에 불과하다. 사용될 미사일은 중·단거리와 지상 발사 순항 미사일이라고 봐야 하는데, 미사일부대의 기동성과 대만군의 조기경보 능력 등을 고려하면 1차로 동시 발사 가능한 건 400발 정도에 불과하다. 또 그렇게 쏠 수 있는 것도 세 번 정도라고 한다. 더구나 미사일의 명중률은 의외로 낮고, 폭발 위력도 상상만큼 대단하진 않다. 미사일 폭격으로 대만군이 마비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는 주장이다. 중국이나 중국과의 통일을 지지하는 이들이 퍼뜨리는 ‘전쟁 시 대만 필패론’을 논파하는 책이다. 왕리는 군사 전략을 다루는 대중 작가이고, 선보양은 정보전을 연구하는 국립타이베이대 교수다. 책은 무인기에 의한 방어망 마비, 공수부대나 헬기 기동 타격 부대의 기습을 통한 요인 암살 작전을 비롯해 소문으로 떠도는 중국의 다양한 침공 작전의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분석한다. “타이완이 질 가능성은 오직 하나뿐이다. 당장이라도 항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런 총통을 뽑고 입법원을 구성해서, 인민해방군이 상륙하는 걸 보자마자 울면서 항복할 때뿐이다.” 만약 작전 중반까지 대만이 인민해방군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한다고 해도 지상전 단계에선 대만군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들은 단언했다. 중국군은 후방 보급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미국의 전략 구상에 관해선 “미중이 전면 충돌하면 대만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칼날이 곧장 중국 중부 지역 이북의 대외 수송로를 끊어버릴 것”이라고 했다. 냉정한 현실 인식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지는 책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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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홍치마폭에 담긴 韓문화 정수… 21∼26일 ‘한복문화주간’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21∼26일을 ‘2025 한복문화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해마다 ‘한복의 날’(10월 21일)을 즈음해 열리는 한복문화주간은 올해가 8회째. 올해는 ‘현대 한복판(Modern Hanbokpan, the Center of K-Culture)’을 주제로 한복의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이 만나 새롭게 확장되는 오늘날 한복문화를 조명한다. 21일 경기 의정부 역사유적광장에서 열리는 한복 분야 유공자 시상식과 한복 패션쇼, 축하 공연을 비롯해 전국 360여 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다. 세부 프로그램은 공식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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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 어머니’ 된 일곱 후궁의 사당 ‘칠궁’ 모든 것

    1753년 조선 영조는 친모 숙빈 최씨의 제사에 종묘와 마찬가지로 술항아리를 배치해 ‘작(爵·발이 세 개 달린 제사용 술잔)’을 사용하고 폐백을 추가하도록 했다. 2년 뒤엔 숙빈의 호칭을 ‘선비(先妣)’로 고쳤다. 사망한 어머니를 가리키는 ‘비(妣)’는 원래 사망한 아버지인 ‘고(考)’와 짝을 이루어 적통을 뜻하는 표현으로, 후궁인 생모에게는 쓸 수 없었다. 영조는 출신이 미천했던 어머니의 격을 높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왕권을 안정시키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결정은 의례 규정집 ‘궁원식례(宮園式例)’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경기 성남시 분당구)이 최근 장서각 기획전 ‘칠궁(七宮), 왕의 어머니가 된 일곱 후궁’을 개막했다. 칠궁은 조선 왕들의 생모이지만 왕비가 되지 못한 일곱 후궁의 사당으로, 현재 청와대 영빈관 서쪽에 있다. 이번 전시는 조선 후기 왕통과 관련해 미묘한 정치가 계속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영조는 숙빈을 위해 국왕 사친(私親)의 사당과 무덤을 묘묘(廟墓)에서 궁원(宮園)으로 높인 궁원제를 선포하고 숙빈의 사당인 육상궁(毓祥宮)을 설치했다. 정조에겐 뒤주에 갇혀 죽은 아버지 장조(사도세자)를 높이는 과제가 있었다. 정조는 영조의 유훈과 달리 추숭왕 진종(효장세자)의 친모인 정빈 이씨의 의례의 격을 육상궁보다 낮췄다. 사도세자의 사친 영빈 이씨에게는 궁원제를 시행하지 않았다. 영빈은 임오화변 당시 사도세자의 비행을 영조에게 고했던 인물. 영조가 영빈에게 내린 ‘의열(義烈)’이라는 시호가 불편했던 정조는 사당과 묘소의 칭호를 ‘선희(宣禧)’로 바꿨는데, 당시 ‘선희’에 낙점한 ‘선희궁 궁묘호 망단자(望單子)’를 전시에서 볼 수 있다. 고종이 1899년 사도세자를 장종으로 추숭하며, 영빈은 결국 황제의 생모가 됐다. 전시는 이 밖에 칠궁과 관련한 다양한 문헌자료 60점을 선보인다. 내년 6월 26일까지(주말 휴무).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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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운동사 연구 선구자’ 조동걸 교수 추모 학술대회

    한국 독립운동사 연구의 선구자인 우사(于史) 조동걸 국민대 명예교수(1932∼2017·사진)를 기리는 학술대회가 16일 개최된다. 조 교수는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과 한국국학진흥원장,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한국 측 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체계적 독립운동사 연구의 토대를 닦은 인물로 꼽힌다. 우사조동걸선생추모집간행위원회가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이날 여는 학술대회에서 김도형 전 독립기념관 수석연구위원은 ‘우사 조동걸의 한국근대사 인식과 서술’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발표문에서 “우사는 한국 근대사를 처음으로 개화운동과 개혁운동, 계몽운동으로 정리하며, 역사적 사실과 시대의 사상을 연결지어 체계적으로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학술대회에선 장석흥 국민대 명예교수가 ‘인간주의의 길을 지킨 조동걸의 독립운동사 연구’를, 도면회 대전대 명예교수가 ‘우사 조동걸의 근현대 사학사 연구’를 발표할 예정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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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69년 전 ‘수에즈 위기’가 러-우전쟁 시발점

    1956년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이 수에즈운하의 국유화를 선언하자 서유럽 각국은 당황했다. 페르시아만에서 서유럽으로 오는 석유의 70% 이상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중동의 석유가 끊기자 영국과 프랑스 등은 미국이 석유 비축량을 풀기를 기대했지만 미국은 수수방관했다. 바로 이 ‘수에즈 위기’를 계기로 서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소련의 석유를 수입해선 안 된다’는 합의가 깨졌다. 이 일은 오늘날의 국제정치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독일이 소련, 오늘날 러시아의 에너지에 의존하게 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엔 구조적 분열이 생겼고, 그 갈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분출하게 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경제학과 교수가 지정학(에너지)과 경제(금융), 민주정치 등 세 가지 틀로 오늘날의 세계가 도대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조감도처럼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와 유로화의 탄생, 중국의 세계 경제로의 통합, 다시 찾아온 석유 수급의 불안정성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꿴다. 이어 지정학적·경제적 위기 속에서 민주정치엔 금권귀족정(plutocracy)의 경향성이 커졌고, 개혁은 어려워졌다고 지적한다. “기저에 있던 에너지는 앞으로의 세계에서 정치적 격동과 무질서를 주되게 실어나르는 핵심 매개가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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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글이 씨 뿌린 ‘민주’… 정승 비판 벽보 나붙었다

    ‘팅갈 민따 마앞 트루스 뜬게린 락얏 아빠 수사냐(그냥 사과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냐).’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졌던 가운데 정부 당국이 소셜미디어의 비판 게시물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자, 젊은이들이 이처럼 인도네시아어 문장을 한글로 쓰며 검열을 피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문화의 인기 정도와 더불어 한글이 얼마나 익히고 쓰기 쉬운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국어학사를 연구해 온 원광대 국문학과 교수가 한글의 탄생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한글은 언제부터 ‘한글’이 됐을까. 원래 ‘언문(諺文)’이라고도 불리던 한글은 근대 들어 ‘국문(國文)’이 됐지만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국문이 ‘일문(日文)’을 뜻하게 되자 대신할 이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쓰게 된 이름이 ‘한글’이다. 대한제국의 글 또는 문자라는 뜻으로 사용되던 ‘한문(韓文)’을 풀어쓴 것이었는데, 나중에 ‘큰’ ‘위대한’과 같은 의미가 덧붙었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해 백성에게 인간의 도리를 가르치고 성리학적 이상 사회를 건설하려고 했지만, 한글은 그 이상이었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창제 뒤 불과 6년이 지난 시점에 정승을 비판하는 벽보가 한글로 나붙었다. 누구나 쉽게 생각을 공론화할 수 있는 공론장을 한글이 열어젖힌 셈이다. 17세기 들어 유행하기 시작한 한글 소설은 조선이 근대적 민족 공동체에 한 발 다가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한글이 담는 지식과 사상의 범위는 갈수록 넓어져 오늘날 민주 사회에 이르렀다. 책은 이 밖에도 한문은 어떻게 해체됐는지, 한글 신문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외래어 표기와 맞춤법은 어떤 과정을 거쳐 자리를 잡았는지, 국어사전은 어떻게 편찬됐는지 등을 꼼꼼히 살폈다. 한글 세계화와 기계화, 한글날 제정의 역사도 조명했다.“한글이라는 문자가 한국어를 얼마나 풍성하게 하고 그 언어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지탱해 왔는가를 그려 낸 장대한 투쟁의 기록”이라는 한국어학자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전 일본 도쿄외국어대 대학원 교수의 추천사가 과하지 않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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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람보르기니, 페라리 ‘막말’ 덕에 나왔다

    “죽는 순간까지 그 차를 몰 수 있다면, 난 그 삶을 천 번이라도 다시 살고 싶다.” 최근 인기를 모았던 영화 ‘F1 더 무비’에서 주인공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의 대사다. 다소 오글거리긴 해도 ‘내연기관 시대’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사로 봐도 꽤 잘 어울린다. 헤이스처럼 자동차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길 만한 책이다.“람보르기니의 탄생은 믿기 어려울 만큼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1960년대 초… 페라리는 람보르기니를 면전에서 노골적으로 모욕했다. ‘페라리 말고 트랙터나 몰 줄 알지!’ ‘트랙터나 만들어라, 이 촌놈아’… 그날 람보르기니는 엄청난 굴욕감을 느꼈고, (…) 바로 스포츠카 제조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람보르기니’에서) 책은 이처럼 ‘F1’ ‘디트로이트’ ‘롤스로이스’ ‘번호판’ ‘수소차’ ‘차 고장 수리법’ 등 자동차와 관련된 95개 키워드를 골라 소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자동차와 관련한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압축적이면서도 흥미롭게 담겼다. 독일과 일본, 중국 등 국가의 정체성과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도 소개했다. 한국의 ‘현대’와 ‘기아’도 키워드로 등장한다. 이탈리아 출신인 저자는 이력이 화려하다. 도요타 유럽과 피아트 그룹, 폭스바겐 그룹 등을 거쳤고,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르노 그룹의 최고경영자(CEO)로 일했다. ‘아우디 A1’과 ‘피아트 500’ 등의 성공을 이끌었다고도 한다. CEO로서 갖게 된 넓은 시야와 함께, 어린 시절부터 키워왔다는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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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조종엽]정치 독립 필요한 방송심의… 민간위원장 정무직화해서야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려고 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엔 지금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심의 기능의 민주성과 책임성 강화’가 목적이라는데, 진보 성향의 언론단체들마저 우려의 목소리를 내 왔다.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의 방심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봉급도 나라에서 받지만 신분은 민간인인 자리다. 방심위가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하는 방심위를 둔다”는 방통위 설치법에 근거한 민간기구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방심위 구도를 이렇게 짠 건 2008년이다. 민간기구 방송위원회 대신 행정기구 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도, 심의 기능은 굳이 민간에 그대로 둬서 방심위를 만들었다. 이유는 명백하다. 국가권력과는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심의하라는 것이었다. 일제 강점과 권위주의 체제를 겪은 우리 국민들이다. 국가의 직접 심의는 검열이나 보도지침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방심위는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방심위는 지상파 라디오가 편파적으로 허위사실을 방송하는데도 ‘우리 편 봐주기 심의’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 방심위는 비판 언론에 대한 편파, 표적 심의 논란을 넘어 ‘민원 사주’ 의혹까지 일면서 사무실이 압수수색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실정이니 방심위의 개혁은 독립성을 확보하고, 위원 구성이나 안건 의결에 중도파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게 상식적이다. 한데 반대로 심의위원장을 공무원으로 만들려 하니, 방심위가 사실상 정부 기구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걱정되는 건 또 있다. 최근 민주당은 방송법에서 ‘공정성’ 문구를 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공정성 심의가 비판 언론 탄압 도구로 악용돼 왔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폐지하자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방심위가 공정성 심의를 안 하던 때가 있었다. 5공 시절 방심위는 ‘방송 뉴스가 왜 각하 찬양 일색이냐’고 따지지 못했다. 공정성 심의의 정파적 악용이 문제라면 이제 칼자루를 쥔 정부 여당이 악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심의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만들면서 공정성 심의까지 폐지하려 한다니, 따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산다. ‘개정 방송법에 따라 11월까지 이사진이 교체되는 KBS 등 지상파가 마음 놓고 정권에 편파적인 보도를 하라고 판을 깔아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작금의 방송심의 거버넌스가 실패했다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 공당(公黨)들이 소수의 강경파에게 휘둘리고, 국회의원들이 유튜버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현실도 방심위가 저널리즘 기준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지상파 방송 진행자 등을 방치했던 것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개혁한다며 개악을 해서는 안 된다. 위원장이 국회의 인사청문과 탄핵소추 대상에 포함된다고 방심위의 정치권 종속이 갑자기 더 심해지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을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로부터의 심의 독립이라는 이상이 형해(形骸)만 남았다고 아예 포기해 버리는 건 곤란하다. 그랬다간 ‘5공 시절 방심위’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도 순식간이다. 조종엽 문화부 차장 jjj@donga.com}

    •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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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구려 계승 강조한 발해, 말갈 통제 강화 노려”

    국내 연구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발해사 분야의 신진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한 학술회의가 개최됐다. 고구려발해학회가 20일 개최한 ‘발해 고고학과 역사 연구의 현 단계’ 학술회의에서 안재성 씨(고려대 사학과 대학원 박사 수료)는 ‘8세기 발해와 일본의 국서 교환과 상호 인식’을 발표하고 당시 외교가 어떤 국내적 배경 속에서 이뤄졌는지 살폈다. 발해는 727년 일본과 국교를 개시하면서 “고려의 옛 땅을 회복하고 부여의 풍속을 이었다”며 고구려 계승을 표방했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다. 또 발해 문왕은 759년 양승경을 사신으로 일본에 파견하면서 ‘고려국왕’ 칭호를 쓴 것으로 기록돼 있다. 안 씨는 이 배경으로 말갈에 대한 발해의 통제력 강화를 꼽았다. 안 씨에 따르면 8세기 기준 여러 말갈족의 당나라 조공 활동이 752년 이후 끊어지는데, 이는 발해를 중심으로 한 질서가 형성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당시 중국은 ‘안사의 난’이 벌어지는 등 혼란한 상황이었다. 안 씨는 “이러한 상황에서 발해는 ‘고려국왕’ 칭호를 사용하면서 강대한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상징성을 통해 최근 복속된 말갈 세력에 대한 통합을 강화하려 했다”고 해석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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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열성 유전자란 없다… 인간의 무지와 편견만 있을 뿐

    어느 과학이라고 양면성이 없겠느냐만 엇나간 유전학만큼 세계사에 악영향을 끼친 것도 없다. 나치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일으키는 사상적 근거가 된 게 바로 우생학이 아닌가. 분자생물학자인 덕성여대 교수가 유전자에 대한 무지와 편견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오래전부터 온갖 차별과 갈등의 원인이 돼 왔고, 오늘날에도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 운동이 필요할 만큼 영향이 큰 인종은 어떨까. 인류라는 같은 종(種) 내에 하위집단인 아종(亞種) 같은 걸까. 저자에 따르면 ‘전혀 아니다’. 4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유래한 현생인류는 원래 피부색이 짙었다. 어두운 피부색은 강한 태양광을 잘 막아줬다. 하지만 그들이 새로 진출한 고위도 지방에선 태양광을 더 잘 흡수하는 밝은 피부가 생존에 유리했다. 그래서 멜라닌 색소를 덜 만드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난 이들이 강한 생존력을 가진 후손을 남겼다. 오늘날 대부분의 유럽인과 상당수 아시아인에게서 이 변이가 발견된다. 피부색의 의미는 딱 그 정도다. 사람들은 피부색이나 눈동자, 입술 등 눈에 잘 띄는 것을 가지고 인종을 구분하려 하지만 생물학적인 근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인류는 사실상 ‘클론’에 가깝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든지 간에 모든 유전체에 걸쳐 염기 서열이 99.9% 똑같다. 이렇게 동일한 종은 포유류 중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인종은 문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책은 범죄와 폭력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나쁜 유전자의 실체, 인간을 사회적 동물로 바꾼 유전적 변화 등을 조명했다.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와 그것을 억제하는 유전자 사이의 힘겨루기도 살폈다. 이 같은 서술을 통해 저자는 “우리의 유전자는 우월함이나 열등함의 원인이 아니라 다양함의 원천”이라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특히 요즘 확산하는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믿음은 인간의 수많은 가능성을 닫아버릴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우리의 삶에 우연성이 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할수록 삶은 활기가 넘친다. 내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도전의식과 각오가 생긴다. 타인과 연대할 필요를 느끼고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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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고전 속 ‘악마 병균’, 시대를 알려주다

    “격리되었던 환자들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알몸으로 도망 나와 밤거리를 달려서는 시체들이 묻힌 구덩이를 찾아 주저 없이 뛰어드는 장면은,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그야말로 죽음을 향한 한밤의 질주인 셈인데, … 산 채로 던져진 환자들이 구덩이 안에서 이미 죽은 시신이나 아직 죽지 않은 다른 환자들과 뒤엉킨 채로 죽음을 기다리는 장면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다.”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 대니얼 디포(1660∼1731)가 1722년 발표한 ‘전염병 연대기’의 일부다. 중심인물도, 극적인 플롯도 없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실상 ‘페스트’라고 할 수 있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17세기 페스트 대유행의 처참함이 오롯이 전해진다. 미생물학을 전공한 성균관대 의대 교수가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감염병에 관해 쓴 책이다. 한센병 콜레라 매독 성홍열 발진티푸스 말라리아 등 감염병 14개를 다룬다. 병의 증상과 환자의 고통, 병이 남긴 문화적 흔적 등을 여느 논문보다 생생하게 다루는 여러 소설을 살폈다. 19세기 많았던 감염병으론 결핵을 빼놓을 수 없다. ‘제인 에어’ ‘레미제라블’ ‘크눌프’ 등 여러 소설에서 결핵이 등장한다. 결핵과 결핵으로 인한 죽음은 아름답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태준(1904∼1978)은 단편 ‘가마귀’에서 “폣병! … 그렇게 예모 있고 상냥스러운 대화를 직거릴 수 있는 아름다운 입술이 악마 같은 병균을 발산하리라는 사실은 상상만 하기에도 우울하다”고 썼다. 저자는 문학을 감염병의 사회적 의미를 살피는 도구로 활용한다. 우리가 함께 가까스로 통과해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은 어떤 시대였을까. 소설가 윤고은이 ‘도서관 런웨이’(2021년)에서 묘사한 구절을 읽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누군가의 숨이 위협이 되는 시대, … 안경을 쓰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감염 위험이 적어진다는 통계가 읽히는 시대, 생일 촛불을 입김으로 불어서 끄는 것도 모험이 되는 시대, 거리두기의 시대에 나는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유예하지 못하고 의심하지도 못하고 그 위로 미끄러졌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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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클베리 핀이 아닌 노예 짐의 모험?…고전 뒤집어 보기

    이 소설을 읽기 위해선 먼저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알아야 한다. 1851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트웨인의 작품은 주인공 허클베리 핀이 술주정뱅이 아버지로부터 도망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도망친 잭슨섬에서 또 다른 도망자인 흑인 노예 ‘짐’을 만나 남쪽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짐’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이 모험을 떠났을까?1884년 발간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허클베리가 아닌 짐의 시점으로 다시 쓴 작품이다. 흑인 노예의 삶과 고뇌를 풍부하게 다루면서 당시 사회가 외면한 목소리를 생생히 되살렸다. 지난해 발표 이후 전미도서상, 퓰리처상 등 문학상 5개를 잇달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을 총괄하는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소설의 주인공은 ‘제임스’. 바로 짐의 본명이다. 제임스에게는 아내와 어린 딸이 있고, 이들은 전부 왓슨 부인의 노예다. 제임스는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다. 하지만 겉으론 백인이 강요한 흑인 방언을 흉내내곤 했다. 백인들이 똑똑한 흑인을 싫어하기 때문. 그렇게 허드렛일을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제임스는 자신이 다른 지역으로 팔려갈 거란 사실을 알게 되고 미시시피강의 잭슨섬으로 도망친다.책은 곳곳에서 ‘허클베리…’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제임스의 생각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잭슨섬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도 그렇다. ‘허클베리…’는 이렇게 묘사한다.“가까이 갔더니 한 사나이가 땅에 누워 있었다. 나는 초조해서 죽을 뻔했다. …잠시 후 그 사나이는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더니 담요를 젖혀버렸다. 그런데 그건 미스 왓슨의 노예 짐이었다. 정말, 이건 어찌나 반가운지 나는 말했다. ‘야! 짐!’”하지만 이 소설이 보여주는 제임스의 심경은 극명하게 다르다. 낯선 곳에서 아는 이를 만나 기쁜 허클베리와 달리, 그는 걱정이 앞선다. 허클베리는 도망치기 전 집 안에 돼지 피를 뿌려 자신이 살해당한 것처럼 꾸몄는데, 그 죄를 자신이 뒤집어쓸까 봐 아득해졌다.“나는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헉은 살해당한 것으로 보일 테고 나는 막 도망쳤다. 그렇다면 그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으로 그들은 누구를 의심할까? … 나는 헉의 눈을 바라보았다. ‘헉은 돌아가야 해여.’”소설 후반부는 제임스가 흑인 동료들과 함께 북쪽으로 도망치는 것을 서술하는 데 집중한다. 마지막 부분은 특히 인상 깊다. ‘허클베리…’ 속 짐은 합법적 자유를 얻고도 끝내 ‘짐’으로 남지만, 이 소설에선 다르다. “이 중에 깜둥이 짐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나?”라고 묻는 거리의 보안관들 앞에서, 그는 스스로를 노예 짐이 아닌 ‘제임스’라고 선언한다.“넌 누구지?”“저는 제임스예요.”“제임스 뭐?”“그냥 제임스요.”140년 만에 재해석된 제임스의 이야기에서 자유의 무게와 한 인간이 지닌 감정의 힘을 느낄 수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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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해 황후 묘지서 ‘동국’ ‘발해국’ 표현 확인… “中과 다름을 인식” 동북공정 반박증거 평가

    2004년 중국 지린(吉林)성 허룽(和龍)시 룽터우산(龍頭山·용두산)에 있는 발해 왕실 고분군에서 발견된 효의황후와 순목황후 묘지(墓誌)에 ‘동국(東國)’ ‘발해국(渤海國)’ 등의 표현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발해인들이 중국과 자신을 뚜렷이 구분하는 인식을 지녔음을 보여주는 한편 ‘발해는 당나라의 지방 정권에 불과하다’는 중국 동북공정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로 평가된다. 권은주 동북아역사재단 선임연구위원은 5일 재단이 개최한 ‘발해 용두산 왕실고분 발굴 보고서의 주요 내용’ 보고회에서 “동국은 ‘해동(海東)’ ‘아방(我邦)’ 등과 함께 우리 역사에서 중국과는 지역적으로 구분된다는 인식의 표현으로 사용됐다”며 “발해도 이 표현을 썼다는 게 효의황후 묘지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효의황후는 발해 제3대 왕인 문왕의 비로, 묘지엔 “덕은 동국에서 높고, 용모는 서시(西施)와 견준다”는 구절이 담겼다. 중국 측은 중국 정사가 고구려와 백제, 신라 등을 ‘동이열전(東夷列傳)’ 등에 편찬한 데 반해 발해는 ‘북적(北狄)’으로 분류했다며 발해사를 말갈의 역사로 본다. 하지만 이는 사서를 편찬한 중원의 인식일 뿐이라는 점이 이번 묘지를 통해 드러났다고 권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예컨대, 발해 제9대 간왕의 황후 순목황후 묘지는 아예 제목이 ‘발해국 순목황후 묘지명’이다. 권 연구위원은 “발해가 스스로를 중국 천하질서의 일원으로 인식했다면 ‘유당(有唐·당나라의) 발해’ ‘대당(大唐) 발해’ 등으로 썼어야 한다”며 “중국 측의 이른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과는 배치되는 자료”라고 강조했다. 발해가 황제국 체제를 지녔음을 뒷받침하는 내용은 더 있다. ‘황후’라고 불렀을 뿐 아니라 순목황후의 죽음은 황제와 황후에만 쓰는 ‘붕(崩)’으로 표현됐다. 효의황후 묘지엔 “성조(聖朝)에 충성을 다했다”는 구절이 있다. ‘성조’는 통상 황제국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묘지를 통해 효의황후가 울(欎)씨, 순목황후가 태(泰)씨라는 점도 밝혀졌다. 발굴 보고서가 발간되자 효의황후가 중원계라는 해석도 나왔으나, 권 연구위원은 “희성(稀姓)인 울 씨는 북방계가 주로 사용하던 성 씨”라며 “효의황후는 선비나 말갈계일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1997∼1998년, 2000∼2005년, 2008년 룽터우산 일대에서 발굴조사를 벌였지만 보고서를 내놓지 않다가 최근에야 뒤늦게 간행했다. 이에 국내 학계 일각에선 ‘중국 당국의 기조와 맞지 않는 발굴 내용을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해석은 우리와 다르지만 발굴 내용은 비교적 충실히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김은옥 한국전통문화대 강사는 이날 보고회에서 “발굴 보고서는 발해 문화의 독창성과 함께 ‘당(唐) 문화의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석축묘, 횡혈식 석실묘, 천장의 구조 등 묘제(墓制)와 연화문 와당, 토기, 관식(冠飾) 등 유물은 고구려 문화와의 유사성이 확인돼 추후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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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조종엽]‘영화산업 활성화’ 271억원… 허공에 흩어진 건 아닐까

    정부가 ‘내수 진작을 통한 민생 회복과 영화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최근 ‘영화 관람료 6000원 할인권’ 450만 장을 배포하자 멀티플렉스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될 정도였다. 262만 장(58.2%)은 사용됐고, 188만 장은 쓰이지 않아서 8일 재배포한다. 관객은 얼마나 늘었을까. 문화체육관광부는 “1차 배포 기간(7월 25일∼9월 2일)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가 하루 평균 약 43만5000명으로, 이전까지의 올해 일일 평균 관객 수보다 약 1.8배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할인권이 배포된 기간은 전통적 극장 성수기인 여름 방학 기간과 겹친다. 3, 4월을 비롯해 관객 수가 원래 적은 시기와 비교해서야 효과 여부를 제대로 평가할 수가 없다. 적어도 최근 한 5년 정도의 같은 기간 관객 수를 살펴봐야 하겠지만 팬데믹 기간이 포함된다. 아쉬운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관객 수가 약 14% 늘었다고 한다. 거칠게 말해 114명 중 100명은 원래도 극장에 갔던 사람들이고, 14명만 새로 발걸음을 했다는 얘기다. 그럼 이 14명은 정부의 기대대로 할인권이 소진된 뒤에도 영화관에 가는 버릇이 생길까. 그러면야 좋겠지만 할인권의 반짝 효과엔 ‘안 쓰면 손해’라는 심리도 한몫한다. 이런 관객은 할인권이 소진되면 어차피 극장을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영화판엔 돈줄이 말랐고, 관객들은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가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실정에서 예산을 관람료 할인에 지원하는 게 옳았을까. 올해 국내에서 제작되는 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영화가 20편도 채 안 된다고 한다. 할인권 배포엔 추가경정예산 271억 원이 들어갔다. 이 예산을 제작비에 투입했다면 제작비 30억 원짜리 시나리오 9편이 크랭크인 할 수 있었다. 정부 출자 펀드가 절반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민간 자본이 대도록 한다면 18편이 새로 만들어질 수 있다. 제작되는 영화 수가 당장 2배로 증가한다. 관람료 할인으로 한국 영화만 혜택을 본 것도 아니다. 할인권 효과를 가장 크게 본 작품은 우리 영화 ‘좀비딸’이었지만 다음이 할리우드 영화 ‘F1 더 무비’였다. 할인권이 배포된 뒤 취임한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4일 “예산 낭비가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지금 영화 산업은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태다. 이것저것 따져가며 지원할 계제가 아니다”라면서도 “그 돈을 거기에, 이 시기에 지원하는 게 맞는지, 국산 영화에 도움이 되는 건지 등에 관해 질문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영화관도 영화관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창출하도록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내년 중예산 영화 제작 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100억 원 많은 200억 원으로 증액하는 등 영화 분야 예산안을 올해보다 669억 원(80.8%) 늘어난 1498억 원으로 최근 확정했다. ‘마중물’은 펌프 내부의 공기를 제거해 압력을 유지하도록 만든다. 펌프의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할인권 배포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의 이동과 관람료의 급속한 인상에 대한 관객의 거부감 등 극장 산업의 근본 문제와는 동떨어져 있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어차피 땜질 식으로 쿠폰을 계속 발행할 수도 없지 않나”라고 한다. 산업구조 개혁이 시급한데 허공에 현금만 살포하는 게 꼭 영화 관람료 할인권만의 얘기가 아닌 것 같다. 조종엽 문화부 차장 jjj@donga.com}

    • 2025-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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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문헌으로 배우는 삶의 안목…“붓글씨 한 장에도 철학 깃들어”

    고문헌 연구가 석한남 씨가 이달 30일부터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에서 문화교양 강좌 ‘박물관 뒷골목 산책(고서화 감상과 이해)’을 진행한다.이 강좌는 고서화 감상, 전각(篆刻) 실습, 조선 지식인의 편지(간찰) 해석 등 서화와 옛 문헌 예술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인문예술 강의다.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의 유배 시절을 중심으로 시·서·화를 통해 인문학과 그들의 삶을 재조명한다. 또 조선 후기 예술가와 학자들의 편지, 도장, 그림과 글씨 등을 통해 당시의 예술적 세계와 지식인의 삶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석 씨는 “붓글씨 한 장에도 철학이 깃들어 있다. 고문헌을 해석하고 감상하는 일은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깊은 안목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수강생은 실물 간찰과 도장을 감상하고, 낙관을 날인하는 실습에도 참여할 수 있다. 강의는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며, 총 10주 과정으로 운영된다.‘동네 훈장’이라는 별명이 있는 석 씨는 ‘다산과 추사 유배를 즐기다’, ‘명문가의 문장’, ‘전각, 세상을 담다’, ‘간찰, 붓길 따라 인연 따라’ 등의 저서를 집필한 고미술 전문가로 약 30년 동안 고문헌을 독학으로 연구해왔다. 2018년에는 평생 수집한 고문헌과 옛 글씨 등 168점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탁했고, 기획 전시 ‘동혼재의 고문헌 사랑, 기탁으로 빛나다’를 통해 조선 명필들의 글씨와 조선시대 학자들의 장서인이 찍힌 고문헌 등을 소개한 바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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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군 끌려간 학병 탈출시킨 女광복군

    “이중삼중의 압박에 눌리어 신음하던 자매들! 어서 빨리 일어나서 이 민족해방운동의 뜨거운 용로(鎔爐) 속으로 뛰어오라.” 여성 독립운동가 지복영 선생(1920∼2007)이 한국광복군의 기관지 ‘광복(光復)’에 쓴 글 ‘대시대(大時代)는 왔다, 한국 여동지들아 활약하자!’의 일부다. 여성들에게 독립운동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백범김구기념관과 김구재단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여성 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학술회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여성 독립운동’을 지난달 29일 열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 김형목 선인역사문화원 연구소장은 ‘한국광복군 여성대원의 활동’을 발표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 여성대원들은 초모(모집), 선전, 구호 임무에서 활약했다”고 밝혔다. 김 소장에 따르면 광복군 여성대원들은 일본군 점령 지역에 들어가 공작 거점을 마련해 활동하며 한인 청년들을 포섭했다. 1942년 2월 구성된 징모제6분처에선 여성 광복군 지복영, 오희영(1924∼1969), 오광심(1910∼1976) 선생 등이 활약했다. 이들은 중국 안후이성 푸양(阜陽)에서 광복군의 활동을 선전하고 일본군으로 끌려 나온 학병을 탈출시키거나 첩보 상황을 보고하는 일을 맡았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1944년엔 학병들이 대거 탈출하면서 광복군 제3지대가 성립하는 바탕이 됐다. 여성 광복군은 입대 당시 1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이 대부분이었다. 독립운동가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며 광복군에 투신한 경우가 많았다. 지청천 장군(1888∼1957)의 딸인 지복영은 1940년 9월 광복군 창설 당시 입대했다. 임시정부 선전부 자료과와 선전과에 복무하면서 대적 선전방송을 했다. 남편과 함께 독립운동을 벌인 이들도 있었다. 조선혁명군 참모장 김학규(1900∼1967)와 부부의 연을 맺은 오광심은 만주와 임시정부가 있던 난징을 오가며 검문에 발각되지 않도록 200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암기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명화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은 이날 발표한 ‘애국부인회를 통한 한국 여성 독립운동의 성격’을 통해 1919년 이후 국내와 중국, 미주, 러시아 등지에서 결성된 항일 애국부인회의 활동을 조명했다. 이 소장은 “애국부인회는 적십자회 조직과 보조를 맞춰 활동했다”며 “동포를 대상으로 한 구제 사업을 목표로 했으나 임시정부의 군사정책, 즉 독립전쟁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회의에선 윤정란 숭실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교수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대모 곽낙원 지사와 조마리아 지사’를, 강영심 전 이화여대 사학과 연구교수가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의 여성의원들’을 발표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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